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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칼럼·시평 [무대 뒷 이야기]
무대 말고, 객석에 앉아보세요
명상종 한국소리문화전당 공연기획자(2014-06-03 09:48:32)

공연은 아티스트와 제작진과 관객으로 구성된다고 하지만, 사실 관객에 대한 부분은 잊고 가기가 쉽다. 관객은 그저 만들어 놓은 공연을 보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연출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량한’ 관람 태도를 지닌,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만나게 되면 관객은 그냥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불량스럽든’, ‘모범적이든’ 관객이 없는 공연은 ‘팥소 없는 찐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공연의 성패는 결국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고로 좋은 공연은 아티스트와 제작진과 관객의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실상 제작자나 기획자의 고민이 가장 적게 미치는 부분이 ‘관객’이다. 

같은 콘셉트의 전국 투어 공연을 보면 똑같은 아티스트와 똑같은 연출의 공연임에도 서울과 전주, 대전과 부산 등 각 지역의 현장은 눈에 띌 정도로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객석의 반응, 관객들의 분위기는 공연 전체의 흐름을 바꾸며 변화무쌍하게 공연을 이끌고 간다. 바로 그 이유는 ‘관객’에게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관객’을 앉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척 고민스러운 부분이지만 기획자의 ‘관객개발’은 그래서 필요하다. 연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연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관객개발을 위한 기획자의 세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공연장에서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인디밴드 공연을 정기 시리즈로 이어가고 있다. 벌써 몇 해를 넘기며 진행되고 있지만, 첫 해에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인디밴드로 어떻게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좋은 관객’ 덕분에 지금은 효자공연이 되었다. 이 공연을 담당한 기획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반적인 홍보나 모객활동 대신 적확한 타겟을 향해 집중했다. 젊은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SNS공간이 중심 홍보매체였다. 꾸준한 SNS의 관계맺기와 소통을 통해 오랜 기간 차츰차츰 늘어간 마니아층과 매달 출연하는 각 밴드의 팬들이 객석 분위기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출연진들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공연이 끝났음에도 무대를 떠나기 아쉬워하고 공연을 준비한 제작진도 만족스럽게 무대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공연은 관객들만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음향은 좋았는데 무대는 꽝이었다, 조명은 좋았는데 음향이 영 아니었다는 이야기는 공연이 안 좋았다는 말과 같다. 다 좋았는데 분위기 못 맞추고 시큰둥하게 앉아있는 옆자리 관객 때문에 공연 분위기를 망쳤다는 것도 공연이 안 좋았다는 말과 같다.

결국 뭔가 모자란 공연은 아티스트와 제작진 그리고 관객들이 모자랐던 것이고, 잘 된 공연은 그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제작자, 기획자는 객석에 자주 앉아봐야 하지 않을까.

공연의 성공은 객석에 있기 때문이다.

 공연,  관객,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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