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신명나는 봄의 흥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범성 박범훈의 ‘신(神)’이라는 글자로 시작되는 세 개의 대표작. ‘신모듬’을 시작으로 ‘신내림’, ‘신맞이’ 3부작이 그것.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윤석중) 관현악단(단장 유장영)은 신춘음악회 ‘춘흥(春興) 박범훈의 신맞이’를 마련했다. 지난 5일 저녁 7시 30분 한국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공연은 국악작곡가 박범훈의 신(神) 시리즈 및 최신곡으로 준비된 무대였다.
이날 연주회는 박범훈의 신(神) 시리즈 첫 번째로 구성된 ‘신내림’과 2013년 아창제(ARCO 한국창작음악제) 위촉곡인 ‘가리잡이’, 2013년 국립국악관현악단 박범훈의 ‘소리연’ 위촉곡인 가야금협주곡 ‘경드름 산조’, 2008년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창작작품 위촉곡 ‘신맞이’, 사물놀이를 위한 관현악 ‘신모듬’ 순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연주 시작에 앞서 유장영 단장의 입지자들의 소개는 흡사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첫 순서는 1991년 대한민국 국악제 위촉작품인 ‘신내림’이었다. 신내림은 경기무속음악을 테마로 작곡한 작품으로 신명나는 굿판의 분위기를 관현악과 노래를 통해 선보였다. 특이했던 점은 피리와 타악기로 전통적인 굿판의 모습을 자아낸다면,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전통생활도구 ‘키’를 악기처럼 긁어 연주해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번 신춘음악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해금 협주곡 ‘가리잡이’와 가야금 협주곡 ‘경드름 산조’는 양악과 국악의 하모니를 이루었다. 많은 신(神) 중에서 필요한 신만을 모신다는 뜻의 ‘가리잡이’는 해금의 자유분방한 선율과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음색이 서로 가락을 주거니 받거니 넘나들었다. ‘경드름 산조’는 기존 산조 연주에서의 형식으로부터 벗어난 산조다. 남조계면조 가락이 빠진 산조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밝고 가벼운 경드름 산조는 사뿐사뿐 봄을 맞으러 가는 발걸음과 같았다.
‘신맞이’는 말 그대로 굿판의 연희형식을 협주곡으로 활용해 무당이 신을 맞는다. 신 시리즈의 완결판인 신맞이는 동해안 별신굿, 경기 이남지방의 도당굿, 황해도 최영장군 당굿에 쓰이는 장단과 음악을 활용했다.
공연의 대미는 사물놀이를 위한 관현악 ‘신모듬’이 장식했다. 말 그대로 신이 한데 모인다는 ‘신모듬’은 한강 남쪽 지방의 무속음악에서 사용되는 음악적 특징을 활용한 국악관현악곡이다. 흥겨운 삼채와 휘모리 가락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신모듬은 점점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 휘몰아친다.
이날 한 관람객은 “신춘음악회 공연이 해설 음악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휘자의 실언이 많아 공연 보는 내내 불편했다”며, “음악회 전체 분위기가 반감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범성(凡聖: 뭇소리) 박범훈은 86아시안 게임,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대구유니버시아드 개막의 작곡 및 지휘 등을 맡았다. 또한 ‘중앙국악관현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 한중일 3국의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해 민족음악의 교류 및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섰다.
협연에 나섰던 김남은(애라)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이수자이며, 김일륜은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다. ‘신맞이’는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5호 최영장군 당굿 예능보유자인 서경욱, 사물놀이는 사물광대가 함께 협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