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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연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꿈을 키우는 기업
황재근 기자(2013-10-10 10:21:01)

동그라미플러스가 생산하는 제품목록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육포와 목공예제품을 함께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에 위치한 동그라미플러스는 장애인 50여명과 비장애인 10여명이 어우러져 함께 일하는 기업이다. 1997년 사회복지법인 중도원이 설립됐고, 1998년 동그라미재활원이 문을 열었다. 동그라미플러스는 장애인들의 직업자활을 위해 지난 2000년에 설치한 동그라미자활자립장이 모태가 됐다. 목제 현판과 명패 등을 만드는목공예사업이 주력이 됐다. 현재의 주력상품인 육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장애인직업재활기금에 신규사업을 신청하면서 컨설팅을 받은것이 계기가 됐다. 본래 하려했던 사업은 인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한 채소건조 사업. 하지만 컨설팅 기관에서는 부피가 크고 생산에 한계가 있다며 다른 업종을 추천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육포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컨설팅 기관의 권유였다.“직업자활을 통해 훈련을 마치고 일반기업으로 취업을 해도 다시 돌아오는 장애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비장애인이 주가 되는 일반기업에서는 장애인들을 배려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직접 회사를 만들어 보자는 게 당시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수익성 있는 사업이 필요했다.” 구형선 동그라미플러스 대표의 설명이다.


동그라미플러스의 직원들은 대부분 지체장애인이다. 그 특성에맞게 보다 공정이 단순한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았을까? 구형선 대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장애인 직업재활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무엇이 잘 팔리는가’이다. 만들기 편한 제품을 생산해봤자 팔리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애인은 복잡한 공정의 제품을생산할 수 없다는 인식자체도 편견이다. 구대표는 “결국 교육훈련이 중요하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장애인도 비장애인보다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지 배우지 못하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육포사업에 눈길을 돌린 덕분에 동그라미플러스는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공공기관의 의무구매품목인 장애인 생산품 시장에서도, 구매권장 품목인 사회적기업 제품 중에서도 육포를 생산하는 기업은 동그라미프러스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는 군납업체로 선정되며 성장세를 지속할 수있었다. 2010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시련이 닥친 것은 2011년. 전국을 휩쓴 구제역파동의 여파가 동그라미플러스에도 들이닥쳤다. 원육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6개월 가까이 생산이 멈춘 것이다. 구대표는 “그간 모았던 자금이이때 거의 바닥이 났다.


어렵게 진출한 일반시장에서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한다. 설상가상으로 군납계약도 종료되면서 그야말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던 상황. 동그라미플러스는 사회적기업의 이점을 살려 돌파구를 만들었다. 사업개발비 지원을 통해 브랜드와 포장디자인을 다듬었고, 설비를 확충했다. 다음에는 사회적기업간 거래를 활용해 ‘아름다운 가게’에 진출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 판매도 늘었다. 일반기업보다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 자활기업의 약점은 친환경 제품 개발로 돌파할 계획이다.


좋은 상품에 제값을 쳐줄 수 있는 소비자와 유통망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생협 납품을 통해 그런 소비자와 유통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주력상품인 육포에 밀려있지만 목공예사업도 체험장 설립을 통해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다. 구대표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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