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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2 | [사람과사람]
더 나은 의료민주화를 위한 최일선의 작업 전주 예수병원노동조합
김연희 문화저널 기자(2003-09-15 14:55:15)
환절기가 되면 성시를 이루는 곳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병원이다. 예전처럼 병원문턱이 높지 않아 집에 가까운 조그만 개인 병원부터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병원을 일년에 한두 번 찾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곳에서 부딪치게 되는 의사 간호사 약사의 삶은 어떠할까. 그들은 수없이 많은 환자를 대하며 어떠한 여건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 자신을 위한 단체 행동에 수없는 비난과 질책이 쏟아지는 것을 그동안 보아왔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로 병원을 찾는 일이 쉬워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국민들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인가.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여러 행동을 위해 노력하는 병원노동자들은 병원노동조합으로, 전북대 병원노동조합 연맹으로 힘을 모아주고 있다. 대한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을 즈음 유난히 독감환자로 붐비는 예수병원의 노동조합을 찾았다. 예수병원의 지하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병원이라는 느낌을 전혀 갖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노조사무실은 방문객을 맞아 주었다. 상근 노조원 3명과 노조위원장실의 이옥주 노조위원장의 환히 웃음이 거기에 함께 있었다. 87년 3월 마치 비밀공작이라도 펼치듯 은밀한 과정을 통해 결성된 예수병원 노동조합은 39명의 노조원으로 출발해 1천여명의 직원 중에 650명의 노조원을 확보한 막강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8년여의 시간동안 4대 집행부를 구성했고 소식지 발간, 소모임 6개 분과의 활발한 활동으로 전국의 병원 노동조합 중 가장 모범적이고 선두적인 노동조합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예수병원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병원의 현안문제 해결에 나서 다른 사업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병원운영의 방만함, 경영의 모순 등의 문제점이 가시화돼 병원장 퇴진문제에 이어 이사진 퇴진 문제에 지금 이 시간까지 연일 회의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예수병원 노조가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만 해도 임급 협약체결이나 소모임 활동을 통해 노조의 역할을 해왔지만 90년도에 들어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 서서 노조의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환자와 보호자 편의를 위해 보호자 침대설치, 병동식수통 설치 등 노사합협의회를 통한 성과물들을 내오기 시작했다. 또한 조합원들의 교육시간을 근무시간으로 확보하고 조합원들의 후생복리 증진사업,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증진을 위한 사업에 주력해 오고 있으며, 의료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업으로 지정진료제도 개선, 지정진료수당 거부 등을 결의하기도 했다. "병원에서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된 지정진료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까지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대한 이익보다는 의료 민주화의 현실에 대한 인식전환이 선결 과제였습니다. 또한 단지 우리병원에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병원노동자들이 함께 해결에 나서야 의료민주화가 빨리 정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철규 사무국장은 조합원 교육의 중요성과 연계사업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요즈음 대기업에서 앞장서서 대규모 종합병원 건설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도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환자위주의 진료체계와 의료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으려면 병원건설로 남은 장사라는 이윤만 추구하지 말고 직접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수병원 노조가 모범적인 병원노조의 하나라고 손꼽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소모임의 활발한 활동에 있다. 6개의 소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노조원들 100여명은 노조활동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려운 일,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항상 힘을 모으는 노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동인력이다. 병원에는 40여종이 넘는 직종이 있다. 환자들에 직접 관련이 되는 간호실, 중환자실, 응급실, 약국을 비롯 알려지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관리부 영양과 자재관리과 중앙공급실 원무과 등 40여 개가 넘는 직종의 노동자들이 근무한다고 한다. 이 직종의 갈등은 임금협상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모임 활동에서이다. 친목과 대화로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 기행반, 산악반, 독서회, 풍물패, 노래패, 그림반등에서는 각자의 취미와 개성을 살리는 일 뿐 아니라 소모임을 통해서 여러 직종을 서로 이해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로서의 매우 중요한 노조의 핵심역할을 하고 잇는 것이다. 역사기행반 「갑오새」는 한 달에 한번 마지막 토요일을 가족동반 기행날로 잡고 있다. 