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1 | [특집]
문화저널 좌담회
94년'국악의 해'를 내다본다
정리/강영례(2003-09-15 09:44:16)
문화저널 좌담회
94년 '국악의 해'를 내다본다
사회: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화체육부에서 94년도를 국악의 해로 정한 후 여러 분야에서 행사준비로 분주합니다. 그동안 연극 영화의 해, 춤의 해, 책의 해 등 문화정책에 관례를 남기고자 하는 작업의 연상으로 내년을 국악의 해로 정한 것 같은데, 오늘 전북 문화저널에서는 이 국악의 해를 맞이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좋은지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정회천 선생님이나 박상진 선생님은 직접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영대 선생님께서는 국악인은 아니지만 판소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더 우리음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먼저 유영대 선생님께서 국악의 해를 맞는 소감을 정리해 주시지요.
유영대 :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신 이유가 그동안 국악의 주변, 크게 보면 문학도 포함이 되지만 문학 외에도 연극, 영화, 이런 것을 국악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좀더 폭넓게 얘기해 달라는 그런 주문으로 이해를 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94년을 국악의 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사실은 이해에는 국악을 위주로 한다. 어느 해에는 춤을, 어느 해에는 영화를 위주로 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 일방적이고 강요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런 것들이 최근에 일기 시작하는 국악에 대한 관심을 재고시키자는 의미에서 이루어 진 것인 만큼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내년 한해에만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는 원년 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95년, 96년 더 지속적으로 우리 음악을 주도하고 주체적으로 이해하자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런 국악의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 :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정회천 선생님께서는 작년 한해동안 무척 바쁜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새해를 맞이하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회천 : 지난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요로 전해오는 정읍사를 창무악극으로 만들어 서울에까지 가서 공연을 했습니다. 국악의 해를 대비해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올해도 전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고 지방에 계신 분들의 역량과 모든 출연진들이 함께 지방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 지방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정착시켜야 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문화적인 부분은 많이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각 분야별로 획기적인 문예운동을 벌이기 위해 매년 특별한 분야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그 분야에 지원을 하는 그런 정책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는데, 바로 94년이 국악의 해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현대에 오면서 음악이란 것은 더부살이라고 할까 전혀 정신적인 것이 이르지 못한고 하나의 향락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국악'하면 유곽에서나 나오고 그런데서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이 점진적으로 우리 것을 찾자, 우리 것을 알자 하는 민족적인 자각운동과 함께 국악의 위치가 어느 정도 정해져가고 있긴 하지만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우리 음악이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그런 시발점이 되어야겠는데 어찌될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음악은 국민들과 대중을 떠나서는 발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대중들 속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그런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 박상진 선생님께서도 그 동안 바쁘셨지요, 중국공연으로 아주 바쁜 일정을 보내셨는데 직접 악단을 맡고 계시면서 국악의 해를 맞게된 소감을 말씀 해 주시고 내년 국악의 해에 전라북도 음악을 전망해 주시지요.
박상진 : 저는 여기에 와서 만4년 활동을 하는 동안 해마다 '국악의 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왔다고 자부를 합니다. 국악의 조기교육이라든가 저변확대, 사실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 국악교육에 관심을 갖고 국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청소년 국악교실을 4년 동안 계속 열어왔는데 그것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음악을 들려주고 해설까지 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청소년들이 비록 지금은 서양음악에 젖어 있지만 우리 음악의 정서까지 빼앗기면서 서양음악을 쫓지는 않고 있구나 하는 그런 것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합니다. 음악 선생님들도 국악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상당히 크더군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국악교육의 체계화는 시급합니다.
