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에 품앗이가 있습니다. 서로가 부족한 일손을 도우는 것인데 모내기와 추수, 길쌈은 물론이고 관혼상제 등 사사로운 일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도왔습니다. 품에 대해서는 보답이 원칙이지만 그렇다고 꼭 갚아야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자원봉사’의 성격과 비슷하였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은 절망을 걷어내고 희망을 싹 틔우는 일입니다.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것이 자원봉사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데도 자원봉사만한 게 없습니다. 지역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희망의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역 축제 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시민부터, 직접 봉사활동을 기획해 자원봉사 팀을 운영하는 대학생, 사회복지센터에서 봉사자와 수혜자를 관리하는 사회복지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품앗이의 전통이 자원봉사로 거듭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는 모습, 이들이 있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건 아닐까요?
각광받은 자원봉사, 공동체정신회복의 통로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고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자연스럽게 자원봉사가 각광을 받게 됐다. 자원봉사는 보수를 기대하지 않고 타인을 돕고 공익에 기여하는 활동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자기의 연장(extension of self)이라는 의미 있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자원봉사의 역사를 보면, 1960~70년대 새마을운동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소박하던 자원봉사활동은 1986년 서울아시아게임과 1988년 국제올림픽을 계기로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자원봉사는 민간보다는 정부 주도로 발전한 경향이 있다. 현재 자원봉사에 대한 행정지원체계에서 중앙정부는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 중앙정부 부처 중 행정안전부는 자원봉사의 주무부서로서 지역의 248개 자원봉사센터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민간 및 정부 전체 자원봉사활동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목표로 자원봉사 관리인증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민간영역에서도 다양한 자원봉사단체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비교적 활동이 많은 단체를 열거하자면, 자원봉사에 관한 대중교육과 정책제안을 하는 한국자원봉사포럼, 교육훈련단체로서 한국자원봉사문화(구 볼런티어 21)와 한국자원봉사연합회, 관리자조직으로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학술단체로서 한국자원봉사학회 등이 있다.
기업봉사단으로는 삼성, SK,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재해구호단체로는 대한적십자사,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안전생활시민연합, 재해극복범시민연합 등이 있다. 해외봉사단체로는 유니세프,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코피온 등이 있다. 각 대학에는 자원봉사단이 설치돼있으며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대학생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종교기관은 자체적인 봉사활동 이외에도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있다. 이제 자원봉사를 빼고는 기업도, 학교도, 종교기관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부와 명성을 가진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과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 책임을 실천하는 개념으로서 현재 사회지도층의 건전한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프로보노(pro bono)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을 위해 무료로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봉사를 말한다.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프로보노는 현재 의료, 경영,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기술을 전수하고 전문컨설팅을 수행한다.
인류사회를 발전시키는 노력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보수를 받고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를 받지 않음에도 노력하는 것이다. 발전된 사회에서는 이 두 가지 노력이 동일하게 존중된다. ‘보수’와 ‘봉사’라는 2개의 커다란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사회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봉사,’ 즉 보수나 금전적인 보상 없이 노력하는 일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 보일수록 그 사회는 성숙한 사회,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다. 현재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좋은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이 개발돼, 자원봉사가 일상적인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을 이루는 가족자원봉사
최원규(전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오늘날 ‘가족자원봉사’는 친숙한 용어로 다가온다. 하나의 단위로서 가족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가족자원봉사이다. 부부와 자녀, 혹은 조금 넓혀서 조부모와 손자 손녀, 그리고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양로원을 방문한 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아빠는 장작을 패고, 무거운 짐을 정리한다. 어린 자녀들은 식탁을 차린다든가, 혹은 양로원 할아버지나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하고 그냥 이야기 상대가 되기도 한다. 이윽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방문한 가족이 음식을 먹으며 환담을 나눈다. 웃음꽃이 피어오르는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봉사를 마치고 귀갓길에 온 가족이 떠들썩하게 조금 전 자신들이 방문해서 시간을 보낸 양로원과, 그곳의 노인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식구들의 활동에 대해 결코 그칠 것 같지 않은 대화를 이어간다.
