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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 | 칼럼·시평 [PC칼럼]
컴퓨터를 우리말로 하면?
정동철(자유기고가)(2015-06-09 10:48:24)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된 것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십여년 정도면 후하게 쳐줄만 하다고 생각된다. 하긴 최초에 컴퓨터라고 하는 기계가 만들어진 것도 1940년대이고 컴퓨터의 역사라고 해봤자 고작 육십년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이 작은 기계는 이제 모든 사회 분야, 요소요소에 깊숙이 침투(?)해서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가전제품, 사무용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혹자들은 말한다. 미국에서 육십년을 걸쳐 이루어낸 컴퓨터 보급비율을 한국은 불과 10여년만에 달성했다고, 그런데 이쯤에서 한 번 짚어볼 것이 있다. 컴퓨터를 우리말로 고쳐놓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정답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답은 우스꽝스럽게도 '전자 계산기'이다. 굳이 순우리말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어차피 한자식 조어니까. 아니! 전자계산기라고? 그럼 컴퓨터를 가지고 산수 계산을 했었나? 사연인 즉 이렇다. 실상, 컴퓨터라고 하는 기계의 출발이 2차 세계대전 중에 대포에서 쏜 포탄이 날아가는 탄도거리를 계산하기 위한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분이지는 모르지만 애초에 우리 나라에 컴퓨터를 소개할 때 전자계산기라고 번역해서 소개한 것이다.

 물론 지금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를 뜻한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복잡한 수학문제를 단순 반복적 문제로 바꿔서 계산하는 컴퓨터의 계산 기능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의 개인용 컴퓨터는 단순히 전자계산기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좀 모자라는 느낌이 든다. 현대의 컴퓨터는 단순한 숫자의 계산을 떠나서 다양한 정보의 저장과 관리는 물론 문서편집, 영화감상, 음악감상, 컴퓨터 게임, 교육용 기기, 작곡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 힘들 정도로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기능 탓에 컴퓨터를 '전뇌'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종에 전기로 동작하는 머리란 말인데 이쯤에서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중국인들의 적절한 번역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 컴퓨터를 '셈틀'이라고 부르자는 제안이 있기는 하지만 별반 쓰여지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 더 답답한 것은 우리 사회가 외국의 새로운 용어나 개념이 도입되었을 때 그것을 번역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몫으로 떠넘기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언어적 배려는 물론이거니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도 무시한 채 말이다. 하긴 제 나라 말도 제대로 모르는 초등학교 삼학년짜리들한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를 잘해야만 출세도 하고 세계화도 된다는 기막힌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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