전북의 경우 국악의 해를 맞이하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울이나 지방에서 연주되는 음악들은 주제가 희박해요. 색깔이 없지요. 지역적으로는 지방의 특성에 맞은 그런 음악이 개발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미 저희는 토속민요를 주제로 해서 국악관련곡을 재창조하는 그런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했던 음악들은 우리의 뿌리를 찾고 확인하고 그 것들을 현대감각에 맞게 재창조하는 그런 작업이었는데 국악의 해를 맞이해서는 그런 작업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런 것들에 대한 개발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사회 : 아주 중요한 말씀이신데요. 아직도 d여기는 개척할 분야가 많다는 얘기도 될 수 있고 수요 공급이 안 맞고 있다는 얘기도 될 수가 있겠군요. 일반적으로 건강한 문화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우리 사회저변에는 건강한 문화를 가지려는 애착심이 많다는 것 알 수가 있어요, 전라북도에는 국립민속국악원이나 전북도립국악원이 있는데 모두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국악의 해를 맞이해서 몇 군데 알아보니까 기존의 악단에 있는 사람은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지금도 행사 뒷치닥거리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인데 올해는 어떻게 하라고 국악의 해를 정했느냐는 거죠.(웃음) 아까 유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이 일방적으로 관주도에서 만들어져서 그런 게 아닌가 도대체 문화정책을 하는 사람이 현실을 알고서 정한 것인가, 문화체육부가 그나마 이런 정책이라도 시행하는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제도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 하신 대로 원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하되 그렇다면 무엇을 개선하면 음악문화가 좀더 저변화될 수 있는지 그 문제를 거론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영대 : 말하자면 이런 거죠. 박상진 선생님도 바쁘셨고 심인택 선생님도 정회천 선생님도...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바쁘셨음에도 그래도 국악의 해가 갖는 당위성을 찾는다면 이런 겁니다. 친근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 그런 것 때문에 국악의 해라는걸 정하지 않았나 싶어요. 예컨대 작년에 서편제가 굉장히 인기였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마치 서편제라는 영화한편이 국악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얘기에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악 저변에서 연주활동 하시고 박상진 선생님이 작곡도 하시고 정회천 선생님이나 심인택 선생님은 강단에서 가르치시고 연주도 하시고... 그런 활동을 해서 국악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를 높였기 때문에 서편제라는 기폭제가 나와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지 국악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지 않았었는데 서편제가 나와서 국악에 해나 저변이 확대되었다 이런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면 국악의 저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한테 기본적으로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용필이 「한오백년」을 불렀지 않습니까 김세레나가 「새타령」을 불렀단 말이에요. 진짜 국악 오리지날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말하자면 국악어법을 적당히 사용한 그런 것이 훨씬 가깝게 다가간다는 말이에요. 제가 어느 자리에서 임방울의 「쑥대머리」와 슬기둥의 강호중씨가 부른 「쑥대머리」를 들려주었는데 강호중이 부른 「쑥대머리」를 훨씬 좋아해요. 그건 왜 그러냐 하면 국악이라는 어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친근한 악기로 그 안에 신디사이저를 이용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정하게 대중화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쑥대머리」가 저렇게 처절하고 슬픈 노래였구나..노랫말도 물론 바꾸지요. 그런 식으로 바꾸면서 오히려 이런 것들이 우리 정서와 맞닿아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겠지요. 말하자면 우리국악에 신경 써야 할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대중화시키는데 좀더 노력해 달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국악판이 국악 하는 사람들 끼리만의 잔치가 아니고 진짜 순수한 의미에서의 우리 음악이라는 것으로 대중화 쪽에 많은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램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국악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방송시간을 국악에 전체의 50%이상을 할애하는 겁니다. 우리음악은 듣다보면 들을수록 좋거든요. 충분히 들을 수 있게 강조하고 음악교육도 통제하는 겁니다. 그 대신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겠지요. 또 하나는 이런 방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트럼펫을 잘 부는 강태환 선생님 연주회에 간 적이 있거든요. 복식호흡을 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트럼펫을 부는데... 거기에 장구가 하나만 들어간다면 더욱 절도 있고 변화를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국악기로도 우리 산조를 연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여러 방법들이 훨씬 더 친밀하게 만들 수 있죠.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국악의 어법 같은걸 이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뿐더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게 가야금이나 거문고보다는 색소폰이나 피아노는 낯설지 않거든요. 이런 악기를 가지고 우리음악을 하게끔 만드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실험들도 많이 해서 어떻게든 대중화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게 해주는 것 이런 쪽으로 국악의 대중화의 줄기를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대중화는 해방이후에 계속 부르짖는 과제입니다. 그중 우리음악도 문호의 한 부분이면서 전체 문화를 볼 수 있는 시각도 갖게되는 것이지요. 대중화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는데 왜 기대만큼 대중화가 안될까 생각해보면 유 선생님 말씀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자나깨나 들어야 하는데 깨서 정신차려 찾아야 들으니(웃음) 그러면서 문화정책은 대중화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교육도 말로는 국적 있는 교육이라고 얘기하는데 국적 없는 교육을 위해서 역설적으로 국적 있는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말씀하신 대로 서양악기를 가지고 우리어법에 맞는 연주를 시도 하는 건 중요하거든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전통악기들이 사실 외래악기들이지 우리가 만든 건 몇 개 안됩니다. 우리가 만든 악기가 외국에 가서 그들이 만든 악기로 개량이 되어 나오고 있어요. 모두다 대중화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도 실질적으로는 제도 개선에 소홀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구호만 앞세웠지 우리가 해야할 일에 법적 근거랄지 제도적 보완장치랄지 그런 일에는 전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정 선생님께서 우리 국악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죠.
