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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8 | 문화현장 [REVIEW]
지프의 오늘을 말하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 공청회 7월 16일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임주아 기자(2013-07-30 17:44:14)

제 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 공청회가 지난 16일 오전 11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전주국제영화제 황인태 사무처장의 진행으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와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총평 및 발전방향을, 조인석 예원예대 교수가 설문조사 결과 및 제언을, 송경원 씨네 21기자가 전문가 참관평을 발표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공청회는 언론사 기자들과 전주시·영화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말 ‘줄탁동시가 생각난다. 같이 어우러져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 모든 이야기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두 프로그래머의 총평이 관심을 끌었다. 그들 스스로 직구를 던지는 듯한 형식과 내용 때문이었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가 전주국제영화제가 표방하고 추구해온 대안독립영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거시적 관점으로 영화제를 바라봤다면,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를 진행하며 느꼈던 외·내부의 입장 차이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사안 중심으로 영화제를 들여다봤다. 두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는 표어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성과나 방향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올해 영화제를 분석했다. 진행 미숙이나 영화 외 프로그램 등 ‘보이는 문제’ 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장기적 현실’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의미는 기쁘지만 결과는 지루, 전주국제영화제의 단면매년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했지만 모더레이터로 온 것과 프로그래머로 온 느낌은 전혀 달랐다는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수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의 <멜랑콜리아> GV의 모더레이터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감독에게 “8시간에 달하는 영화를 찍은 것은 극장개봉을 포기해도 좋다는 뜻이냐” 물었단다. 감독은 자신만만하게 “그렇다” 며 자신의 영화가 무한복제 돼 무료로 관객들이 보더라도 아무 상관없으며 오히려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김프로그래머는 디아즈 감독은 영화 산업의 억압을 거부하며 미래의 영화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면서, 자유로운 예술가였고 삶의과정을 즐기는 활력으로 주변사람을 전염시켰지만 정작 영화는 무척 지루했다고 소개했다.


미학적 태도 중심이 낳은 ‘고립’
그는 전주국제영화제는 가장 진취적인 시네필들을 위한 축제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라브 디아즈와 같은 필리핀 뉴웨이브 감독이나 헝가리 감독의 영화가 꾸준히 소개됐던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전주영화제의 정체성과 전통이 비로소 안정적으로 확립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학적 진취성이 대안 독립영화의 범주 속에서 어떤 확장성을 지닐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다며 주류 산업을 거부하는 것은 중요한 미학적 태도이지만 주류산업으로 동떨어져 고립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반문했다. 주류영화산업에 타격과 영감을 주고 대안독립영화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어디서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무명일 땐 전주, 뜨면 부산… 현실적 영향력 절실
김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많은 유능한 신인감독들이 기쁜 마음으로 찾아오지만 그들이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영화제는 아니라면서 무명일 때는 전주를 찾지만 존재감이 커지면 부산으로 가는 뼈아픈 상황을 주목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배출한 감독들마저도 전주에 작품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은 과연 영화제에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그는 칸 영화제 예를 들어 칸이 칸일 수 있는 것은 경쟁부문에 상영된 영화 대다수가 파리 극장가에서 일정한 흥행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과감하지 못했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소개했다. “작년에는 이렇게 했습니다.”였다. 그는 좋은 전통이자 프로그램이라면 마땅히 이어가야 하겠지만 습관적으로 작년 데이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오히려 영화제라는 축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이 말이 사실은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과제가 되기도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결과적으로 이 영화제를 지켜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스텝들에게 가장 많이 건냈던 말 중 하나는 “올해가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라는 말이었지만 돌아보면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과감하지 못했다며 영화제는 이런 습성을 빠르게 굳혀버린다고 털어놓았다. 반복되는 공연 대신 다양한 말들의 향연으로 그는 전주의 장점은 무엇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전주의 좋은 과거는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보면 ‘좋은 영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일종의 믿음처럼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선 보다 고민이 필요했다는 그는 올해 다양한 형태의 토크를 만들어냈던 것도 그러한 고민의 결
실이하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전주에서 낯설고 신선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양한 형태의 말로 바꾸고, 공유할 수 있는 이벤트로 끌어올리는 자리 확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공연이나 이벤트를 대신해 다양한 말들의 향연을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고, 공개하며, 영화제 자체가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말들을 만들 수 있는 자리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용, ‘작년’ 얽매이지 말고 영화제 ‘기록’에 힘쓰기
김영진, 산업적 확장성 얻을 수 있도록 노력
영화제의 과감한 선택이 과감한 신뢰 안에 이 어져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밝힌 이 프로그래머는 “작년에는 그렇게 안했는데”보다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제처럼 여기면서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과거의 모습을 버릴수 있는 과감과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싸이의 노래가 세계적인 힘을 보여줬지만 ‘유투브’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영화제는 일종의 유투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영화제는 그것을 순간으로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아카이브 기능을 이어가게 된다며 기록하는 영화제의 모습은 영화제가 형태와 힘을 유지하는 보편성 또한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전주에서는 여전히 미학적으로 급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취한 영화들이 곧잘 상영되는 현상을 주목했다. 올해 극장가에서 개봉된 <잠 못 드는 밤>이나 <경복>과 같은 전주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영화들처럼 비평적주목을 얻은 영화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파수꾼>이나 <지슬>, <똥파리>와 같은 독립영화들이 부산을 통해 소개되고 독립영화계에서 귀중한 확장성의 지표를 마련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학적 진취성이 미학적 게토를 낳는게 아닌, 산업적으로 확장성을 갖는 길은 무엇일까를 앞으로일년 동안 고민해보고 구체적인 프로그래밍으로 실천하고 생산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를 지켜보면서 영화제 프로그래머란 직업에 대해 생각했다. 단순히 영화만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들은 범위 밖의 많은 일을 한다. 영화제를 진두지휘하며 그 중심에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손님들 반응에 한없이 작아지는 위치에 있다. 문화기획자이자 도시연구가이며 공연기획자이며, 때론 인류학자 범주도 넘나든다. 예술가이지만 대놓고 예술만 하지 못하며, 비평가이지만 제대로 비평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제와 공청회는 영화제란 무엇인가부터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하면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까지 생각하게 되는 자리였다. 예술과 대중은 늘 대결해왔으나 영화제는 시민과 대결할 자격을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5주년을 앞둔 전주국제영화제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기획하는 가장 좋은 기회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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