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 | [저널초점]
1994년 대학입시제도가 남긴 것들
학생선발은 학교의 자율과 책임에 맡겨져야 한다
강승규 우석대 교육학과 교수(2003-09-15 14:39:04)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 차례의 수락능력고사를 치루고 그 중에서 좋은 점수를 택하여 이 수학능력고사와 내신성적의 점수로만 대학에 지원하기도 했으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포항공대 등 일부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학에서 실시하는 본고사를 다시 응시하여 수학능력고사와 본고사 점수와 내신성적으로 대학에 들어 갈 자격을 얻기도 하였다.
또, 일부 사립 대학에서는 특차제도를 두어 고등학교의 내신성적만으로 합격을 판정하는 데도 있었다. 가장 부담이 없는 특차전형에 내신이 좋은 학생들은 많은 매력을 갖기도 했다.
이렇게 변화된 대학입학시험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에 극히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과거에 비하여 대학입시가 다소 다양해지기도 하였으며 제도적으로나 각 대학의 자율이 폭도 넓어진 셈이나 본고사가 없이 수학능력고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한 대학들에서는 '눈치'에 의한 지원이 많아져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런 현상이 있기도 했다. 370대 1이라는 경악스런 응시율이 있었는가 하면 복수지원을 허용하면서 본고사와 수학능력고사로 한가지 기준에 의한 평가가 아닌 다양한 기준으로 선별하여 학생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지원하여 대학을 들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중간에 변질되어 수학능력고사만으로 입학시험을 치룬 탓으로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시행 상에 큰 문제들이 야기된 셈이다. 대학입학시험을 어떻게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좀더 학생들에게 '공정한 평가'와 '편의' 그리고 '정확한 평가'가 주어지고 대학에서는 '자율적 관리'로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공정한 입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결국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입시에서 이러한 모든 상충된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제도가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런 혼선을 차츰 없애가야 한다는 말은 늘 당연한 주장이다. 여기에서 문제를 모두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지면이 못되므로 중앙집중적인 통제로 시행하는 수학능력고사와 입시제도에만 국한하여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보기로 한다.
고등학교 3학년에 수학능력고사를 실시하면서 일각에서는 우선 과거와는 달리 시험문제가 단순암기능력을 테스트하는 식을 탈피한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육이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의 자율적인 수업능력을 신장하는 쪽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점은 수학능력고사의 큰 장점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점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 두 차례의 시험을 거치면서 두 번째의 시험에 기대를 많이 건 학생이나 그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는 큰 실망을 주기도 했다. 처음의 시험에 비하여 어려웠던 탓으로 좀더 점수를 얻어 보려는 학생에게는 좌절은 안겨주기도 했다. 사실 제 1차 시험이 끝난 후 제 2차 시험이 있기까지 약 3개월은 수험생과 그 학부모와 담당교사들은 말 그대로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었다. 왜냐하면 제2차 시험에서는 그만큼 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2차 시험이 어려운 것에 대해서 원망이 큰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여론은 수학능력고사를 한차례만 실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수험생에게는 두 차례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실수의 기회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즉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차례 이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더 교육적인 입장에서 고려해 보아야 할 일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이외에, 수학능력고사를 실시하면서 이를 더욱 교육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병행 또는 선행하여 이루어져야 할 조건들로 지적된다.
수학능력고사라는 교육부 중심의 조치에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의 방향이 전환된다는 점은 우선 교육의 조건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는 점에서는 이를 좋게 받아 들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좀더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우리 사회는 관(官)중심에서 민(民)중심으로,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남북 간의 냉전대립에서 평화통일의 시기로, 획일화에서 다양화와 국제화로의 전환 등 복합적인 전환의 시점에 놓여 있다. 이 복합적 전환의 가치를 학교교육에서는 선도적으로 반영하여, 그 교육의 방향을 균형 있게 잡아가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교육을 중앙집권에 의해서 획일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은 독재정치에서 시도한 병폐들이었다. 이제는 이 복합적인 전환의 가치를 단위학교가 각각의 특성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다시 수학능력고사를 검토하게 되면 중앙집권적인 권위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대학의 입학시험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지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교육 또한 낱낱의 학교의 학생과 교사와 행정의 실정에 맞게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고등학교 나름대로 각자의 특성에 맞게 교육내용을 다양하게 편성하여 학생의 진로에 맞게 운영하여 가도록 하여 다양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학능력고사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이를 정부주도로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변화되어야 한다. 대학들간의 자율적인 협력으로 수학능력고사에 버금가는 시험도 허용할 만하다. 즉 대학은 대학대로 자신의 역량에 맞게 연합적인 체제로 대학의 입시를 운영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다. 교육부의 수학능력고사가 의무적 선택이 아닌 임의적 선택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 각 대학이 자신의 책임 하에서 자신의 대학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학 능력고사로서 모든 대학의 입학시험을 조정하려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대학 나름대로의 자율적인 역량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더욱 교육적인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다양성을 강조하면 얼핏보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고등학교의 교육 방향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이견이 반사적으로 가능한 말이나, 이는 늘 타율적으로 통제 받으며 생활하게 한 우리의 정치문화의 영향에서 길러진 극히 타율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사고 형태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자주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이 미래의 불확실한 사회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각각의 학교에 자주적인 행정이 들어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학생과 교사의 자율적 인격을 형성하는 좋은 길이라는 생각은 항상 옳은 말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자신의 찾는 일이다. 교육의 최종 목적이 있다면 본인들이 각자 자신의 것을 스스로 정상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맡고 있다. 대학입학시험은 학교의 자율성을 신장하고 학생과 교사의 자주적 능력과 입체적 종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적극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