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어차피 한 번 죽고 마는 것이니 왜놈과 가까이해서 죽게 될 진데 어찌 의병에 충실하다 죽어서 끝내 좋은 이름을 차지하는 것만 하겠느냐.” - 전해산 진중일기 중에서 -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전라북도는 이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항일의병이 일어났던 곳으로 독립운동 정신 동안 살아 숨 쉬는 지역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거나 기념되지 못하고 있는 아쉬운 현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전북지역 의병과 순절자를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새기는 대규모 전시가 문을 열었다. 전주역사박물관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획전이 지난 7월 23일 시작, 오는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1부 한말 의병활동, 2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3부 의로운 죽음 순절 등으로 나눠 구성됐으며 독립운동가 후손과 순천대 박물관 등이 보관하고 있던 100여점의 유물과 광복회 전북지부가 보관해 온 독립운동가의 영정 150여점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도내 최초 항일 의병투쟁인 ‘병오창의’, ‘호남의병창의동맹단’과 이석용, ‘대동창의단과 전해산’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다. 임실 출신인 전해산 의병장의 작전용 지도와 진중일기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고종황제에게 밀지를 받아 대규모 의병 준비를 했던 ‘대한독립의군부’와 ‘전북지역 3·1 운동’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도내 항일역사와 고종이 독립의군보 특승 정상품 통정대부 토영참서관에 독립운동가 김상기를 임명하며 내린 교지와 독립선언서 등이 전시됐다.
3부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에 항거한 자정순국으로 충절을 지킨 순절자를 소개한다. 일제가 당시 조선인을 회유하기 위해 사용한 돈인 은사금(恩賜金)을 거부하고 단식으로 자결한 김제 출신 장태수의 초상화와 어사화, 남원시 주생면 주재소 앞에서 일제를 규탄하고 독립만세를 부르며 자결한 이태현의 유고집인 〈정암사고〉 등을 볼 수 있다.
이동희 관장은 “이번 전시는 뿌리 깊은 전북의 독립운동사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아쉬움에서 비롯됐다”며 “전북출신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것을 넘어 포상받지 못한 많은 의병과 독립운동가들도 우리 마음 속에 나마 함께 기억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전주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광복회 전북지부, 전북향토문화연구회 등이 함께 했으며 이 밖에도 독립운동가 후손 및 개인 연구자들이 기증, 제공한 자료와 유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