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2 | [저널초점]
1994년 대학입시제도가 남긴 것들
선택
안명옥 학부모(2003-09-15 14:40:51)
선택은 갈등을 느끼게 한다. 최초로 글을 쓴다는 부담은 나에게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승열이가 있기에 이런 기회가 나에게 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은 동시에 부탁을 받아들이게 하고 말았다. 이 사실도 내 인생의 소중한 선택이 되었다. 이같이 한 인간이 좀더 성숙해지기 위해서 한번쯤은 머물러보고 싶은 곳, 그곳이 나는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멋진 교수님들의 수업을 받아가면서 그동안 허기진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또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 바로 이런 곳에 나의 아이들도 가게 되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도 험하여 마치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듯 했다.
날마다 밤늦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잘못된 교육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성적이 왜 오르지 않는 걸까? 하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나의 양면성을 증오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딸아이가 92학년도에 마지막으로 학력고사를 치르고 난 후 합격통지를 받는 날까지의 그 초조함과 긴장이란....
그리고 93년도에는 승열이가 수많은 혼돈과 갈등 속에서 최초의 수학능력시험을 치루고 갈팡질팡하다가 무사히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수능시험의 실시가 바람직하다고 느끼면서도 현실적으로 독서가 습관화되지 못한 수험생들이 문제를 대충 느낌으로 선택함을 알았다.
이는 1965년에 대학에 가기 위해 본고사를 치루었던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하였다.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니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입시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제는 각 개인, 가정, 대학, 기업이 모든 것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내어 민주화의 장속에 어우러져 멋있는 한판의 춤을 추어야 되지 않을까?
우리의 교육제도가 이제는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를 때까지 성숙된 민주시민의 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의 생활화와 대화를 바탕으로 하여 논리적 사고와 추론 및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이에 나는 앞으로도 정상적인 학교교육의 실시와 변화하는 국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고교내신제는 10등급으로 급간을 정하고 30%정도 반영하며, 수능시험은 1회로 11월말 또는 12월초에 실시하되 30%정도만 반영하면 좋겠다. 수능시험은 객관적 오지 선다형이므로 수많은 지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묻고자 하는 내용에 접근하여 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장점이 있지만 모르면서 느낌으로 찍는 요행수가 작용하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의 보완으로 대학 본고사를 두 과목 정도로 하여 40%정도 반영하면 좋겠다. 이는 수능의 단점을 보완하여 문제의 답을 주, 객관적 가치와 논리, 추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접근할 수 있다. 본고사 출제가 어려움이 있는 학교는 공동문제은행 출제를 한다면 바람직하겠다.
이와 같이 각 대학의 특성과 책임의 비중을 높여주는 것이 좀더 노력하고 대완화된 21세기의 대학 형성에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능력과 분수에 맞는 대학의 학과를 선택하였기에 새로운 이딜에 충실할 것이라 믿고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자신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낀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수많은 선택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숙되어 가므로 대학도 유별나게 소란을 떨지 않으면서 조용한 가운데 한 인간으로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데 도움을 주는 또 하나의 작은 선택일 것이다.
고로 어떤 선택이든지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체가 되어 하루의 생활을 이끌어야 한다.
나는 이제 시간의 연속성 위에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승열이는 자기 인생의 앞자리에, 나는 뒷자리에 서서 도움을 청할때만 인내심을 갖고 조용하게 도와야 한다는 가장 보편 타당한 진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