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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 | 인터뷰 [인터뷰]
먹거리 양극화에 대해 생각해보신적 있으신가요?
푸드엔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 박진희 대표
이세영 편집팀장 (2015-02-02 16:57:56)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정의. 누구나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시대의 화두가 되는 단어다. 아직도 정의를 위해 싸워야할 전쟁터가 많은 우리사회에서 먹거리를 정의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 있다. 한국사회에 먹거리 정의라는 생소한 개념을 도입하고 실천하고 있는 푸드엔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 박진희 대표가 그다.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라서 일까, 그와의 대화는 이 시대의 복지에 대한 물음으로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조용히 살려는 꿈은 날아가고

환경운동, 노동운동에 청춘을 보내던 그가 2009년 가족과 함께 장수로 귀농했을 때, 그는 진짜 조용히 농사만 지을 생각이었다. 채식을 하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닭을 키우겠다는 마초같은(?) 남편을 따라 장수 하늘소마을에 정착한 것은 아이들의 친구가 많을 것 이라는 귀띔에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작정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유기농 제철농사만 짓는 마을이다 보니, 그의 가족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농사를 따라 지었다. 농사를 배워 본적도 없었지만 적응은 힘들지 않았다. 5일 근무에 익숙했던 도시인이 주말 없이 하는 일을 하고, 겨울 농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긴 했지만 그게 무에 대수겠는가, 사드락사드락 일하며 한 가족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러나 그도 잠시, 농촌으로 내려오니 농촌의 문제가 보였다. 유기농 제철꾸러미를 팔던 그의 생각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사람에 이롭고 자연에 이로우려고 유기농을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유기농을 먹는 사람들은 굉장한 가치관으로 무장을 하고 있거나 경제력이 높은 사람들, 특정계층에서만 먹더라고요. 먹을 수 있는데 구조적으로 먹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먹거리를 모두 같이 먹을 수는 없을까, 공부를 시작했어요.”

먹거리 양극화문제를 농부답게 해결하기로 했다. 그의 눈에 외국의 푸드저스티스 활동이 들어왔다. 비영리단체들이 지자체나 후원금으로 유기농 생산물 농가에서 적정가격으로 구입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보급하는 시스템을 외국은 이미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먹거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식량주권, 식량자급률, 수매가가 아닌, 먹을 것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좋은 먹거리에 대한 접근권, 기본권에 대한 의제를 내놓고 싶었다. “소득에 관계없이 좋은 먹거리, 유기농산물을 저소득층이 먹을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먹거리 양극화를 해소하고 누구나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먹거리를 먹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농부,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하다

2012년 이 아이디어로 소셜벤처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창업을 했다. 먹거리와 정의, ‘진희와 발음이 비슷한 램프요정 지니가 한데 모인 푸드엔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로 회사명을 정했다. 먹거리 정의를 보다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먹거리 정의를 위해 회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유기농채소 꾸러미와 유기농제철 채소를 판매하는 일 외에도 바른 먹거리와 텃밭교육을 실시하고,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하는 소셜다이닝을 매달 연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와 협업으로 여는 소셜다이닝 프로젝트는 먹거리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함께 밥을 나누는 자리다. “시민들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부담없이 하는 자리가 되고 있어요. 토종종자, 로컬푸드 등 우리가 잊고 있는 좋은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시민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자리죠.”

그는 또 아름다운제단의 개미스폰서 프로젝트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를 통한 먹거리정의기금으로 미약하지만 저소득층에게 꾸준히 유기농산물을 보내주는 일을 한다. 수용자의 상황을 파악해 요리가 가능한 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프로젝트는 기존의 무료급식 시스템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자기가 먹고 싶은 먹거리를 먹을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푸드뱅크, 푸드마켓 등은 먹을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주어지는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 시스템이잖아요. 도시락은 이미 조리된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고 가난해서 저걸 먹는 구나하는 인식도 생기고요.”

이 일이 천편일률적으로 가공된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상황에 맞게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맞춤형 먹거리 제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그는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먹거리 정의는 이렇게 복지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생각은 먹거리로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데 닿아 있다.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바우처에 먹거리가 포함되는 것을 생각한다. 임산부 영유아에게만 영양플러스 제도를 시행할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걸쳐 영유아에서부터 노인까지 좋은 먹거리를 주는 제도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과일 주기, 결식아동급식지원카드의 현실성 있는 쓰임새를 찾는 것 등 그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결식을 방지하거나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에요.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생활이 개선되고 삶이 바뀔 때까지 계속적으로 지원해야 살아갈 힘이 되는 거죠. 국민이 좋은 먹거리로 건강할 수 있는 계기들을 사회 시스템 안에 도입한다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어요. 비용이 더 드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적비용을 적게 들게 하는 것이죠.”

 

다양한 먹거리 정의 콜라보를 꿈꾸며

점차 먹거리 정의에 대한 이해의 확산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속도는 지지부진이다. 대단한 조직체게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페이스북(www.facebook.com/62greengarden)이나 페이지(http://redwagle.wix.com/geniestable) 그들의 소식을 전하는 유일한 통로다. 그래도 먹거리 정의기금에 참여하는 후원자와 먹거리 정의 강의를 듣는 식생활지도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했다. “맛의 고장 전북에서 먹거리 정의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신다면 슬로푸드문화원에서 모금하는 먹거리정의기금에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려요.”

올해 그는 더욱 바빠질 거라고 했다. 서울 중심으로 펼쳐왔던 먹거리 정의를 전국을 돌려 이야기하고, 특정 지자체와 함께 정책적으로 먹거리 정의를 펼칠 계획도 세웠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찾아볼 생각이다. 대안적 직거래장터, 도농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생산자, 좋은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먹거리 정의를 함께 할 그의 지지자를 찾아내는 것도 올해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 하다보니, 오지랖 넓게 문어발식이 돼버렸어요. 올해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는 먹거리정의위원회도 발족이 될 거예요. 우리사회가 먹을거리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하는 먹거리 공정성의 센터 기능을 할 생각죠. 이렇게 되면 다양한 콜라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해요. 이야기를 던지는 것은 저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하는 많은 분들이 나타나게 되면 우리사회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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