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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 | 문화현장 [문화현장]
지속성과 공간확보의 과제를 안다
전회매진기록 마당창극 ‘천하맹인’
이세영 기자(2013-11-05 15:22:27)

전통의 대중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브랜드 공연은 무엇이 돼야 할까, 전주 한옥마을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주문화재단이 제작한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에서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천하맹인’은 지난 5월 18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에서 21회의 공연을 열었다.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천하맹인’은 개폐막공연을 제외한 19회 공연이 전회 매진됐고, 객석점유율 100%, 유료관객 점유율 90%를 기록했다. 200석 내외의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을 240석까지 늘리고도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관람객이 생겼을 정도로 공연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유료점유율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고 더 높아졌고 공연만족도도 높아 관람객의 90%가 공연이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천하맹인’의 성공은 한옥마을이라는 기본적인 자산 위에, 두텁게 포진한 지역 예술인들의 끼와 실력이 창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는 데 있다. 여기에 덤으로 오르는 전통 문화 체험과 잔치 음식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 왔을 것이다. ‘천하맹인’의 흥행은 20~30대 관람객의 높은 예매율(67%)에서 나타나듯 ‘전주표’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천하맹인’을 통해 얻었던 성과에 대해 전주문화재단은 ‘천하맹인’이 지역예술인들의 발표기회 확대, 창작여건 개선을 통한 문화경쟁력 강화, 체류형 문화관광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꼽았다. 천하맹인’이 지난해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메고’에 이은 전주마당창극 잔치시리즈 5부작 중 하나로 기획됨으로써 일회성 공연이 아닌 작품의 레퍼토리화 및 공연시즌제 도입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주만의 독특한 공연콘텐츠를 구축해 새로운 브랜드공연으로 가는 길을 ‘천하맹인’은 열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문화재단의 뜻대로 전주마당창극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급한 과제들도 많아 보인다. 운영수입이 제작비 대비 22.4%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제작비의 지원이 불투명한 것이 가장 큰 문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사업비를 지원받지 못할 경우 내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진다. 문화재단이 수궁가의 용궁잔치 중심으로 내년 신작을 준비 중이지만 규모나 장소 등을 실제적으로 꾸릴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주문화재단의 고민도 작지 않다. 송은정 문화사업홍보팀장은 “좌석은 한정되어 있고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티켓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면서 “기업은행의 제주 초청 공연과 같이 다양한 맞춤형 공연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방안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달’과 ‘천하맹인’의 공연에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장소의 부적합성이다. 소리문화관이 공연을 위한 무대가 아닌 탓에 무대시설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 실재로 공연을 관람한 일부 관객들은 객석과 음향의 부실함을 지적했고 전주문화재단도 설치와 철거를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창극전용극장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창극전용극장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고, 일각에서는 창극전용극장이 오히려 마당창극의 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회성 지원이나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꾸준한 관심이 지역의 문화를 살리는 길”이라거나 “성공한 공연이 브랜드공연이 되는 것이지 브랜드공연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는 비판은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 지난 2년 전주문화재단의 시도는 공연 한옥마을 잔치음식 전통문화체험이 결합한 전주마당창극의 상설공연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주마당창극이 브랜드 공연이라면 이제 그에 맞는 시설, 인력,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전주시, 전주문화재단 그리고 지역의 의견이 모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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