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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9 | 인터뷰 [꿈꾸는 청춘]
나 아니면 누가 해? 열린 사회를 꿈꾸다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정상석
임주아 기자(2013-09-02 17:38:41)

 바쁜 그가 짬을 내 전주에 왔다. 오늘은 신문사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내일은 가족들과 물놀이를 간단다. 만난 장소는 전북대 학생회관. 학보사 편집장이었던 그가 3년 동안 오르내렸던 곳이다. 방학 중에도 발이 끊이지 않는 학보사 편집국, 방학을 잊은 기자들이 부단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있다. 막 사진 교육을 마친 그가 편집국 이곳저곳을 보여준 다. 빽빽한 책상, 곳곳에 쌓인 신문과 잡지들, 그리고 중앙에 놓인 작은 공간. 문을 여니 침대에 이불보가 펼쳐져있다. 마감에 지친 기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곳. 편집국을 나오면 왼편에 편집장실이 보인다. 후배들이 보도사진집을 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함께 있는 모습을 남기면 좋겠단 생각에 그들에게 얼른 설정 포즈를 부탁했다. 수줍어하는 후배들 사이 환히 웃는 그를 보았다.


 위기를 기회로
전북엔 7개의 대학신문사가 있지만 전북대신문사처럼 무리 없이 돌아가는 곳은 드물다. 1~3학년까지 총 16명이 근무하는 전북대신문사, 시험기간을 제외한 학기 중 일주일에 한 번, 방학 중에도 두 번 신문을 낸다. 학교 다니면서 일하는 기자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두 배는 더 바쁘다. 공강시간엔 학교 곳곳을 취재다니고, 돌아와 서둘러 기사를 마감한다. 강의 듣고 과제하기도 벅찬 학기, 돌아서면 일주일, 돌아서면 한달이다.
유행어를 빌리자면, 단언컨대 대학언론은 늘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 말은 너무 오래된 단언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학보사들이 주간교수의 기사 검열에 시달리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학교 측의 비호와 방관에 실망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려 오늘도 애쓰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 3월 <연세춘추>의 백지사건도, <가대학보> 중단사태도 그런 이유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대학언론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얻는 것, 그가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이자 목표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지난 5월 서울시청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발족을 알렸다. 그는 왜 협동조합을 택했을까. “사단법인, 노동조합, 협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대학언론위원회 발족 제안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어요. 협동조합이 연대의 의미를 살리면서 가장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체제라고 판단했죠.”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민주적인 형태에 단체가입과 개인가입을 모두 받을 수 있고 법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대외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익사업도 할 수 있어 사업의 범위가 넓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관과 규약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제도에도 신뢰가 갔다.


만나고 토론하고
하지만 두 달 뒤에 간 여름캠프에서 협동조합 정관을 대폭 수정해야 했다. 학보사 이름으로 조합원에 가입하면 학교 대표자가 총장이어서 곤란해진다는 이유였다. 대학 측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협동조합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법적 조언이다. 10개 대학 45명이 참여한 이날, 뉴스타파 노종면 기자와 외대학보 전 편집국장이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 주간지 시사인에서는 책 스무권을 보내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이제 협동조합을 통해 교육부터 친목, 편집권 독립, 의식조사, 모니터링, 대학언론인상 제정 등을 공유하고 진행한다. 총회 자료집에 그가 쓴 글이다.
“(…)데스크가 부족해서 수습기자 교육을 잘 못하는 단위, 예산 부족으로 플랫폼 개발을 못하는 단위, 부족한 대우를 개선하고픈 단위, 구독률을 올리는 획기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단위, 편집권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픈 단위 등 저마다 다른 사정이라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인 체제를 지향하는 협동조합에 모여 우리의 권리를 외칩시다.”
그는 1학년 겨울방학 때 전국대학기자연합회(전대기련)을 모태로 한 ‘기자한마당’의 기획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대학언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안을 찾으려 노력한 그들은 방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감대는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대선 시즌이 오자 우리가 직접 후보들을 ‘소환’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국민저널>에서 먼저 공개인터뷰를 진행했던 터라 취재만 했고, 박근혜 후보에게는 캠프에 직접 연락해 일정을 맞추고 한국외대에서 공개인터뷰를 열었다. 사회는 그가 봤다.
“우리가 직접 행사를 꾸릴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어요. 하지만 당초 2시간이었던 후보 인터뷰는 1시간으로 줄어들고, 추가질문을 못하게 해 아쉬웠어요. 단일화되기 전이었는데 안철수 후보와는 성사가 쉽지 않더군요.” 2007년 전대기련에의 대선후보 서면인터뷰 이후 처음 이루어진 대선후보 만남은 ‘최초 공개인터뷰’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리고 이 일은 대학언론협동조합 모태를 굳히는데 큰 동력이 됐다.