정회천 : 서두에서부터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시가 됐는데 유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국악의 해가 국악인들만의 잔치, 국악인들만이 공연하고 구경하는 집안 잔치로서 끝나버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의 행사들을 보면 그 행사의 전태적인 윤곽은 중앙, 즉 서울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나 거기 위원회에서 짜 가지고 행사들이 집행되면서 지방은 중앙단체들이 지방을 순회하면서 공연을 한다든지 아니면 느닷없이 특설무대를 지어놓고 거기에서 공연을 한다든지 그런 형식으로 지방에서는 가뭄에 단비 오듯이 그렇게 맛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국악은 그 출발지가 도시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각 지방마다 고을마다 그 특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올 국악의 해에는 오히려 그 발상지에서부터 다시 음악운동의 첫걸음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각 국악 단체들도 대게 도시집중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지요. 서울에는 몇 개 국악단체가 있는 반면에 오히려 국악의 발생지라 하는 지방에는 국악단체가 활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도소재지 정도는 도립국악원이 있긴 하지만 시, 군 단위로 가보면 국악단체는 구경하기 어려워요. 그동안 행사를 위한 행사로 많은 예산과 정력을 소모한 것 아니냐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전북을 예향이라고 하고 이 예향이라는 것은 한국예술의 고장이라는 맥으로 이해하여 전국 국악의 본산지다 이런 말을 상투적으로 쓰고 있습니다만 전북에 아직도 국악을 상설로 공연하는 장소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 점이지요. 예전 전통사회때는 전주에 오면 판소리를 들을 수 있고 전국 대사습놀이라는 큰 대회도 열려서 국창의 등용문역할도 해주고 많은 예술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그로 인해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고 제자들도 배출했는데 오늘날에는 그 맥이 끊어져 버린 거나 다름없거든요. 그래서 올해 국악의 해에는 수백 명이 나오는 큰 행사를 택해서 해치우는 대형 버라이어티쇼 식의 무대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그런 문화운동이 생명력 있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여러 가지 해가 겹칩니다만 올해 94년은 한국관광의 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은 동양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다양한 음악적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을 만큼 음악적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이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력이 모자라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우리지역만하더라도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굿이라든지 봉사서의 영산작법이라든지 임실이나 익산의 노동요, 임실이나 남원, 진안등의 좌도농악이라든지 정읍, 이리, 고창으로 이어지는 우도농악등이 있는데 이런것들은 우리 민속예술의 원초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한번도 정례화 되어 공연되지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고장을 찾는 해외 괸광객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분들 특히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 우리고장의 이런 향토 예술을 정례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이 민속 예술은 현장에서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혹은 기획력있는 단체가 서로들 연합해서 일을 앞장서서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대중화를 위해서는 상설무대를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 상설무대로 성공한 예가 국립국악원에서 토요일마다 하는 예인데 처음 에는 무료로 하다가 몇 년 전부터 입장요금을 받는데도 사람이 꽉 찬답니다.
우리지역에선 사실 대중화를 위한 상설무대가 없는 걸로 봐야지요. 소극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가 예루소극장, 우진문화공간, 기린봉산대 등이 있지만 삶의 터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이 삶의 터를 떠나서 자꾸만 무대로 옮겨지고 있는 것은 발전이냐 퇴보냐 하는 논란의 여지도 있습니다. 그런 현장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아쉽게 생각하고 끝나고 나면 또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는 게 누구보다도 악단을 이끌고 있는 분들일 겁니다. 박 선생님께서는 어떤 면을 개선을 하면 그런 일에 모두가 동참할 수가 있는지 말씀 좀 해주십시오.