가족자원봉사는 식구들 사이에서 무엇인가 공동의 대화꺼리를 끊임없이 제공해주기 때문에, 가족응집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족자원봉사는 또한 어린 자녀들에게 자원봉사를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모가 솔선하여 봉사에 나서는 모습은 어린 자녀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고, 또 이를 따라하고 싶어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자원봉사는 봉사문화를 꽃피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전라북도에도 여러 가족자원봉사단이 꾸려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참여하는 분들도 매우 다양하다. 가족자원봉사단에 참여한 분들은 소모임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된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 양육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모임을 통해 생활터전의 크고 작은 사회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이윽고 활동으로 이어질 계기가 마련된다. 여기에서 새로운 가족자원봉사의 일거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들이 점차 모아지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건강한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곽형모 / (사)한국자원봉사문화 교육위원장
순수한 우리 말은 아니지만 흔히 쓰는 말 중에 -적(的)이란 표현이 있다. 정신적, 물질적, 문학적, 철학적, 낭만적... 등이 좋은 예이다. 이 말은 과거에 일본인들이 영어의 -tic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음이 비슷한 말을 찾다보니 ‘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태생이 불분명하지만 현대에 와서 워낙 신조어가 많이 생기다 보니 -적(的)은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으로 아무 데나 갖다 붙여 쓰는 관형사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더 좋은 표현이 있다. 바로 ‘-답다’이다. 가령, 남자답다, 청년답다, 대통령답다, 어른답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여기서 ‘답다’는 남자, 청년, 대통령,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을 암시한다. 남자, 청년, 대통령,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남자는 그냥 남자로 존재할 수 있다. 어른도 어른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다운 남자,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은 아니다. 청년다운 기상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자원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원봉사가 자원봉사다워진다는 것은 그에 맞는 세계관을 생활화 한다는 뜻이 된다. 즉, 배려, 공존, 관용, 협동, 포용의 가치이다. 그렇지만 자원봉사와 ‘자원봉사다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확인서만으로 자원봉사의 가치를 증명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스펙을 위해 자원봉사마저 몰아치는 엄마들에게 자원봉사는 있으나 자원봉사다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원봉사가 자원봉사다워 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자원봉사의 역할은 국가가 해야 할 복지 기능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는 단지 부족한 복지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한다.
둘째, 시민들은 ‘자원봉사’라는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일상 어디에서나 ‘자원봉사다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제한된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는 취업난에 쫓기는 청년들, 하루하루 장사에 시달리는 영세상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좁다. 그렇다면 실업청년이건, 영세상인이건, 노인이건, 장애인이건 자원봉사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 가령, 일터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에서, 공원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자원봉사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원봉사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길은 무한히 넓어질 것이다.
꽃은 향기가 있음으로 해서 꽃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생물로만 존재할 때는 그냥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인간적인’ 품격, 매력, 인격을 지닐 때 ‘인간다워질’ 수 있다. ‘-답다’는 단지 형용사가 아니라 본질 그 자체다. 이렇게 본다면 자원봉사다움은 자원봉사의 존재이유 그 자체가 아닐까.
시스템을 정비하고 네트워크 구축해야
김철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리
자원봉사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이웃을 돕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였다. 예를 들어 마을에 환자가 발생하면 이웃이 나서서 도왔고, 홀로 사는 노인이나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을 때 이웃들이 보살펴 주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스스로 자원봉사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런 말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매우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대사회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가 고도로 분화되고 사회문제 역시 보다 복잡해지면서 봉사활동의 수요가 점차 늘어났다. 또한 시민사회 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은 시민의 사회적 역할을 자극하였고, 자아실현 욕구의 증대로 사회적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자원봉사 활동은 조직적 활동으로 발전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선활동과 자원봉사의 개념을 혼돈하는사람들이 있다. 자원봉사와 자선활동 모두 선행한다는 취지는 같으나 자원봉사의 경우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변화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관리 이론과 실제’(이성록)에 따르면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기에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손을 내밀어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우리 전라북도 또한 전라북도자원봉사종합센터라는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각 시·군·구와 협력을 도모하며 건전한 자원봉사 문화를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초기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개념이 인도적 차원의 실천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자원봉사자들을 교육 및 훈련 하여 전문성을 기르고 자원봉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였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단순히 ‘자원봉사 확인서’를 위한 수동적인 참여였다면 최근에는 자원봉사자가 직접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는 등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전라북도에서도 자발적이며 전문적인 자원봉사 지지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시스템 구축, 지역 내 자원봉사 서비스 제공기관·서비스 수용기관·자원봉사활동 지원단체 등 관계되는 조직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 자원봉사센터의 관리조정자와 협력하여 생활권내에서 자원봉사를 손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돕는 어드바이저 양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JIFF지기가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에세 인기있는 이유
주영광 전주국제영화제 운영팀장
해외에서 이미 유명해진 국내 국제영화제는 많습니다. 이제는 명실공이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전주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제 프로그램만큼 유명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을 생에 가장 뜨겁게 보내는 자원봉사자들, JIFF지기입니다.
