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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 | [서평]
한국 경제 구조 재편과 노동운동의 객관적 위상 조명 『한국경제의 산업구조조정과 노동자계급』 (1993. 녹두. 한국산업사회연구소 편)
지역사회연구모임(2003-09-15 09:50:19)
몇 해까지만 해도 신흥공업국의 모범생으로 꼽히던 한국경제는 고물가, 저성장, 투자와 수출부진, 높아지는 실업률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80년대말이후 한국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는 70년대 이후에 나타났던 경기 순환적인 위기가 아닌 구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80년대 이후 대처리즘과 레이노믹스를 필두로 한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두된 신보수주의, 날로 심화되어 가는 지역 간 경제격차와 불균등구조, 동구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마르크스주의 또는 진보세력의 침체 등은 이러한 현실변화의 중요질서를 파악하기 힘들게 하고 있으며 이론적, 실천적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추동 시킨 핵심적 요인은 기존의 생산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산방식이 대두하면서 나타나는 세계경제구조의 재편과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2차 세게대전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대량생산, 고임금에 기반한 대량소비체제인 포디즘적 축적체계가 자본축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자본축적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품종소량 생산방식(포스트 포디즘적 축적체계)으로 이행하고 있는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80년대말 이후 이와 같은 새로운 생산방식이 확산됨에 따라 선진국 시장에서 저가격을 무기로 했던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적으로 노동운동이 활성화되고 임금 인상과 원화절상 등이 이루어지면서 한국경제는 기존의 대량생산방식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성장의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였다. 다시 말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계와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에 기반한 조립가공형 대량생산과 대량수출에 입각한 성장방식이 더 이상 존속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한국산업사회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조정과 노동자계급』(녹두, 1993)는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80년대 말 이후 한국경제의 변화를 '산업구조조정'(산업구조조정은 국내외 조건이 변화되면서 기존의 산업구조에 입각한 확대재생산이 한계에 직면할 때 민간자본과 국가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의미)에 초점을 맞춰 파악하고 그것이 노동자계급의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함으로써 노동운동이 처한 객관적 위상을 조명하고 그 기반 위에서 노동운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는 결론을 제외하고 산업구조조정의 배경, 전개, 지역별 산업구조의 변화, 고용 구조의 변화, 국가와 자본의 노동정책 등을 각각 독립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나 각 논문들은 새로운 생산방식에 대한 한국 경제의 대응여부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한국경제의 현재 위기에 작용하고 있는 국내외적 요인들을 검토함으로써 산업구조조정의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 일본, 유럽공동체의 3극 구조로 재편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생산방식수용을 통한 축적위기 타개와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수입규제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통한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국제환경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다음으로 산업구조조정의 전개과정을 보면 최근의 경제순환을 크게 두 국면으로 즉 3저호황기와 1989년 이후의 경기침체국면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있다. 호황기의 산업구조정책은 단순조립형 저부가가치 산업의 축적구조의 애로를 타개하기 위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나타났고 경기 침체국면 이후의 산업구조정책은 제조업에서의 기술적 애로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둔 제조업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경공업보다 중화학공업 부문의 비중이 증가하고 자동차산업의 경우 일본과 같은 시장수요구조의 다변화와 제품수명 주기의 단축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기존의 대량생산방식의 재정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조정이 지역의 산업구조변화에 미친 영향을 보면 80년대 산업구조조정과 지역 불균등발전의 변화를 산업의 지역적 편중분포가 재구조화되면서 독점자본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어 자본주의 지역문제는 자본에 의한 지역불균등발전의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회의 간접자본과 지역주민의 생활에 관련된 일체의 여건이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삶의 질에서도 지역적 불균등화가 심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산업구조조정의 결과 자동화와 합리화를 진전시킴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인력절감효과로 제조업의 인력부족 현상과 서비스업의 인력이 증가되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구조의 변화는 직종별 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바 기술 집약적 산업일수록 연구기술직의 상대적 비중증대를 가져오고 생산직의 비중이 저하되는 것으로 보고는 있다. 국가와 자본의 노동정책(5장)에서는 현 정세의 특징을 '자본의 지배강화' 즉 노동에 대한 자본의 일방적 지배의 시대로 보고 있다. 저자는 정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3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항구적 산업평화체제의 정착'을 설정한 것은 그 기본성격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재생산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적 통제방식보다 법률, 행정적 장치를 이용한 억압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의 위기는 구조적인 것으로 즉 새로운 생산방식의 확산과 관련되어 있으며, 산업구조조정 정책은 총자본의 이해를 위하여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려는 것, 산업구조조정의 내용도 여전히 양적 팽창위주의 대량생산방식에 입각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들은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대응으로 나타난 산업구조조정의 성격이 대량생산방식의 재정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 대량생산방식이 통용되는 시장은 축소되고 내수시장과 주변 수출시장(동구과 중국 등 아시아)도 축소되기 때문에 90년대 한국경제는 일본경제의 하위파트너로서 동남아시아, 중국 등 주변적 수출시장과 내수시장 위주의 저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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