박상진 : 제가 현장에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대중화의 바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요. 아까 유 선생님 말씀이 서양악기도 동원하고 현대인들의 감각에 맞는 음악도 개발하자고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런걸 안해본 게 아니거든요. 서울에서 그런 공연을 시도도 해보고 체험도 해보았지만 결국 그런게 깜짝쇼(?)에 지나지 않더라구요. 보고 즐기고 돌아서면 끝나는 거지요. 저도 왜 그런 가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계시니까 다 느끼시겠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큰 모순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악이 대중화되려면 학교교육에서부터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민학교때부터 시작을 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국악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중화운동을 편다고 하는 것은 무리이지요. 국악의 해를 맞이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지금까지 현장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국악교육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느냐 이 부분을 검토를 해야 합니다. 이부분만 제대로 제도적 보완이 된다면 대중화는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일본만 해도 전통음악교육을 학교에서 30분 이상 시킨다고 해요. 전에 우리나라 5종교과서를 분석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중학교는 8종이죠. 교과서 안에 전통음악에 대한 내용이 10%도 안돼요. 10%도 안 되는데 또 그 속에 틀리는 부분이 많아요.
우선 교과서에서 국악부분을 더 확대시키고 음악선생님들에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악교육을 정책적으로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사회 : 이제 교육문제까지 나오게 됐는데 사실은 국악의 저변 확대라는 것이 연주자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음악은 입맛과 같은 거라 항상 듣던 음악을 들어야 재미가 나는 것이거든요. 어느 교육대학의 교육과정을 보면 음악부분의 수업을 4년 동안 1학점만 하는데가 있어요. 국악과 관계가 있는 수업을, 총 140학점 중에서... 거기에는 물론 다른 과목도 다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밀이지요.
적어도 50%는 교과목으로 두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남을 가르치는 사람을 교육하는 곳이니까요. 우리나라처럼 세계적으로 음악과가 많은 나라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종합대학 만들어지면 무조건 음악대학을 만들고 전문학교도 음악과를 만든다는데 뭐하는 과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요. 국악과를 만들어서 국악교사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교욱대학이나 사대 음악과의 학제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유영대 :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것을 보면 국악이란 것이 대중화되어 우리음악화 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저변에 있는 교육부터가 자리잡혀야 하고 매스컴이나 그런 쪽에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중요한 예가 하나 있는데 칠레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20-30년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아헨데 대통령이 당선이 되면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통제했습니다. 그전엔 미국의 저질 팝송문화가 라디오 방송의 방송의 99%였거든요
라디오 방송 70%를 칠레음악으로 방송하게 했어요. 물론 칠레의 전통음악에다가 새로 창작된 칠레음악어법을 사용해 가지고 그런 식으로 해 가지고 외국음악은 30%정도만 했어요. 처음에는 물론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점점 칠레라는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찾아가게 된 거지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지만 음악이란 것은 어차피 교육이 아닙니까. 타고난 음악도 있지만 계속 주입시키게 되면 그것 나름대로 일정하게 형성될 수 있거든요. 우리음악이야말로 그런 면에서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 같아요. 저는 문학을 했지만 제가 하는 문학가운데 시조를 가르치는데 있어서 실제로 들어보지 않고서는 가르칠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제가 판소리를 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판소리를 사실설만 가르쳐서는 판소리의 십분의 일도 가르치지 못합니다. 한번 판소리를 듣는 것이 판소리 실체에 도달하는데 훨씬 가깝죠. 말하자면 공부를 위해서하는 판소리 사설공부가 아니고 함께 즐길 수 있고, 고리타분한 고전이 아닌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판소리로 다가올 수 잇거든요. 말하자면 춘향전이나 심청가 같은 것은 그런 이야기도 판소리가 되지만 오늘날 우리한테 있는 중요한 문제를 판소리로 만드는 거죠. 예컨대 김지하가 부정부패한 공무원이라든지 사회 여러 가지 비리를 오적이라는 작품으로 썼지 않습니까. 요즘 우루과이 라운드가 문제가 되는데 농민의 애환이나 쌀문제 같은 것도 짤막한 토막판소리로 만들면 아주 설득력 있을 것 같아요.
