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 | [시]
갈매기 공중
고형렬(2003-09-15 14:37:20)
부산 사하구 하구언 둑을 걸어가다가
나는 아내가 너무 높이 올라가서
하늘을 원을 그린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의 높이 나는 자신의 날개가
까마득한 공중 속에서의 맴돌기가
아내는 무척 즐거운 모양이었다
낙동강 바람이 저녁을 만들 때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랐다
빙빙 돌면서 다른 방향으로 돌았다
사백 미터 높이에서 돌고 아내는
삼백오십 미터에서 돌며 아아아 하고
멀리 바다를 내다보곤 그만 소리쳤다
아내는 나를 올려다보며 이제 됐어요
어지러워요. 어지러워요 이제 그만
서로 동으로 북으로 돌며 소리치던
아이들은 둑 아래 바닷물에 내린다
부산을 떠난 그들은 날개를 접고
그녀는 그 뒤 꿈없이 평생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