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 | [저널초점]
1994년 대학입시제도가 남긴 것들
새롭게 변화된 입시제도
이기대 완산고 교사(2003-09-15 14:38:12)
1.수학능력 고사
새로운 입시제도인 수학능력고사는 7차에 걸친 실험평가에 의해 그 윤곽이 잡혀 출제방향에 맞추어 준비를 하였으나 기존의 입시제도에서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감이 남아 있었다.
기존이 주입식 교육에 따르는 정답 골라내기 식의 수업에서 사고력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통합교과서적인 학습활동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에도 주관식 문제가 있었으나 단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단답형 위주의 문제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준에는 미흡하였다. 또한 학생들은 3학년에서 1년여에 치루는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선지원 후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배짱지원에 따른 사회적인 부작용도 일었었다. 이런 점에서 수학능력고사는 수업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고 학생들에게 폭넓은 독서를 요구하여 정상적인 교육의 틀을 잡아 나가고, 선시험 후지원으로 자신의 성적에 알맞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함으로써 배짱지원에 의한 부작용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 미달사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으나 대학이 자율권에 따른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탈락시킴으로써 95학년도에는 배짱지원의 풍조가 많이 사라지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 고사는 학생의 적성에 따른 문(文), 이(理)과 구분이 없이 고사를 실시함으로써 이과(理科)학생들이 문과(文科)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얻었고 거의 모든 대학이 교차지원에 따르는 감점제도가 없어 문과학생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 앞으로 수능시험은 출제진들의 참신한 문제유형에 대한 끊임없는 출제연구와 합리적인 고시운영, 그리고 기조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한, 교사의 부단한 수업연구와 학생들의 폭넓은 독서, 사고력 지도 등에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2. 내신성적
94학년도 입시에서는 고교 내신성적을 30%에서 최저 40%이상을 반영함으로써 대학별 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학에서는 내신성적이 당락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등급에 따른 내신성적을 의식한 외국어 고등학교와 비평준화 고교에서의 다수의 학생들이 자퇴를 하고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교평준화 시책에 따를 정상적이 교육을 정착시킨다는 차원에서 불 때 내신성적 반영 비율은 더 향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신성적이 입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첫째, 내신성적에 반영되는 고사를 수능시험 출제 경향에 맞추어 학생들이 수능시험 적응력을 키우도록 교사의 수능시험 경향에 맞춘 출제연구가 뒤따라야 되겠다.
둘 때, 철저한 고사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학생들의 내신성적에 대하 무리한 욕심으로 부정한 방법을 시도하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키는 올바른 가르침이 뒤따라야 하겠고 공정한 고사관리 체제를 운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어 가끔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는 성적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지 관리 보안, 고사 감독 관리 등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3. 대학입시
94학년도 전국 대학의 신입생 선발 요강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시험 성적에 내신성적을 더하는 방법과 이에다가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대학별고사(본고사)를 치르는 방법으로 시행되었다.
특히 서울대를 비롯한 9개 대학에서 다시 실시한 대학별 고사는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최대의 변수로 등장하였다. 대학별 고사는 대학이 수능시험과 내신성적 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였을 때 현재와 같은 입시 획일화가 계속되고 고교수업도 종래의 암기식 위주의 수업에 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고사에서 드러났듯이 대학의 선발권 확대, 학생의 대학 선택권 신장, 주관식 출제(논술포함)등 긍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대학이 선발 시험의 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많은 대학이 교육부의 강력한 축소유도를 이유로 슬며시 물러난 점과 서울대의 입시과목에 타 대학들도 비슷하게 따라감으로써 수험생들에게 결과적으로 내신성적, 수능시험에 본고사가 겹쳐 이중 삼중의 부담만 안기게 되었다. 또한 이번 입시의 특징인 복수지원도 수험생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기본취지와는 달리 입시일자 조정에 실패함으로써 수험생 배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 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4. 맺음말
교육 당국은 앞으로 이번 입시에서 이화여대의 25개학과 및 전국 12개대학 70여 개의 학과에 이르는 대거 미달사태와 일부 대학에서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는 등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여 95학년도 입시에서는 정상적인 입시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
또한 대학별 고사에 대한 문제정리와 그 시행을 조속히 마련하여 수업방식에 대한 일선학교에서의 불안감을 속히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