평균 5: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JIFF지기들의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노란색 점퍼입니다. 메인 거리인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는 이 노란 점퍼를 입은 지프지기들이 5월의 첫 주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호각과 야광봉을 들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서서 교통 통제를 하거나, 쉼 없이 이곳저곳으로 필요한 물품을 나르거나, 도움이 필요한 영화제 관객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국내 다른 영화제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도 탐내는 지프지기들의 열정과 친절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 뒤에는 철저한 지프지기 양성 프로그램과 영화제 위원회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우선 지프지기는 영화제를 찾는 게스트들과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많이 만나고, 가장 늦게까지 만나는 그야말로 ‘얼굴’입니다. 그렇기에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에서는 지프지기 담당 스텝이 누구보다 오랜 기간 준비합니다.
지프지기 운영 프로그램을 보면 영화제가 시작하기 6개월 전부터 모집을 받아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1월 최종 선발합니다. 그 이후에는 각 직무별 2회~8회까지 차등을 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 외에도 팀별 오리엔테이션, 체육대회, 전체교육, 소양 총괄교육, 발대식까지 많은 교육을 통해 팀워크와 소양을 쌓게 되는 것이죠. 특히 지프지기 전체 교육이나 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사무국 전 스텝들이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는 지프지기들이 단순한 자원봉사다가 아니라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주인이라는 사명감을 키워주기에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5개월간의 시간을 보내고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은 정말 생에 가장 열심인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 시간들 안에서 지프지기들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 동료를 배려하는 방법, 동료와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 뜨겁게 일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일생의 자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프지기였던 박형호(82년생) 지프는 지프지기 경험이 대기업(S전자) 입사 시험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공부만 하느라 타인과의 관계, 일에 대한 열정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일상에 지프지기 경험은 새로운 인식 전환의 기회였다고 말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 영화제 기간 동안 동료를 돌보고, 배려하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동료애를 배워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당당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영화제 기간에 손과 발이 되어주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국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라는 의식과 열정. 그것을 통해 많은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1년을 준비합니다.
인식의 변화가 봉사활동의 첫걸음
한승헌 sk sunny 전주/전북 지역운영팀
대한민국에는 양극화 현상이 존재한다. ‘빈익빈 부익부’ 라는 말이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가지게 되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가진 사람이 되기가 매우 힘든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위한 방법으로, 모두가 웃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봉사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단순히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돕는 예부터 내려오는 ‘상부상조’ 정신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7년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였고 현재는 SK SUNNY 대학생 자원봉사단 지역 운영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자원봉사라는 것은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나를 희생하며 결국 수혜자가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활동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도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같지는 않다. “대외활동 스펙 쌓을려고 하는거야~?”, “자원봉사하면 힘들지 않니~?”
기본적인 사회 인식 그대로 봉사활동이 대학생들에게는 스펙이 될 수 있기에 많은 단체에서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봉사자를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스펙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사회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를 만드는 각 지역 로터리 단체, 대기업 사회봉사 단체, 이러한 기구 들은 모두 자원봉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을 뽑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목적이 봉사자들이 모두 다르더라도 봉사활동의 결과는 수혜자의 행복과 연결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난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단순히 스펙, 시간 낭비 등을 생각하며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으로 나누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자원봉사 라는 활동에 긍정적인 생각이 있어야 봉사자들에게도 단순 일시적인 활동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으로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위한 자원봉사를 고발한다
김동언 자원봉사자
요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늘 일손이 모자라서 고생을 하고 있는 장애인 보호시설 등에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활동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그런 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인격도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지 않다. 자원봉사활동의 변질된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보호시설에서도 이런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봉사활동은 뒷전인 채 내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봉사활동 시간 대부분을 화장실에서 보내기도 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와서는 실제로 활동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인정해 달라며 떼를 쓰는 청소년은 오히려 애교에 가까웠다. 심지어 음식을 먹을 때 흘리지 말라며 장애인에게 윽박지르거나, 장애인을 흉내 내고 그들을 놀리는 말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봉사자도 있었다. 상대방이 강력하게 항의를 할 수 있는 표현 능력이 있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무례한 언행이었다.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담당부서를 찾아가서 따져보았다. 그러나 그분들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좋은 말로 타이를 뿐이었는데, 그런다고 문제가 개선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분들 입장에서는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혹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서 자원봉사자가 줄어들까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내가 참여하는 봉사 단체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속한 단체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이런 분위기는 자원봉사활동을 입시나 입사 과정에서 유리한,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데 원인이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참된 봉사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장애인 보호시설의 책임도 크다. 봉사활동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두세 배의 시간을 인정해 주는 기관, 방학이면 청소년들에게 형식적인 봉사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관공서도 문제다. 더 나아가 봉사의 내용보다는 참여 자체에 의미를 두는 현재의 제도가 삐뚤어진 봉사활동이 비집고 들어설 수 있었던 토대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만을 위한 봉사활동에는 그런 게 있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원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