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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 문화현장 [문화현장]
지역콘텐츠, 능동적으로 바라보되 가치를 지켜라
제4차 한국지역학포럼 | 11월 1일 | 전주역사박물관
임주아 기자(2013-12-09 17:14:13)

각 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정책은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문화산업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거둘 수 있어 문화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계를 보인다. 지역학과 지역문화콘텐츠를 함께 가져가기에는 콘텐츠의 신뢰성과 그 기준이 모호하고, 기초 자료와 연구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학문적인 연구 단계를 넘어 새로운 산업분야로,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나아갈 가능성의 기로에 있는 지역학과 지역문화콘텐츠. 이에 대한 각 지역학 연구자와 전문가의 포럼을 주제발표 중심으로 들어보았다.


도시유산의 중추, 주민과 함께 해야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울학 연구소 송인호 소장은 ‘서울학과 한양도성’을 주제로 한양도성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했다. 한양도성 명칭에 관한 연구를 자세히 소개한 송 소장은 도시유산가치를 네 가지 정의로 정리했다. 수도 서울의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도시규모의 성곽유산이라는 것, 육백년의 역사층위가 축적된 유산이라는 것, 땅과 한 몸으로 구축된 문화유산이라는 것, 집단 장인기술로 구축된 유산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한양도성은 그 자체로 유적의 범주에 속하면서 역사도시경관을 이루고 있는 도시유산”이라 설명한 뒤 서울도심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도심의 도시경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한양도성이 중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토론에 참여한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일반시민들은 이곳을 성곽마을이라 부른다. 그 주변 인접한 삶이 중요하다. 지역주민홍보교육이 필요하고, 상당한 재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많은 계획과 지원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관광명소화에 대해서는 사전 관리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어디까지’를 백제로 볼 것인가부터
백제사 연구가 활발한 충남은 어떨까. <충남학과 백제사>를 주제로 발표한 강종원 충남역사문화원 연구실장은 “백제역사유적기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등 긍정적 측면에서의 재평가가 이뤄져 지역학의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충남은 백제시대의 왕도가 공주와 부여에 위치함으로써 백제문화의 정수를 간직하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 활용화가 되기엔 콘텐츠 자료조사나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하고 활용분야의 제한이 있어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지적했다. 끝으로 전통문화를 그대로 계승 재현하기 보다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선택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여한 양윤식 서울대 건축학 박사는 “백제산업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은 일반적인 지역문화산업의 문제점이라 해도 무방하다”며 “백제 700년 역사 중 공주와 부여시기에 집중된 200년간 백제의 부각은 지역과 주제의 한정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풍납토성에 대한 조사와 이해의 확장은 매우 긴요한 주제”라 제언했다.


이야기 많은 제주, 구슬 꿸 재주 필요해
이어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장이 ‘제주 말문화의 역사적 고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제 3주제 <제주학과 말산업>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는 ‘문화원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주의 역사, 설화, 민담 등의 원형을 바탕으로 가공하는 것이 말 산업의 주된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진행되고 있는 산업 현황으로 ‘조랑말체험공원’ 안드로이드 앱과, 제주말을 소재로 촬영된 영화 <각설탕>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사례가 제주말 산업화 현황이라기엔 알맹이가 빈 느낌이었다. <각설탕>은 개봉된지 십년 가까이 되었고, 공원 앱 하나로는 콘텐츠 산업을 말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토론에 참여한 허남춘 제주대 교수의 말이 와닿았다. 관이 주도하는 산업화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나타낸 그는 “지역학을 정리하고 정립할 시간도 없이 성과에만 급급해 결과물을 채근하는 관의 태도는 지역학자들에 의해 불식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제주학의 콘텐츠는 말과 흑돼지, 감귤, 장수문화와 결합하고환경과 신화 등 살아있는 문화구술 신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통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 ‘켜‘들을 목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순덕 센터장은 헌마공신 ‘김만일’(1552-1660)의 목장을 이용한 체험콘텐츠 활성화와 제주마 승마코스 개발, 목장 박물관 설립 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한옥마을의 성공과 한계
이번엔 전주로 가 보자. <전주학과 전주한옥마을>을 주제로 발표한 예원예대 문윤걸 교수는 전주전통문화도시 사업의 정책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주 창조도시화 전략의 함의를 끌어냈다. 전주 한옥마을 성공 사례는 “지역이 가진 문화와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라는 의미”라며 이는 전통문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해석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마을 추진 과정에 있어 전주시지역혁신협의회 문화산업분과협의회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강조하며, 비전과 현실 간의 왜곡, 목표와 정책 간의 목표를 찾고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옥마을 공동체등 지역주민과의 대화, 역사학자, 문화기획자, 전통문화관련 전문가 토론회, 한옥보존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와 의견 조율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민간협치 프로세스를 적절히 구축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지역발전계획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지역발전전략으로서의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정책은 명백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정책이 우선 고려해야할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 ‘무엇이 전통이며, 전통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분류나 정의에 관한 한계, 이러한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할 지역 재원 부족의 한계 등이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문화 및 경제, 그리고 지역발전이라는 관점과 지향들이 균형있게 조정되고 적절히 구현된 문화정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한 탐색은 계속 돼야 한다며, 동시에 이를 전주학이 하나의 연구주제로 삼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진정성에서 가치가 나온다’는 말에 모두 공감하면서 전통에 관한 능동적인 시선의 필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지역학이 지역 콘텐츠에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양면성’에 대해 고민했다. 더불어 성과주의에 물든 관의 태도를 지적하고 일반시민과 가치를 공유, 단체간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을 위한 계획”, “축제는 없고 이벤트만 있다”는 말에는 지역학의 아픈 고민이 들어 있었다. 이날 장시간 포럼이 끝나고 시민들과 심도 있는 질문이 30분가량 오고 갔으며, 좌석에 앉아있던 한국지역학포럼 소속 지역학 연구자들이 저마다 토론 감상평을 전하기도 했다. 대구경북학회 소속 관계자는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럴 때일수록 주제를 좀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다루었으면 한다. 한국지역학포럼을 전국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알리자”고 말했다. 다음 5차 포럼은 내년 제주에서 열릴 계획이다.
이날 포럼은 지역학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모여 2012년 결성한 ‘한국지역학포럼‘이 주최했다. 전국 10여 개 지역학 연구 관련 기관 단체가 참여하는 한국지역학포럼은 분기마다 지역 순회를 돌며 지역학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전주역사발물관에서 열린 4차 포럼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과 서울학연구소(소장 송인호)가 공동으로 주관해 4개 지역 연구원들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각 지역별로 대표적인 ’문화관광산업‘을 선정, 추진 과정과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지역학의 역할과 연구방향을 찾아보고자 했다. 이동희 관장은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한국지역학 포럼을 전주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전주학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전주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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