사회 : 사실 교육제도에서 대학 같은 경우 전공과정도 너무 세분화되어있지 않은가 하는 그런 지적도 나오는데 사실은 온 국민이 가야금을 하면 큰 일이죠. 온 국민이 판소리를 하면 큰일 난다구요. 그래서 판소리 전문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전문하는 사람 하나하나에 판소리애호가 수천 명이면 큰일날 일이 없거든요.(웃음) 사실은 그 수천 명을 만드는 과정은 소리하는 사람이 일일이 다 찾아다니면서 다 소리를 들려준 자면 평생을 해도 안 되는 일입니다. 물론 중고등학교 수업과정에는 그런 수업과정을 넣기가 힘들겠지만 대학에 보면 교양과목이라는 게 있어요. 다른 건 다 전공과목들이니까 그 교양과목에는 한국문화와 관련 있는 교과목을 개설을 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국악뿐만이 아니고 우리문화 다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배분하면 더 큰 효과가 잇지 않겠어요? 만약 전주에 그 창극에 관련 있는 사람보다는 다른 구경꾼이 더 많아야 성황리에 끝난 것이거든요. 국악 하는 사람은 당연히 보고 공부하는 거니까 일반 사람들이 더 많이 봐야 되는데, 최근에 아닌게 아니라 우리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대개 어디서 공연을 하든 그렇게 옛날처럼 관객이 없는 일은 없어졌는데 국악을 하는 사람이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런 거냐 하면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사실은 저변에 있는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는 사실은 그것보다 제도적인 문제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정희천 : 지금 심선생님 말씀도 계셨지만 한민족, 한국인, 우리나라, 이런 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면에서 보더라도 우리음악 국악의 중요성은 말로써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데 오늘날 국악이 우리음악 행세를 못하고 있고 그래서 이름도 국악으로 불리는데,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지칭하고 국악하면 우리나라 음악이고, 또 의식주에서 의(衣)하면 양복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정통옷은 한복이라고 얘기를 하지요. 한과, 한의학, 한옥 이런 모든 용어자체가 자주적이지 못합니다.
박상진 선생님의 말씀대로 음악교과서에 국악에 관한 내용이 10%내외라고 하는데, 그 내용만이라도 정확하게 가르칠 선생님이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 선생님이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까지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국악이라는 과목을 배워본적이 없으니까 자연히 못 가르칠 수밖에는 없는 거지요. 이런 제도적인 우리 음악교육의 부재, 이것이 우리 국악이 대중화되기 정말 어려운 이유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방치만 할 것인가 라는 점에서 볼 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사회교육제도나 사회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과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올해의 국악의 해는 많은 분들을 모셔놓고 수만 명이 와서 구경하고 박수치고 하는 그런 대중과 대중을 모아놓은 대중적인 쇼를 할 게 아니라 국악이 우리문화가 되기 위한 심도 있는 그런 정책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거기에 맞춰 국악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합니다. 각 대학에도 국악이 필수과목으로 설강되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또 세상이 많이 바뀌어져 갑니다. 판소리 같은 경우 17-18세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던 것인데 요즈음 그 어법 그대로 현대인들에게 가깝게 다다갈 수가 없어요. 우리 국악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로 개발되어야 하는데 우리 전통적인 악기만 가지고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치죠. 그러니까 우리 국악악기에 현대적인 개량사업들..지금 동양 3국들 북한까지 포함해서 국악악기의 현대호의 면에서는 가장 뒤떨어진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건 좋게 얘기하면 전통을 그대로 지킨다는 장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반면에 가장 낙후성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말로 뒤집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회 :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음악을 듣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가 홍콩인데 홍콩거리를 거닐다 보면 그야말로 우습죠. 음악사 앞을 지나도 중국음악, TV를 켜도 중국음악, 어린이 방송도 중국음악, 다 자기나라 음악을 틀어 놓아요. 말레이시아를 가봐도 그렇고 타이를 가봐도 인도네시아를 가봐도, 구라파를 가봐도 자기나라 음악을 듣지 다른 나라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문제는 우리 교육제도가 개선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의식개혁인데 그게 교육을 통해서 되는 거죠.
무슨 다방에 들어가면 해금연주도 나오고 가야금 연주도 나오고 또 해금하고 째즈섞인 것도 나오고 그래야 되는데 우리 문화의식이 폭넓게 인식이 되어 있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제도 교육제도가 변하면서 점차 해결될 문제겠지요. 전북 도립국악원에서는 전라북도의 모든 음악적 자산을 모두 하나로 모아 그것을 정례화, 상설무대화, 작업을 계속 시도하고자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박상진 : 사실은 고민입니다. 일부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좋다, 잘했다 라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 나머지는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몰라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아까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사회제도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사회제도 결과가 바로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을 해요. 교육만 잘되고 있고 교육만 잘 이루어져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정말 흙속에서 파묻혀 있던 것,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 주변에서 미처 몰랐던 것들을 우리가 스스로 골라낼 수 있게 됩니다. 거기서 찾아내는 겁니다. 흙탕물에서 진주를 찾아내듯이 말이지요. 우리 전라북도에 토속민요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자주 불려지고 있거든요. 주위에서 부모님들이 불렀던 노래, 그런 것들을 모아다가 다시 재창조하는 작업조차도 사람들이 몰라줘요.
