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영상산업의 미래를 짊어진다
영상산업연구센터
지난해 11월 '영상예술과 첨단 기술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97 전주영상축전>을 기획한 전북대 영상산업연구센터는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영상산업단지 조성과 때를 같이해 전북의 영상산업단지 조성의 분위기 확산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이 행사를 통해서 영상산업 연구센터는 21세기 문화의 꽃, 영상산업을 짊어지고 나갈 전북의 대표 주자임을 선언한 셈이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생강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언젠가 된다면 지금 바로 기반 조성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영상산업연구센터 연구소장 겸 이사장인 곽훈성 교수의 말이다. 영상산업연구센터는 지난해 7월에 발족, 창립총회를 갖고 9월에 법인화 됐다. 법인신청을 하게 된 것은 차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영상산업의 상품화를 위해서이다.
영상산업에 관련한 전북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 곽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전북대가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영상산업부문에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미디어밸리 사업육성도실 전주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상산업연구센터는 전북의 영상관련 전문가와 대학 및 아마추어 동아리 등을 총망라해 영상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쳐 보일 예정이다. 연구센터는 이를 위해 조만간 전북의 영상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곽교수는 지금이라도 예산문제만 해결된다면 영상관련산업의 종사자들을 규합해 작게나마 실험적 가동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문제에 대해서는 시나 도 어는 곳에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교수는 "이제 영상산업에 대한 마인드가 조금씩 형성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럴 때 관이나 기업이 발벗고 나서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산업연구센터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했던 지난해의 영상축전에 이어 올해는 사이버 갤러리를 개최하여 미래산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영상산업에 대한 지역적 분위기 형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전북에 뿌리 내린 <태권V>의 김청기 감독
김청기 애니메이션 작업실
"전주는 영상산업에 대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인력과 더불어 전북의 문화예술은 전주의 영상산업에 많은 발전을 가져 올 것입니다"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V>로 잘 알려진 김청기 감독은 전주에 영상산업단지가 조성된다고 하자, 서울 생활을 버리고 전주 인근인 완주군 동상면에 '김청기 애니메이션 작업실'을 차렸다.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영상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산업은 21세기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중 만화영화산업은 영상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주는 예로부터 예향의 도시로 인적·물적자원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원을 캐릭터 산업과 연관 지을 수 있지요."
한국의 만화영화산업은 영상 산업 선두국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 그리 큰 격차는 없다는 것이 김감독의 주장이다. 예전과 달리 양적·질적으로 수준이 향상되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만화영화에 대한 기획, 스토리, 캐릭터를 받아 주문 제작한 후 재수출하는 수준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만화영화산업의 미래는 기술개발보다는 기획, 스토리, 캐릭터 개발에 있다. 3박자를 고루 갖춘다면 대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김감독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점은 지역문화예술인과 밀접한 연관관계속 에서 유지돼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조차 만화영화 부문은 물론 tv방송 등에서도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쿼터제 도입으로 우리 만화영화를 일정 비율이상 방영하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성해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게임산업등과 연계해 영상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영상산업단지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과 게임산업 등은 물론 영상체험관까지 계획하고 있어 많은 부수적 효과를 내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기대이다. "만화영상 산업은 현재와 같은 IMF시대에 가장 적합한 산업입니다. 95%가 인력작업이고,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작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청정무공해 산업인 만화영화산업은 시장성과 기획력, 그리고 두뇌싸움의 결과입니다." 김감독은 현재 KBS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버트 태권V> 시리즈 26편에 대한 구상이 끝나는 대로 완주군의 애니메이션 작업실을 본격 가동, 전북 만화영화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설 예정이다.