기대되는 대학언론협동조합
대학언론협동조합에서의 활동들이 조합원에게 ‘스펙’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있게 말하는 그는 이제 더 이상 학보사 기자 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얻어갈 건 얻어가고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으로 ‘기자 교육’을 하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유소년 축구팀처럼, 협동조합에서 예비언론인을 기르는 교육봉사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20여개 대학이 가입했지만 수도권 참여도가 덜해 협동조합의 존재감을 더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참여해야 힘이 실리고, 영향력이 있어야 대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구조도 고민이다. 통신사처럼 콘텐츠로 수익을 내려 했지만 이미 쓴 기사는 학교 저작물로 잡혀있기 때문에 아직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앞으로 쓰는 기사를 같은 협동조합인 인터넷언론사와 연계해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도 있다. 그는 요즘 협회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막바지 서류수정 작업 중이다. 인가 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다. 전북대 경영학과를 한 학기 남기고 휴학한 그는 입대도 2년 뒤로 미뤘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앉혀놓고 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가슴 뛰게 하는 것일까.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었어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 아니면 누가 하지? 하는 마음이었죠. 스스로 적임자를 알아본 듯한 느낌?(웃음) 지금까지 대학언론에 몸담은 이유가 마치 여기까지 오려고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협동조합 기본법 시기도, 대선후보 인터뷰도 진행도 타이밍이 좋았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뛰어야죠.” 오래전부터 함께 대학언론의 고민을 나누다 협동조합까지 함께 이끌게된 세종대·한국외대·강원대신문사, 한양대 교지 기자들이 그의 둘도 없는 동반자다.


기자, 치열하게 꿈꾸다
그의 꿈은 종군기자다. 남들이 가보지 못하는 곳에 먼저 가 현장을 가장 발 빠르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기회가 닿는다면 북한에서 꼭 사진을 찍고 싶다. 기자이자 작가 ‘앙리 카르티엘 브레송’과 종군기자 출신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좋아한다는 그는 누군가가 남긴 ‘결정적 순간’을 보고 자랐다.
기자가 되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는 ‘열린사회’에 살고 싶어서다. 열린사회에 살고 싶은 까닭은 닫혀 있는 전체주의, 개성이 짓밟히는 세상이 싫기 때문이다. 그가 유난히 ‘출구’를 찾는데 골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당과 부조리에 항상 반(反)할 준비를 하는 사람. 결정적 순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 그들이 남겨놓은 결정적 순간을 바라보는 사람. 기자가 가는 길엔 늘 이정표가 따라다닌다.
‘협동조합’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다. 스스로에겐 변화이기도 하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하고 싶은 것 없고 되고 싶은 것 없어 그를 고민했던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했고, 아직까지 꿈을 찾지 못한 친구들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용기를 준 일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부터 학생리포터까지 각기 다른 일을 병행하는 매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고 전하는 일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강요된 열정이 아니라 진짜 열정을 원하고, 아프니까 청춘보다 아프다고 소리칠 수 있는 청춘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가 쓴 칼럼에서 와 닿는 구절을 보았다.
“강요된 열정은 열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열정 없이 살자는 것은 아니다. 긍정과 열정이라는 좋은 말이 대안 없는 무비판적 긍정주의로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이 청년들을 기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자. 잘못된 현실은 분명히 지적하고 저항해야한다. 아프다고 소리칠 수 있으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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