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중구 중앙동과 동광동은 부산의 원도심 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곳입니다. 개항 이후 근대도시 부산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원도심 지역은 도시의 중심 기능을 모두 갖춘 곳으로 많은 물자와 정보,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소였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모든 도시가 변화를 겪듯이 이 곳 원도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9년 부산시청이 이전 하는 것을 기점으로 원도심 지역은 빈 사무공간과 낡은 건물, 오래된 골목들만이 남겨진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9년경에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이 원도심 지역을 새로운 활력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생각들을 공유해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렴한 임대료와 많은 유휴 공간과 함께 근대도시 부산이 지녀온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활용한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됩니다.
마침 그 시기에 원도심에 문을 연 인문학카페 백년어서원은 이 움직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인문학 모임을 하던 문화예술인들이 당시 부산시의 문화행정 담당자와 만나게 되어 부산시가 가진 미술의 거리 조성에 대한 계획을 함께 준비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현재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에서 마련한 제안서를 부산시가 수용하고 이를 운영하도록 협약을 맺게 됩니다. 이 제안서에서 중요했던 것은 미술 중심이 아닌 다양한 예술 장르를 수용 한다는 것과 임대비만을 지원하는 형태로 예술가들의 자립을 유도한다는 것, 그리고 지역 건물주와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활동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이 중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서 또따또가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쉽게 눈에 띄는 1층 공간을 배제하고 건물의 3,4층이나 후미진 골목 안으로 공간을 마련해서 향후 부동산 가격의 빠른 상승을 막고 임대가 잘 되지 않던 공간들을 임대해 줌으로써 지역과의 유대를 만들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안 성과 중 하나는 ‘팔 길이 원칙’을 지켜서 행정적 간섭을 하지 않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는 겁니다. 부산시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이 프로젝트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처음부터 약속했고 지금도 이 부분은 잘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는 그렇게 2010년 3월 개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따또가 라는 명칭은 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잘 설명하고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용, 배려, 다양성 등의 의미로 해석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에서 먼저 첫 글자 ‘또’를 가져왔고, 예술가들이 각자 나름의 활동을 하지만 함께 어울려 협업을 이루어 나가고,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따로 또 같이’를 줄여 ‘따또’를 만들었으며, 마지막 ‘가’는 거리를 의미하는 한자어로 문화예술 활동을 열린 공간으로 가지고 나와서 일반인들과 조우하고 일상의 문화예술 활동을 만들어 나간다는 뜻으로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결국 또따또가는 다양성과 협업,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활동은 2014년 5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1차 사업 3년간은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된 예술가들과 지역민들이 만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2차 사업이 진행 중인 지금은 다양한 협업과 교류를 만들어 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따또가의 주요 사업인 시민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비타민C와 또따또가 예술문화축전은 도심 속에서 가능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의 모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활동들이 작가들 간의 연대와 협업, 시민들과의 친밀감을 만들어내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들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심 속 창작촌 또따또가의 활동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형성된 다양한 지역과의 네트워크는 이제 지역 간 연대, 국가 간 교류로 발전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따또가 프로젝트의 과정과 성과는 조금씩 시간을 들여 만들어 나가는 중이며 성공신화와 같은 유행에 편성하거나 화려한 구경꺼리로 변모되어 가는 관광지형 도시 재생이 아닌 공동체적이고 서민적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바라보는 방향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이 곳 원도심 지역에도 조금씩 재개발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이러한 변화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항상 고민 중입니다. 지역에서의 커뮤니티와 연대를 통해 역사적 공간과 휴식이 될 수 있는 거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더불어 살아가기를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로는 이루지 못할 일들을 함께 모여 고민하고 활동하면서 찾아내고 확인한 가능성들을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또따또가는 단지 부산의 원도심 지역에 한정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삶에 문화예술이 어떤 활동으로 참여할 수 있을 지를 실험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관심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좀 더 살아갈만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에 관심을 두고 느리지만 차분히 일상을 챙겨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