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커뮤니티의 작은실천
‘함께’ 어울리니 행복한 삶
누구나 하나, 둘 쯤 속해있는 이런 저런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돈독해지거나 ‘모의(謀議)’를 한다. 각자의 삶은 짧게 분절돼 있지만, 돌이켜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혼밥’(혼자 먹는 밥)이 싫어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취미를 공유하는 일명 ‘집밥’ 모임이 400여 개에 달하고,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의 ‘지역 커뮤니티’를 독려하는 다양한 지원정책까지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커뮤니티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늘어나는 데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의 수는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공통의 관심사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활동은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그것의 외연이나 목적은 갈수록 넓어지고, 때로는 세분화되어 구체화되기도 한다. 단순한 휩쓸림이나 취미, 기호를 나누는 차원의 동호회 활동이 주를 이뤄왔다면 우리가 지금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공동체’나 ‘소통’의 여러 빛깔을 지닌 커뮤니티 활동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이웃, 세대 등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묻어난 커뮤니티 활동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함께’ 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졌으며, 그것은 다양한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널의 눈]에서 만나본 작은 공동체, 커뮤니티들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매우 소박했다. ‘어울려 재미있게 삶을 사는 것’이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문화생활을 향유하기가 쉽지 않은 완주군 봉동의 엄마들이 만든 인형극단은 아이들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작은 문화 공동체가 되었고, ‘전업주부’라는 위축된 이름표에 개개인의 성취감도 더했다.
각자의 직장과 생활 속에서는 엄두 내기 힘든 ‘엉뚱한 짓’으로 의기투합한 <딴짓>에서는 도심 속 텃밭을 가꾸며, 젊은 세대의 지속가능한 작은 실천들을 함께 가꾸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경쟁과 나의 비굴함에 홀로 혹은 같이 불만의 금요일 저녁을 보내던 친구들은 술잔 대신 펜을 들었다. 내면의 나를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표현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불금’을 보냈다.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서울의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불현 듯 ‘나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맞닥뜨린 두 젊은이는 도시의 나이만큼 이나 늙어버린 구도심 한 켠에 사무실을 내고 ‘돈도 되지 않는’ 일을 벌였다. 동네 사람들의 삶과 정감어린 풍경을 이야기 삼아 SNS에 우리 동네 소셜 다큐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자연스레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의 고리가 되었다.
숫자로 대변되는 SNS 지인들은 뜬구름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니, 지금 우리에게 공동체의 삶은 훨씬 절실하게 다가온다. 내 것, 나의 울타리 안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살아온 삶, 경계와 불신, 배타와 고립이 정녕 우리의 삶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우리 사회는 모험을 못하게 하잖아요. 했다가는 데미지가 너무 크고요. 그런데 여럿이 함께 있는 공동체 안에서는 한 둘이 삐져나가도 복원력이 있잖아요. 그 사람이 다시 왔을 때 받아줄 수도 있고요. 그런 작은 공동체들을 넓혀 가는 것, 그게 꿈인 거죠.”
삶의 ‘데미지’를 줄이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작은 부분에서 나마 ‘각개전투’를 포기하고 ‘함께’하는 데 그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