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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 | 특집 [저널의 눈]
명물은 될 수 있되, 문화관광상품은 아니다
김세희(2015-08-17 15:14:11)

굴비.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생선이다. 한자로 나타내면 ‘屈非’다. 비굴하게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일화가 있다.
고려 시대 인종의 외할아버지면서 장인이었던 이자겸. 왕위를 찬탈하고자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전남 영광으로 유배를 떠났다. 영광조기를 인종에게 진상하면서 ‘굴비’라 이름 붙였다. 영광에 귀양 와서 살고 있지만 비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조기가 영광굴비가 된유례다. 타자의 시선과 일정한 대중적 동의를 반영해볼 때, 영광굴비란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여기에 특산물이란 명칭이 더해져 ‘지역적 정체성’이 내재해있다. 이런 관점을 반영해 전주의 PNB와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를 보자. 13년 전 개발된 이 초코파이는 관광객의 입소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덕분에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의 ‘감성적 타당성’이 개입되는 부분이라 일반화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전주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서의 자격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 초코파이의 탄생 동인(動因)에 전주 지역의 정서와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담겨있지 않아서다. 동명의 초코파이와 다른 독특한 레시피, 동네 빵집이 이룩한 신화 정도의 이야기만 담겨 있다. 인터넷과 SNS상에서도 ‘전주의 초코파이’보다는 ‘풍년제과 초코파이’라는 상업적 정체성이 더 부각된다.
이는 전주의 대표 문화관광상품이라 할 수 있는 비빔밥, 콩나물 국밥과는 다른 면이다. 전주의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에는 ‘전주적 정체성’이 녹아있다. 양자의 재료로 쓰이는 미나리와 콩나물 등은 ‘전주팔미(全州八味) 혹은 십미(十味)로 불리우며, 전주에서 오랜 세월 구전되어온 향토음식이다. 가람 이병기의 근음삼수(近吟三首), 전주야사 등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관광(觀光)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다. 여행지만의 정서와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담지 된 의미다. 전주 PNB 풍년제과 초코파이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있진 않다. 이것이 전주 초코파이가 지역의 명물이 될 수는 있어도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상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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