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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 | 문화현장 [문화현장]
소리축제, 진화의 가능성을 쫓아라
2013 전주세계소리축제 10월 2일~10월 6일
임주아 기자(2013-11-05 15:23:13)

2013 전주세계소리축제 10월 2일~10월 6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전주한옥마을


‘아리아리랑 소리소리랑’을 주제로 내건 2013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을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소리축제에는 37개국에서 200여명의 뮤지션이 참여해 48개 프로그램, 270여회의 공연이 관객들을 맞았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축제기간동안 총 28만 명이 관람했다고 밝혔다. 올해 소리축제는 10개국 80여명이 참가한 2013아세안축제를 유치해 예년보다 해외 뮤지션의 참여가 큰 폭으로 늘었다. 또 지역 생활문화동호회들이 참여하는 소리주막, 남부시장 청년몰과 함께 진행한 소리밤시장, 지역인디밴드가 주축이 되는 메이드인전주 등 지역민과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펼쳐졌다. 하지만 축제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양한 볼거리문화현장에만 치중해 타 음악 축제와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풍성한 상차림, 빈곤한 주제의식
개막공연 ‘아리아리랑 소리소리랑’은 아리랑을 테마로 세계 각국의 여성보컬 9명이 참여한 콘서트였다. 캐나다 문화전문기자 끌로드 데쇤느 씨는 “서양 음악과 국악기의 조화가 놀라웠다”며 “여러 나라의 보컬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보고 세계로 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색깔이 다른 세계의 여성보컬을 모아 조화를 꾀한 시도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도 잇따랐다. 주제인 아리랑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단순 나열식으로 보였다는 것. 차라리 아리랑에 상응할만한 각국의 전통음악을 함께 들려줬더라면 좀 더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막공연에 지역음악인의 참여도가 낮았다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연습단계부터 타 지역에서 이뤄지다보니 지역문화예술인들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재천 프로그래머의 역할도 지적을 받았다. 개막공연의 공연 지휘까지 굳이 프로그래머가 맡아야할 일이었나 하는 것이다.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다양한 출연자를 발굴하고 전체 프로그램을 끌어가야 할 프로그래머가 개막공연 무대에 직접 올라 지휘를 하고 있어 의아했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조직위 측은 폐막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축제의 성과로 ‘소리축제 브랜드 공연 및 국악 대중화의 안착’, ‘해외초청공연의 2배 증가’, ‘해외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세계축제로서의 기반 확충’등을 꼽았다. 그러나 다양하고 풍성해진 축제의 양에 비해 소리축제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선택과 집중은 여전히 아쉽다는 평이다.
미숙한 축제운영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축제 진행의 근간을 이루는 자원봉사자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프린지에 참가한 한 연주자는 “친절하긴 했으나 알고 있어야 할 안내정보를 잘 몰랐고, 끼리끼리 뭉쳐 다니며 진행에 소홀해 참가자와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말했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문화계 인사도 “놀러 나온 것 같은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공간 활용이 관건
한옥마을과 소리문화의전당으로 이원화된 축제공간의 활용문제도 과제로 남았다. 주공연장 격인 소리문화의전당에 정작 낮 시간대의 공연이 편성되지 않은 것. 반면 한옥마을의 향교, 학인당 등에는 판소리, 산조 등 주요 전통공연프로그램들이 집중됐으나 이미 다양한 컨텐츠로 한옥마을이 가득 찬 상황에서는 축제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 어려웠다. 소리축제의 한옥마을 공연장이 아니라, 한옥마을에 소리축제가 묻혀버린 느낌이었다는 것.
때문에 소리문화의전당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축제 공간의 외연을 넓혀 한옥마을 외곽의 구도심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파가 모이는 곳에 공연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축제를 통해 관람객을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개관한 전통문화전당이나 국립무형유산원 등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로 떨어진 두 공간을 잇기 위한 유인책 마련과 편의성을 높일 대안도 요구되고 있다.

소리축제, 남은 과제
김형석 박칼린 공동집행위원장의 3년 임기가 올해로 끝난다. 두 집행위원장는 취임 당시부터 국악의 대중화, 소리축제의 세계화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소리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옥마을로 옮기고,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을 신설했다. 자체 창작 공연인 ‘광대의 노래’는 상설 프로그램화를 통해 브랜드공연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소리축제 내 경연프로그램인 소리프론티어 활성화에도 힘썼다는 평이다.
반면 축제 기획과 운영을 위한 효율성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서울을 근거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집행위원장은 한두달에 한번 꼴 밖에 전주에 내려올 수 없었고, 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을 오가며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축제 준비에 필요한 빠른 의사결정이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집행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변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올해는 도에서 사실상 집행위원장 역할을 대신할 프로그래머를 인선하기에 이르렀다. 문화계 인사들은 “처음부터 공동집행위원장 자리는 적임이 아니었다. 감당도 안 되고 감당 의사도 없는 집행위원장들은 소리축제의 미래나 조직위의 위상 역시 고민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 문제에 앞서 소리축제의 근본적인 구조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주최를 전라북도에서 전주시로 바꿔야 축제가 제대로 갈 것이란 주장이다. 한 공연전문가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명칭은 전주인데 실제는 도에서 지원하는 행사다. 도비가 전체예산의 70%이지만 출신지역이 다른 도의원들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도민의 혈세인데 전주시민만을 위해서 쓴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구조적 괴리를 극복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미움 받는 축제가 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입장차이로 인한 행정기관의 소극성은 축제의 내실을 채우는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4월, 5월에야 예산이 확정되니 프로그램을 조기에 결정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조급하게 일정을 맞춰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해외 아티스트들의 경우는 2~3년의 공연일정이 미리 짜여있는 탓에 섭외자체가 힘들거나, 벌써 몸값이 몇 배나 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모순을 바꿔야 달라진 축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카이빙으로 기록하는 축제 되길
전문가들은 소리축제가 10년을 넘긴 장수축제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상설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년 동안 쌓인 자료와 기록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주일동안의 축제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방향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것. 이는 반짝하고 흩어지는 조직위원회가 아니라 꾸준히 1년을, 10년을 바라보는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숨어 있다.
김한 조직위원장은 6일 폐막회견에서 “아직도 미비한 부분이 많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도 더욱 많은 도민이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천 프로그래머는 “전주가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잘 가꿔서 세계적 위상의 축제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비중 있는 해외 출연진의 참여는 늘리고,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차별화된 무대와 구성을 통해 더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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