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그림)은 남의 것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남보다 더 잘 그리려고 욕심내거나 무리하면 빗나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작가들보다 그림을 못 그리더라도 차분히 자신의 혼과 사상, 철학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것을 담으며 꾸준히 그리는 사람이 바로 훌륭한 화가이다.”
국내 최고령 현역작가이자 ‘동양의 피카소’로 불린 하반영 화백이 지난 1월 25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
1918년 3월 1일 경북 김천에서 출생한 하반영은 일곱 살 때 서예와 수묵화를 통해 처음 붓을 잡은 그는, 9세에 군산 신풍공립보통학교에서 금릉 김영창 선생을 만난 후 본격 입문, 1931년 13세에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받았다. 그동안 프랑스 ‘르 살롱전’ 금상, 미국 미술평론가협회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으며, 도쿄, 바르셀로나 올림픽 국제전 등 각종 국제전 및 단체전에 3백여 회 출품했다. 2006년에는 동양 미술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일본 ‘니카텐(이과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내·외 개인전만도 1백 여 회를 치른 바 있다.
특히, 하반영은 환갑의 나이에 유럽 유학에 나섰는가 하면 90세에 중국 북경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최근엔 서울 평화 화랑에서 ‘패션(PASSION,열정)’을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초년에는 자연의 풍경이나 정물을, 40대 이후 중년에는 그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초현실주의를, 50대 중반에는 더욱 추상화되고 미래의 염원과 기원이 담긴 절대적 추상회화, 60대 후반부터는 한국적인 미가 담긴 작품을 선보였다. 이에 ‘쉬지 않는 작가’, ‘끊임없이 흐르는 작가’라 칭하였다. 또, 예술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1994년 '반영미술상'이 제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반영은 2012년 10월 대장암 수술 후 전북 군산에서 완주군 상관면으로 거처를 옮겨 창작열을 불태웠다. 170㎡의 작업실 겸 전시실에서 그는 하루 3∼4시간씩 붓을 잡고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이 그림을 모아 99세의 나이가 되는 해인 내년 ‘백수전’을 열 계획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술품을 공유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2013년 2월 작품 100점을, 수십년간 고향으로 여기고 산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군산시에 기증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재단, 독거노인, 독립유자녀, 불치병 환자 등을 위해서도 작품을 기증했다.
하반영은 서양화가임에도 서예·한문·한국화·구상화·풍경·인물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 ‘르네상스인’이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