철저한 프로를 꿈꾸며
컴프로덕션
컴 프로덕션(대표 유상오)은 93년 6월 설립 이래 전북의 TV광고물, 특히 전주문화방송의 캠페인 광고와 지역 CF 등을 제작해온 영상전문 제작업체이다. 지난해 전국 네트워크 탄 동계 U대회의 홍보광고나 최근 '잘 빠졌다'는 평을 받고 있는 우석대 홍보 광고 등도 그들의 작품이다. 컴프로덕션은 다섯명의 직원으로 녹음작업을 제외하고는 마케팅부터 카메라, 편집, 조명, 컴퓨터 그래픽까지 전 과정을 소화하고 있다. '철저한 프로'를 꿈꾸는 이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일은 사람이 한다'는 고집으로 6년쨰 전주 영상산업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컴 프로덕션처럼 전주에서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대략 십여군데, 이중 일정 수준의 기술려과 기자제를 확보한 곳은 두세군데에 불과하다. 미래산업의 꽃이라는 영상산업에 패기있게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역시 간단치 않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북에 전문성우가 없는 까닭에 녹음작업은 서울에서 할 수 밖에 없고, 막대한 고가의 장비들 때문에 겪는 물리적인 한계도, 막대한 고가의 장비들 때문에 겪는 물리적인 한계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요소들은 지바의 제작업체들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들이다. 지역의 영상 제작업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지역적으로 영상산업에 대한 마인드가 형성되지 않아, 시청자들이 지역의 영상수준이 어느 정도에 올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전북의 영상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고 이들은 항변한다.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영상산업단지' 유치를 위해서나, 전북의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나 현실성 있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컴 프로덕션 김정일 프로듀서의 말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97 전주영상축전>이 약간은 분위기를 호저니켰지만 영상축전이 끝나고 두달이 흐른 지금, 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관심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듯한 인상이라는 것이 김 프로듀서의 생각이다.
우리도 <삼국지>를 만들 수 있다.
전북대 컴퓨터 동아리 '바이러스'
전북의 대학교 동아리 중 80년대에 드물게 형성되었던 컴퓨터 관련 동아리가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형성되어 지금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동아리나 대학 학과를 통해 컴퓨터 기술을 습득한 인력들은 졸업을 앞두고 지역에 남기를 꺼려 한다. 지역적을 컴퓨터 등의 첨단산업이 육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대 컴퓨터 동아리 '바이러스'의 회원인 박진호(농업기계·4)군은 대뜸 컴퓨터 게임 <삼국지>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삼국지를 보면 영상산업의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삼국지>는 폭넓은 인기를 바탕으로, 게임 개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삼국지>라는 게임 소프트웨어 하나에 그래픽, 음향 효과, 인물(캐릭터), 스토리 전개 등 영상산업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만일 전주에 영상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전주는 그야말로 문화의 도시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군은 영상산업에 대해서는 대단히 낙관적이다. 그러나 내심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리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이 지역적으로 컴퓨터 산업이나 영상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의 재능있는 인력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중앙으로 또는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 박군의 지적이다.
박군은 삼국지와 같이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소프트 개발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 비해 상당 부분 선진국에 뒤져 있지만 캐릭터나 스토리 전개가 나와 있는 이상, 자본과 역건 그리고 정보력만 갖춘다면 한판 붙어볼만 하다는 것이다.
전북에는 박군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산업에 목말라 있는 잠재인력들이 풍부하다. 그러나 여건과 기반조성이 약한 상태에서 개인의 정보력과 기술력에 의존하여 자생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어떻게 모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느냐에 전주 영상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독립영화의 꿈이 익는다.
온고을 영화터
한때는 한국 영화의 메카로 불리기도 했던 전주가 지금은 영화의 불모지가 된 채 관객만 쓸쓸히 남아있다. "영화를 만들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지역적인 여건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 관련인구들도 서울 이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영화 지난 1월 제2회 인권영화제의 관객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화라ㅕ한 영화는 없지만 그나마도 전북 영화의 명맥을 이으면서 영화산업의 미래를 꿈꾸는 아마추어 영화동아리 온고을 영화터 대표 장영목씨의 말이다.
전주의 온고을 영화터는 엄격하게는 80년대 한국 영화의 한 흐름이었던 독립영화운동의 하나이다. 그들은 95년과 97년 전주에서 인권영화를 주관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꿈꾸며 모여든 그들이 갖고 있는 당장의 포부는 99년쯤에는 자체적으로 16mm 독립영화를 만들어 배급해 전북영화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영상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정책적인 지원이 시작되면 이들은 빛을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조금 다른데에 있다. 궁극적으로 영화산업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온고을 영화터는 전북이 영상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려면 영화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도내 대학이 연기력과 기술력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화제작에 대한 기술은 두시전인 채 연기위주의 교육을 한다면 전북의 영화산업의 미래는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주의 영화산업이나 영상적 수준은 타도시에 비해 극히 낮아 독립영화 한 편 제작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미 광주나 대구, 부산 등지는 독립영화제작을 통해 영화산업에 활발히 진출해 영화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온고을 영화터는 전체적인 영상산업의 발전은 독립영화의 지원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필요한 사전검열 따위에 신경쓰고 상업적인 이익에만 앞서 쥬라기 공원식 영화를 지향한다면 전북 영화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전주 영상산업단지에서 선보이는 최첨단 영상미는 젊은이들의 힘과 희망, 그리고 전북의 전통 영상미에 기인하여 발전되기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