그런 음악이 있었던가 조차도. 만약에 우리가 교육이 잘 이루어져서 토속민요 같은 걸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든가 또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발굴을 해서 어떻게 현대화에 맞게 재창조를 한다든다 재작업을 하는 그런 의식이 조금만이라도 있었다면은 아마 그런 것에 대해서 설사 작업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에 대해서 뜻있게 평가가 되었을 겁니다.
악기 개량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악기 개량을 한다하는 소리는 제가 국립국악원에서 이십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이십년이 지나도 무엇하나 똑부러지게 나온 게 없어요. 이런 악기개량도 국악의 대중화,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고 주위에서 관심이 많아졌다면 과학적인 것을 충분히 동원해서 중국악기나 일본악기와는 또 다른 새로운 우리특성에 맞는 그런 악기가 몇 종이라도 놔왔을 거예요. 국악교육이 이루어져서 저변 확대가 되면 이런 악기도 절로 잘되리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노래도 지방별로 스타일이 다양하지 않습니까.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창법개발, 창작품의 개발 같은 것도 악기 개량이 이루어지고 창작품이 개발되면 작곡도 다양해지겠지요. 우리는 지금 작곡범위가 좁아요. 우리 국악기 가지고는 연주하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지요. 듣는 사람 십년전이나 이십년전이나 똑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듣게 되지요. 그러니 국악발전이 안되죠.
사회 : 국악의 해를 맞이하면서 초점이 교육 쪽으로 많이 공감을 하고 있어요. 아니 공감을 넘어 통감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잔치를 벌이는 거죠. 잔치를 벌이는 건데 많은 예산은 아니겠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에서 벗어나 우리가 일년동안에 뭔가 하나라도 앞으로 십년 이십년동안 꾸준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그런 행사가 준비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데 내실 있는 행사를 위한 제안을 해 주십시오.
유영대 : 저는 어차피 종합적이기도 하고 비판적인 입장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국악계를 보면 국악계가 반쪽으로 나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건 출신학교별로도 나뉘지만 그분들이 하는 음악의 이념적 지향 그런 것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두 계통이 합쳐져서 음악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그 점을 늘 아쉽게 생각합니다. 예컨대 정악연주는 딱 판에 박혀있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켜온 것을 유지하는 게 성과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정악연주는 점잖기도 하고 늘 절대 손대서는 안될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김영동씨 같은 경우는 정악을 모티브로 해 가지고 그 안에 신디사이저를 넣기도 해서 수룡음 같은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건 듣기 훨씬 좋단 말이에요. 또 하나는 민속음악이 갖고 있는 그 다양한 기교, 갈 데까지 가는 성음, 이런 것들은 역시 아주 높이 평가를 주고 또 그러한 것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기교뿐만이 아니고, 그 사람들이 사는 삶, 이런 것들도 역시 존중해 주고 싶기도 합니다.
사회 : 아마 그 문제는 지금 사실 많이 희석되고 있는데 그게 역사적 산물인 거 같아요.
유영대 : 그렇지요.
사회 : 앞으로 우리가 예를 들어 창작음악이랄지 이런 쪽으로 한 시대를 가지고 가면 그 둘이 필연적으로 만나야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은...그 문제도 우리가 앞으로 지양해서 개선을 해나가야 음악의 화합이 이루어져 나갈거라 생각됩니다.
유영대 : 그래서 두 부분이 어떻게 만나서 음악을 만들 것인가 생각을 해봤거든요. 말하자면 우리음악이라는 그 틀 속에다 오늘의 이 얘기들을 담으면 충분히 좋은 음악양식이 될거 같거든요. 그래서 창작음악쪽에 많은 지원을 했으면 좋겠구요.
