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8.2 | 특집 [사진영상의 해 기획]
작가를 찾아서 1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는다.
사진 찍는 시인 권진희
최주호 기자(2015-06-05 10:00:45)


황당했다. 처음, 그는 사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채 민속축제에 대해서만 열변을 토하며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았다. 각종 민속축제에 참석해서 지켜본 일, 우리의 민속문화가 무관심속에 사라지고 있는 현실 등을 꼬집으며 앞으로 민속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었다. 사라져 가는 민속을 발굴, 복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마치 민속하자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사진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그는 민속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뿐이었다. 한참이 지난후에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난 예술적 사진보다는 기록에 입각해 사진을 찍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록이라고나 할까요"

 사진작가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사라져 가는 것에 앵글을 담고, 글로서 표현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물로시가 담긴 사진집 『풍장의 세월』을 91년만에 발간, 세인의 관심을 샀다.

 그는 해방 이후 카메라와 펜을 같이 잡았다. 단순히 사진과 글에 대한 매력에서 시작했지만 차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열망에 사로 잡혔다. 그래서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았다고 한다. 지금은 전북문인협회에 시인으로, 전북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낚아챘다.

 "사진이 사실적인 묘사에 중점을 둔다면 글은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죠. 즉 사진과 문학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담고자 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권시인은 사진을 찍으면서 민속축제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니 기록사진을 찍기위해 이곳 저곳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히 마을 사람들과 친숙해지고, 마을에 대해 이야기 하던 도중 마을의 민속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마을의 민속문활를 찾아 나섰다. 특히 장승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사진 동아리 '완산시우회'와 함께 1년여에 걸쳐 전북의 장승을 촬영하여 전시회를 개최했던 것도 그의 남다른 고집과 열정에 힘입은 것이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3 회 추령장승축제>에서는 추령장승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풍성한 결실을 얻기도 했다.

 그는 끝머리에 이렇게 말한다. "사진속에 무엇인가 담는다는 것, 그건 우리들의 삶과 모습을 앵글속에 담는다는 것으로 관심에서 비롯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장승과 마을민속에 좀 더 관심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