기행지역에 대해 사전에 자료집을 준비하거나 그 주제에 대해 토의하는 등 철저한 준비로 기행에 참여하고 있다. 전북지역뿐 아니라 가까운 충남 전남 등의 역사적 현장에서 산 역사의 체험을 느끼고 온다고 한다. 산이 좋아서 산악반을 구성했다는 「한백」산악반 회원들도 역시 한 달에 한번 산을 등반해 서로의 동료의식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독서회 「글밭」은 책을 선정해 읽고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번씩 가지고 있다. 1년에 두차례 쯤 글쓰기나 좋은 책 읽기 등을 주제로 강연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회원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다른 사업 때문에 약간은 침체이기도 하지만 2월부터는 정상적으로 토론할 뿐만 아니라 회원들끼리의 친목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대외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큰 전시회를 가졌던 그림반 「한손」은 전시회 이후 새로운 회원이 대거 영입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호응이 있었지만 외부에도 예수병원 노동자들을 알려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그림 지도를 받고 야외 스케치, 수련회 등을 가져오고 있으며, 예쁜 글씨쓰기 등 생활에 쓰일 수 있는 강연회 등을 가지기도 했다. 노래패「노령산맥」은 매년 창립기념제 행사에 주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는 소모임으로 노동자의 삶, 시대의 아픔 등을 노래로 표현하고 건강한 노래보급에 노력해오고 있다. 소모임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풍물패「휘모리」는 강사를 초청해 지도를 받아 조합원 대상으로 풍물강습을 가지고, 회지도 발행하고 노조의 행사에는 가장 앞장서서 활동하고 있다. 풍물을 인연으로 회원간의 인간적인 만남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당극 공연을 해마다 가져오고 있고, 작년 가을에는 휘모리 선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원들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를 여는 등 다양한 기획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많은 소모임과 함께 2월중에는 예수병원의 성격을 살릴 수 있는 성서연구반을 만들어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예수병원은 외국인이 설립을 했고 그 후 재단법인으로 법인등록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노동조합 사무국장 이철규씨는 이렇게 말한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곧 주인이면서 고용된 사람입니다. 이점은 예수병원만이 가진 특수성이라고 강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병원 발전을 위해서는 노조도 같이 협력해야 합니다. 모든 책임은 노조원과 병원이 함께 짊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병원 노조는 노조와 병원이 어떠해야 한 몸처럼 운영될 수 있으며, 7년시간동안 노조가 병원에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의료의 민주화를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오고 있는지 객관적 검토작업을 통해 새롭게 츨범될 노조집행부와 함께 올 한해 새롭고 힘있는 활동을 기대해본다. 이옥주 위원장 인터뷰 "병원의 역사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도 많고 노조의 활동을 잘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 있어 노조위원장으로서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 이옥주 노조위원장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여성노조위원장의 면모를 당당히 갖춘 사람이었다. 노조에 대한 사회의 어색한 시선과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노동조합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선입견이 있어 노조를 이끄는 위원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92년 4대 노동조합 대표자로 선출된 이옥주 위원장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조에서 큰 일을 맡게 되어 결혼생활에 적응하랴 병원에서는 큰 책임을 맡아 운영하랴 쉴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4월이면 끝나는 얼마 남지 않은 노동조합 대표의 자리가 지금에 와서 자꾸 되돌아보아지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간호사일을 해오던 그는 위원장직을 맡아 임금협약을 비롯해 탁아소 설치 준비위원회를 구성 기초자료 조사를 실시하는 등 노조원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던 중 병원장 퇴진 문제, 이사진 퇴진 문제가 터져 지금까지도 이 문제 해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위원장을 맡은 후에 투쟁일변도의 사업만이 산재해 있어 그 사업에 주력하다 보니 다른 많은 사업에 방침조차 세우지 못했습니다. 투쟁과정속에 조직력을 튼튼히 세운다거나 발전된 노조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야 하는가 고민을 해 왔습니다." 이 위원장은 임기 중에 노조원들의 권익과 병원을 위한 사업에 더욱 주력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최대위원장을 제외하곤 여성이 위원장직을 3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는 것은 예수병원 노조의 특색이다. 병원에서의 여성노동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결과의 하나이기도 하다. 상근노조원 3명과 함께 노조원들의 앞에 서서 진두 지휘를 하고 있는 이옥주 노조위원장은 병원노조의 역할과 책임이 예수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더 나은 의료 민주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오늘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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