지난번 서울에서 유라시안 레코즈라는, 말하자면 일본에서 중요한 아티스트들 콘트라베이스 하는 분하고 째즈피아노하는 분하고 우리나라의 해금하고 아쟁하고 작업을 했는데 너무 잘 어우러져요. 째즈라고 하는 것은 세계적인 가장 첨예한 음악이라고 하는데 우리음악이야말로 완벽한 째즈라고 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음악을 그 속에서 지키고 고수할 것이 아니고 세계화시켜서 이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세계적인 아티스트하고도 협연도 좀 해보고 해외공연도 많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 하겠지만 전위적으로 말이지요. 일관성이 있으면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회 : 첨단음악으로 말이죠.
유영대 : 그렇지요. 국악이야말로 첨단음악이라는 그런 인식을 연주하시는 분들이 늘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좋아하는 분들은 더 열광하고 음악도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 음악의 다양성에 대한 얘기는 아까도 몇 번 나왔지만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로 특별한 계층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생기고 있지요. 아까도 제일 문제가 됐던 게 행사를 위한 행사인데 정 선생님께서 어떤 내실 있는 행사를 우리가 내년에 기획을 해야 좋은 자산으로 남길 수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회천 : 우선 올해 도내에 국악무대를 내실 있게 꾸미길 위해서 저는 두 가지 정도를 생각을 했는데 제가 지난 연말에 도립국악원 자문위원회 회의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도립국악단의 3층 강당을 완전히 보완해 가지고 상설공연극장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것은 국악의 해가 아니여도 도립국악원은 그런 사업을 했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원 상설무대화가 굉장한 성공 예가 있기 때문에 400석도 못되는 소형극장이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설공연이라는 것은 국악 대중화의 원년이라고 하는 올해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또 우리 전북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이런 경연대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대사습대회라든지 전국 농악대회 전국 고수대회 등 정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런 대회가 많이 있는데 저는 이런걸 항상 보면서 느끼는 것이 전혀 음악 상품화되지 못하는, 상품이라고 표현해서 안됐습니다만 이것이 전혀 음악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단 말이죠. 예컨대 대회를 위한 대회를 치르고 있단 말은 언론에서 항상 지적이 되는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상을 주기 위해서 누구 잘하는 사람을 억지로 가려내기 위해서 20-30분간에 판소리의 기량을 겨루게 한다는 말이지요. 체육관 한쪽에는 농악 했다 뭐했다 해서 정신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사습놀이라면 전국적으로 알려진 큰 대회입니다. 그래서 이런 도내에 있는 대회를 하루 이틀에 해치울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한 일주일정도 해가면서 충분히 그 사람의 기량도 듣고 또 그 대회자체가 음악회 역할도 겸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도에 도립국악원도 있고 국립국악원이 있는 곳이 드문 걸로 알고있어요. 어쨌든 전라북도는 국악의 본산지고 활성화된 곳이라고 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이런 공립기관을 만들었을 겁니다. 이제 올해 국악의 해는 남원국립민속국악원이나 전주에 있는 도립국악원이나 도내에 있는 국악관련단체나 개인이 함께 국악의 해를 준비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서 유기적으로 서로 계획이나 정보를 알고, 그 중에서도 집중적으로 우리가 참여해야 될만한 것을 나름대로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아주 중요한 말씀이죠, 우리가 상설무대가 없다고 했는데 마침 도립국악원 3층 강당을 사용하기로 한다는..무대만 잘 꾸민다면 아주 좋은 극장이 될 것 같고 그것이 아마 94년이 되기 전에 이루어진다면 국악 활성화가 되어질 수 있는 조그만 계기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상진 선생님께서도 내년을 위한 행사가 더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실 것 같은데 내년에 내실 있는 한해를 가질려면 우리가 어떤 행사를 지원하는 게 좋을까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박상진 : 지금까지 말씀을 해오시면서 유 선생님은 국악이 대중화되지 못했던 음악적 성격방향을 말씀을 해주셨고 정 선생님은 상설무대를 비롯한 어떤 내실 있는 경연대회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2년째를 맞는 해가 바로 국악의 해인데 저는 사회교육개혁을 위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을 합니다. 그 가운데 역사 우리 민족문화예술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당연히 주체성에 대한 부분인데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우리가 토론했던 그러한 부분들을 집약을 해서이든 아니면 따로 심포지엄 같은 자리를 통해서 정책적으로 건의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회 : 국악얘기만 나오면 밤새 얘기해도 안 풀리는데..(웃음) 많은 시간동안에 우리 음악을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94년도는 정말 내실 있는 국악의 해가 되도록 같이 열심히 뛰면서 지켜보는 마음으로 오늘 토론회를 마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 강영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