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를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과 관련이 있는 동물, 식물, 광물 등과 명승지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재를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로 나누고 있는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으나 매장문화재를 설정하고 있다. 법령에 의하면 이들 중 유형 문화재는 국보·보물, 지방 유형문화재, 지방문화재 자료로 지정될 수 있다. 그리고 무형문화재는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지방무형문화재, 지방문화재자료로 나누고 기념물은 시적, 명승, 천연기념물, 지방기념물로 나누어 지정하고 있다.
지정문화재는 지정주체에 따라 구가지정문화재와 지방지정문화재로 나뉜다. 법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는 문화체육부 장관이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며 지방지정문화재는 시·도지사가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법에는 국가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나 지방지정문화재는 광역 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는 지방정부에서 문화재를 지정할 경우 조례에 정해진 기준을 따르도록 되어있어 조례에 따라 지방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며 우리 지역도 이에 따르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지정권한이 문화체육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주어져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문화재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문화재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문화재 지정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지정여부를 결정하고 지정할 경우 어떤 기준에 의하여 등급이 결정되는가 하는 의문이 우선, 있게 했다. 즉 지정문화재의 경우는 어떤 기준에 의하여 지정되고 국보나 보물, 또는 지방 유형문화재 따위로 나누어 지정하는가 하는 점이 모호한 것이다. 예컨대 국보1호인 남대문과 달리 동대문은 보물1호로 한 등급 낮은데 왜 동대문은 국보가 아닌가 하는 점이 의문으로 제기 된다. 이같은 의문은 문화재가 말 그대로 나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반드시 객관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즉 관점과 입장에 따라서 가치 판단은 달라질 수가 있으며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나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지정에서 파생되는 주된 문제는 바로 이같은 객과성과 보편성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며 문화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가 있다. 더구나 객관성과 보편성의 확보는 계량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도내에는 각종 정려문이 적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이 정녀문들은 개개가 충효의 상징으로서 해당 문중에서는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같은 가치부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등급을 부여한다고 할 경우 그 판단의 객관성에 대한 이의가 제기 될 것이 분명하며 어떤 경우든 비난이 있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문화재지정여부를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의 경우, 특히 비교적 다양한 전문가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체육부장관의 자문기구로서의 문화재위원회와 달리 제한된 인력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지방문화재위원회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까지가 제기 될 수 있으며, 그들의 판단이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이같은 지적은 상당부분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전라북도 문화재위원회의 경우 심의 의결권을 가진 15명 내외의 문화재위원과 조사권을 가진 소수의 비상근 문화재전문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들만으로 전라북도내에 산재한 문화재들을 모두 정당하게 가치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무형문화재나 천연기념물 따위의 경우 대단히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나 개개 분야마다의 전문가를 모두 포괄 할 수도 없고,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또 다른 전문가도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어려움의 하나는 지역 내에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즉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으로 임시방편적인 가치판단일 가능성이있는 것이다. 즉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으로 임시방편적인 가치판단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도내에는 적지 않는 불교문화재가 있는데 이들 모두가 파악되고 조사된 것은 아니므로 신청이 있을 경우마다 지정여부를 검토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때론 일관성이나 형평성을 잃은 경우도 예상할 수가 있다. 흔히 인간문화재로 지칭되는 예능이나 기능 보유자는 그가 지닌 기능이나 예능에 대한 지정임에도 자칫 인간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으로 오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는 보유자의 자질에 따라 예능이나 기능이 퇴화되거나 지정당시의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보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에 댛나 지정은 억제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불만이나 형평성에 대한 비난이 있을 수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문화재이원회의 운영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전라북도의 경우 매장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탓으로 거의 방치된 상태로 파괴되고 있는데 이같은 파괴를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전라북도에서는 1년에 한 차례(예외적으로 1997년에는 두 차례)의 문화재위원회가 열리며 주된 안건은 문화재 지정이며 문화재 지정을 위한 회의만을 하는 위원회인 셈이다. 문화재위원회가 지정만을 위한 것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에서는 올곧은 문화재정책이나 행정방향이 설정되기 어려울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재를 이용한 문화상품의 개발이나 문화재의 건전한 보호육성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화재 보호법에서 문화재를 지정하게 된 근본 목적은 문화재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는 보호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처리하고 있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그러나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정되지 않았거나 지정하지 않는 문화재도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지정 여부를 떠나서 문화재자체의 가치를 바로 알고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며, 지정문화재를 둘러싼 문제는 제도의 문제보다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에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