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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특집 [전북의 영상산업, 그 미래를 본다]
21세기를 가로막는 20세기의 장애물들
영상산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최주호 기자(2015-06-04 12:44:27)


 영상산업의 발전은 지역문화예술을 발판으로 시작된다.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의 발전 없이는 최첨단의 영상미를 추구하는 영상산업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없다는 점에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주영상종합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구성된 '전주첨단 영상산지 협의회' 위원 중 문화예술인 영화 부문에 문치상 도립국악원 원장만 있을 뿐이다. 위원들 대부분은 행정이나 영상산업 관련자들이다.

 영상산업의 발전을 굳이 발전 단계로 분리한다면 순수문화예술은 1차 산업으로 그 기초단계가 된다. 여기에 영화, 비디오 등의 발전이 2차 산업이 되겠고, 최첨단 그래픽과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상산업은 3차 산업으로 구분될 수 있다. 결국 영상산업은 순수문화예술을 모태로 하여 발전을 거듭한 최종적이고 집약적인 문화산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 최첨단 영상산업단지 조성계획에서 문화예술인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영상산업이 목표로 하는 영화·비디오 제작이나 애니메이션, 게임소프트 웨어 개발 등에는 문화예술인의 상상력과 참여가 절실하다. 영화나 만화제작에 있어서 필수적인 스토리 구성이나 캐릭터 개발, 음향 효과 등에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훨씬 질좋은 상품들이 개발될 수 있다. 예컨대 흥부와 놀부, 춘향이와 변학도 등이 캐릭터로 개발되고, 판소리와 대금 연주가 배경 음악으로 까리고, 유휴열의 '생-놀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북의 캐릭터로 응용되고, 여기에 안도현의 맛깔스러운 글솜씨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전북을 대표하는 문화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인의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이 빠져버린 영상산업은 줄거리 없는 국적 불명의 <쥬라기 공원>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가 꿈꾸는 그런 영상산업의 발전은 멀고도 험난한 길을 가고있다.



마인드 구축, 시작은 되었으나 

 영상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은 전주를 포함해 십여개의 지방 중소도시들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영상산업에 상당한 투자와 준비를 진행해 왔다. 유치 후보도시의 하나인 춘천은 <춘천만화축제>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다진 도시다. 춘천은 애니메이션 사업을 추진할 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애니타운'과 연계한 멀티미디어 밸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이나 부천의 경우에도 '부산영화제'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기반으로 영화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상태다. 광주 또한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문화 상품을 통해서 영상산업과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전주시의 영상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노력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전주시는 지난 11월 4일 <전주영상축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상산업의 마인드 구축에 들어 갔다. 그러나 전북 지역의 고유한 영상문화는 고사하고 영상산업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해 마인드 확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춘천, 부산, 부천, 광주 등이 독특한 문화적 상품을 영상산업과 연계해 마인드를 구축하고 있다면 전주는 어떠한 상품을 통해 마인드를 구축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영상산업 가운데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확고한 비교우위를 갖는 특화된 장르 선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속에서 지역적 분위기가 같이 형성될 때 비로소 마인드는 형성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 정보화의 수준이다. 지난 1월 발표된 전북 지역의 정보화 지표는 전국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영상산업의 발전이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달에 기초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 정보화의 수준을 높히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인큐베이터 전략이 필요하다

 이같은 분위기 형성과 함께 영상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전문인력의 양성은 절대적인 전제조건들이다. 전주의 경우 영상산업단지 유치운동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 영상관련분야의 전문인력마저 타도시로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기되는 전략이 이른바 인큐베이터 전략, 영상산업에서 실전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에는 적어도 10여년 이상의 사간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경기도 영화종합촬영소내의 영상영화 아카데미 89년 이후 현재까지 1천여명의 교육생을 방송업계에 배출하고 있으나, 이들이 영상산업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까지는 대략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역의 경우 올해부터 전북대가 영상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돼 영상관련 교과를 개설하고 인력을 양성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영상산업에 참여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영상산업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현재의 영상산업 관련 전물인력을 한곳에 모아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정책적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의 영상산업 관련 전문인력을 한곳에 모아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정책적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전북체신청이 지원하여 대야우체국의 2층에 마련된 소프트웨어 창업지원실이 턱없이 빈약하기는 하지만 일종의 인큐베이터 전략의 하나인 셈이다. 또한 특정 부문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분야를 개방적으로 유치하여 다양화를 꾀할 것인가를 결정해 영상산업에 대한 대한 지역적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예산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큐베이터 전략은 목전의 과실에 연연하지 않는 장기전이다. 인큐베이터는 특별한 보호와 배려의 의미가 담겨있다. 장기적으로 예산과 정책이 뒷받침되고 지방자치단체나 도내 기업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주시는 20만평 규모의 '전주영상산업단지' 건설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 계획하면서도 재원마련이나 예산편성에는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소규모 영상산업 마인드 구축이나 인큐베이터 전략예도 예산 확보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영상종합랜드 건설의 천문학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은 크나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IMF 한파로 인해 국가경영이 긴축재정으로 돌아섰고, 기업이나 각 단체들이 재정학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선뜻 전주 영상산업에 발을 들어 놓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시는 '전주영상산업단지'의 재원 마련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2002년 월드컵 유치에 대한 재원 마련에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군산대야 우체국 내 소프트웨어 창업지원실

전북 소프트 웨어 산업의 미래를 책임진다.

영상정보화 산업의 인큐베이터 하나가 지금 대야 우체국 2층에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11월 전북 체신청이 마련한 소프트웨어 창업지원실이 그 정식 명칭이다. 창업 지원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가졌지만 열악한 지역적 여건 속에서 자본이 없어 고심하는 프로그래머를 선발, 운영함으로써 이곳을 전북 소프트웨어 산업의 총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소프트 웨워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9개. 이들은 모두 대학생과 창업한지 2년이 안되는 20대와 30대로 세계 최고의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창업지원실은 소프트 웨어 개발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시장정보 등 종합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밖에 전북체신청 정보통신과는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기술자문, 제품의 상품화 및 마케팅, 세제해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자앨범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는 '영원한 친구' 강석준(26) 대표는 "창업지원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다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투자과 시간만이 필요한 상태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의 소프트 웨어 시장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기염을 토한다.

 또한 창업지원실에 입주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전북의 소프트 산업이 낙후되어 있다는 일반의 잘못된 인식이 더욱 더 소프트 웨어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과 네트워크 구성으로 전북의 소프트웨어 산업도 타시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소프트웨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기술력의 싸움이 아닌 아이템 싸움이라는 것을 알아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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