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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 | 인터뷰 [인터뷰]
창작 뮤지컬은 포기할 수 없는 내 삶의 꿈
이세영 객원기자(2015-03-03 15:51:30)

현재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외국의 검증받은 대규모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류다. 제작자와 투자자의 안전지향성 때문일 테다. 자본에 대한 반동일까, 관객들의 요구 때문일까, 그 속에서도 중소극장 뮤지컬이 하나둘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 조차도 쉽지 않다. 뮤지컬을 만들 자금도, 인력도 많지 않은 지역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들며 뮤지컬 배우 양성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지역의 뮤지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뮤지컬 수 컴퍼니박근영 대표(32)가 그다. 8년차 배우 생활을 접고 연고 하나 없는 전주에 정착해 이 지역에서 중소극장 무대에 올릴만한 좋은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용히 살려는 꿈은 날아가고...

그가 뮤지컬 수 컴퍼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배우 겸 연출가 이주현 씨 덕이다. 서울에서 선후배로 함께 활동하던 이 씨가 안식년을 보내려고 했던 곳은 여수였다. 그 길에 우연히 들렀던 전주에서 전주의 풍부한 문화 인프라에 비해 뮤지컬이 활성화 되지 않았음을 봤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하자고. “고민이 많이 됐죠. 사촌누나 한명이 전주에 알고 있는 사람의 전부였고, 서울에서 활동하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결정하기 쉽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그런 걱정 말고 내려와서 같이 해보자고 하니 안 갈 수도 없고, 선생님 믿고 내려왔지요.”

그렇게 2013년 전주에 정착을 결심하고 시작한 일은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뮤지컬 배우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고생하는 연기 지망생을 위해 가르쳐줄 곳을 만들어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기본기를 마련해서 서울에 가서도 뒤처지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무대에 한번 서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무척 커요. 관객 앞에 섰을 때의 느낌과 잘해야겠다는 욕심, 못했을 때의 창피함 등은 무대에서 배우는 거잖아요. 지난 1년 동안 회원들에게 이런 생각들을 심어주는 일을 했다고 봐요.”

그래서 그는 동호회지만 연습을 만만치 않게 시킨다. 궁극적으로 무대에 오를 기량을 쌓는 것이 목적으로 스파르타식교육을 한다. 회원들은 아카데미지 무슨 동호회냐며 투덜댄다. 1기 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많은 회원이 탈퇴를 하기도 했다. 취미생활로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망신을 당한 회원들이 스스로 스파르타식교육을 원했다. 4기 교육이 진행되는 지금은 정해진 연습시간이 아니어도 새벽까지 연습을 한다.

이렇게 실력이 높아진 회원들은 뮤지컬 수 컴퍼니에서 만드는 창작뮤지컬의 배우가 된다. 현재는 25명 정도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고 10여명은 전문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진 그들의 삶 전체를 책임져 주지 못하지만 언젠간 그런 극단을 꿈꾸고 있다. “애들이 부족해도 무대에 세우긴 할 거예요. 그건 우리의 의무이고 그들에겐 발전의 기회일 테니까요. 하지만 돈 때문에 했구나 하는 공연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죠. 쉽게 기존 배우들을 끼워 넣거나, 타성에 젖어서 사업을 따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단체는 만들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식을 잊어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교육과 창작 모두 꾸준한 활동을 펼쳐 나가려고요.”

 

친구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던 '첫 극단'

그들이 처음 생각한 것은 뮤지컬 불모지인 이 지역에 뮤지컬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전문 뮤지컬 배우를 양성이었고 동호회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은 제작자를 만나 후원을 받으면서 판이 커졌다. 창작뮤지컬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전통문화관에서 창작 뮤지컬 밤을 잊은 그대에게6개월 상설공연을, 그해 가을에는 소극장 판에서 김광석 추모공연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무대에 올렸다. 빡빡한 예산이었지만 탄탄한 구성과 따뜻한 이야기에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4개월에 한 번씩 하는 동호회 공연까지 지난 1년 숨 가쁘게 달려 올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갈라콘서트, 창작공연을 꾸준히 올리고 지난해 올렸던 공연의 전북 순회공연, 앵콜공연 등이 빡빡하게 잡혀있다.

뮤지컬에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 뮤지컬 수 컴퍼니의 제작 방향이다. 관객들의 귀와 눈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대중성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하지만 그가 기획하고 있는 다음 작품 위 아 넘버 원은 이와는 좀 다르다. 전주 생활 1년 동안 이방인으로 바라본 전주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그려낼 생각이다. “전주의 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죠. 제가 느낀 전주는 현대와 전통에 대한 폐쇄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을 하면 현대를 하지 말아야 하고, 현대를 하면 전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에요. 전통을 지켜나가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뮤지컬로 논하고 싶어요. 1년을 지내보고 전주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주가 가진 장단점에 대한 논란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가 생각하는 전주는 인심과 품격이 있는 도시다. 하지만 그 모습은 때로 고집과 권위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그의 생각을 작품에 담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전주의 젊은 예술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쟁을 두려워하고 안전하게 가려고만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길 바라요. 발전을 하려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다그칠 필요가 있는데 시도도 안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죠. 꿈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아보길 권해요. 수 동호회에서 여는 오디션에도 마음을 열고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고요.”

 

뮤지컬 불모지에서 뮤지컬을 가능케 하다

단체들도 나눠먹기 싸움만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잘 만들지 않아도 지원사업에 기대다 보니 망한다는 생각이 없는 거죠. 자기돈 안들이고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한 익숙함이랄까, 그렇다보니 그들에겐 절실함이 없어요. 사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수익을 내야하니 작품에 목숨을 걸고 하는데 전주는 이런 것들이 쉽지 않아요.”

이제 뮤지컬 수 컴퍼니는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통상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으로 틀을 갖추는 것보다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 뮤지컬 수 컴퍼니는 비영리단체로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공연 기획·제작을 통해 수익을 만들 수 엔터테인먼트를 따로 분리할 생각이다. “재능기부와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었어요. 뮤지컬 수 컴퍼니를 만들고서도 갈라 콘서트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20%를 밥차나 소외계층 김치 담기 등에 기부해 왔어요. 공연에 대한 수익은 사회적 기업이 되느냐를 따지지 않고 계속 이렇게 할 생각이에요. 또 좋은 취지의 공연에도 계속 재능기부를 이어갈 거예요. 이제는 회원들도 기꺼이 동참해 주고 있고요.”

   

그러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 무작정 프로필을 들고 교육청, 도청에 가서 뮤지컬 하는 사람인데, 배우를 육성하고,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도청민원실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 일자리지원센터에서 사업계획을 말해달라고 했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될 것 같은 팀 4팀을 모아서 멘토링을 받았다. 올 후반기에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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