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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 | 특집 [저널의 눈]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은 그 경계
버스킹 Busking
황경신(2015-09-15 12:10:42)

 

 

 

영국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글렌 한사드가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 영화 <원스Once>의 한 장면이 우리의 거리 곳곳에서도 펼쳐진다.

대학로나 문화거리, 관광지에 가면 인드밴드나 싱어송 라이터들의 공연, 대표적인 거리문화로 꼽히는 ‘버스킹(Busking)'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문화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연주나 노래를 하고 행인들에게 그 대가를 받는 공연문화인 ‘버스킹’은 이제 전국 어느 곳을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되었다. 물론 금전적 대가가 아닌 공연 자체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연주자들도 적지 않다.

장소성을 지닌 버스킹 문화가 ‘이건 당연한 이 곳의 문화’라는 호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 버스킹 문화가 잦아든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디밴드 등 독립적인 음악인들의 저변 확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는 몇 년 전부터 부모세대 문화로 여겨온 소위 통기타 문화가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끈 것이 한 몫을 했다. 어쿠스틱 악기 편성이 주가 되는 어쿠스틱 밴드가 급격히 늘어나고, 좋은 성능의 휴대용 음향기기가 저렴하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버스킹을 하는 공연자들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더불어 팝 가수 제이슨므라즈나 우리나라 대중가수 버스커버스커, 10cm 등의 ‘빅히트’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버스킹’, 호의적일 수 만은 없다

하지만 ‘자유로움’으로 대표되는 버스킹도 한 없이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종종 언론매체에서는 ‘무분별한 거리공연’으로 인한 인근 지역주민과 상권의 피해를 보도하는 기사가 실리고,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거리공연과 관련한 정책이나 조례를 제정해 규제와 지원을 함께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의 경우 공연팀이 ‘밀릴’ 정도로 버스킹이 열리는 한강을 비롯해 홍대, 신촌, 청계천 일대에서는 허가를 받은 팀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대구나 여수시의 경우에도 서울과 같은 철저한 규제는 아니지만, 거리문화 활성화 정책에 따라 버스킹 팀을 따로 공모하거나 선발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관광이나 문화 활성화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정책들은 해당 지역 주민이나 상인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목적이 있기도 하다.

물론 버스킹 공연팀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거리아티스트 협동조합이나 전주의 버스커즈팩토리, 몇몇 연주자들은 “버스커들이 먼저 나서서 기본적으로 지켜줘야 될 사항이 지켜져야 버스킹 문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즐거움을 ‘길게’ 나누기 위한 버스킹을 위해

우리나라 거리문화의 1번지인 홍대거리의 경우 지금은 공연순서를 기다려야 할 만큼 버스커들이 넘쳐나는 곳이지만, 홍대 버스커 1세대들이 보는 지금의 버스킹 문화는 씁쓸한 면이 없지 않다.

“약 5년전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을 때는 항상 아무도 없거나 한 팀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공연하던 팀이 끝나면 공연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두 팀이 되고, 세 팀이 되고, 지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홍대의 좋은 볼거리 중 하나였던 거리공연은 갑자기 몰려든 공연 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수 많은 팀들 때문에 무시되고, 욕을 먹고 있다. 그리고 정작 좋은 공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준비되어 나온 팀들은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홍대 거리공연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홍대 버스킹 1세대 정선호 기타리스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버스킹 문화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긴 글로 남겼다.

일례로, 홍대의 경우 '핑스 카페'라는 곳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오디션을 봐서 실력자를 가려내고 연습모임을 따로 해서 서로의 연주를 모니터링 하는 등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룹이다. 거리 공연이지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실력을 길렀고, 준비된 팀만이 버스킹을 하는 자신들만의 약속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민이나 상인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몇 년 동안 지역 사람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본인들의 문화활동을 알려냄으로써 지금의 ‘홍대 거리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홍대에서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었다고 핑스 카페는 전한다. 거리공연의 자유로운 특성상 많은 버스커들이 모여들고 있고,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버스커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민원은 다시 불거지고, 행정기관의 규제는 더 다양해졌다.

 

전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최근 전주 한옥마을 버스킹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주시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규제내용이나 조례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떤 내용이든 이는 버스킹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민원해결의 양날을 품은 어떤 규제 이전에, “이 즐거움을 길게 나누기 위해 지킬 선을 지키고 준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버스킹 1세대들이 전하는 버스킹의 목적을 우리는 먼저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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