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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 | 특집 [저널의 눈]
버스킹, 한옥마을에서는 안되나요?
거리 공연 전면 금지된 전주 한옥마을
김이정(2015-09-15 12:12:52)

 

 

 

2014년 여름,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 가수 휘성의 노래를 목청껏 불렀던 사람의 버스킹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왔다. 그가 부르는 노래들은 지나가는 한옥마을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후 그는 ‘한옥마을 휘성’이라는 별칭으로 텔레비전에도 출연했다. 그 때 노래를 열창했던 그 버스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옥마을에서 버스킹이 사라졌다. 2014년까지만 해도 한옥마을에서 흔하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던 한옥마을 내 버스킹은 올해 들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전주시가 오는 11월 한옥마을 슬로시티 재지정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한옥마을 수용태세 종합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계획에 따르면, 대규모 축제·행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조항으로, 엠프를 사용해 소리가 출력되는 공연은 전주시 한옥마을사업소에서 저지하고 있다.

 

한옥마을, 출력량 상관없이 엠프 사용 야외공연 금지

전주의 ‘핫 플레이스’인 한옥마을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어 했던 이들은 이런 불만을 인터넷 카페에서 성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한옥마을 버스킹을 하다가 제지를 당한 버스커 이 모씨는 “2~3시간 가까이 버스킹을 하고 사실 마무리하려 했다. 100명 이상 넘는 관객들로부터 호응이 꽤 컸지만 시청 관계자인 듯한 사람에 의해 제지당했다”며, “버스킹과 같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이 막히면서 거리문화가 외면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글을 올렸다.

국악버스킹 연주자 김지훈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 버스커들을 ‘노점상’ 취급하는 상황에 대하여 토로했다.

한옥마을 버스킹과 관련된 민원 등으로 인해 지난 8월 7일 전주시는 ‘한옥마을 버스킹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한옥마을 사업소와 버스킹 연주자 간의 입장차이만 드러냈을 뿐 뚜렷한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지훈 씨는 전주시가 버스킹에 대해 명확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스킹을 문화콘텐츠 측면에서 활용하기 위해 버스커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버스커들이 문화 생산자임과 동시에 문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밴드 휴먼스 리더 안태상 씨 또한 “전주가 최소한 문화도시라 한다면, 행정적인 문제에 있어서 어느 정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버스킹이 성공 하려면 사람들이 일단 많아야 하고, 버스킹 수요가 있는 곳에 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적으로 선심 쓰듯이 유휴공간이랍시고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공간만 내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아쉬워 했다.

하지만 전주시나 한옥마을 사업소의 고민도 간단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옥마을사업소 측은 전국에서 한옥마을 공연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공연만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규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옥마을 내 성심여고와 전동성당 등 교육·종교시설이 위치해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공연을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활성화, 다양한 장소・버스커들의 노력도 필요

기타 버스커 이승노 씨는 “한옥마을사업소 측에서 공연과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뮤지션들 사이에 버스킹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옥마을만이 아니라 전주시 종합경기장, 공원 등 다양한 장소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버스킹 활성화를 위해서 장소의 다양성을 제안했다. 한옥마을을 제외하고 버스커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전주 시내 메가박스 앞과 한옥마을 사업소 직원이 단속하지 않는 시간대인 저녁 7~9시 경의 한옥마을 경기전 앞이다.

지역 밴드 ‘황대귀 재즈밴드’의 황대귀 씨는 더 이상 버스킹을 하고 있지 않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버스킹에 대한 여러 아쉬움을 갖고 있는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버스킹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버스킹은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하기 때문이다”라며 “버스킹으로 문제가 되는 일들은 보통 자기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경우에 소음 등이 문제가 돼 민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최나겸 이사장도 연주자들의 자발성을 먼저 주문했다. 최 이사장은 “서울이라고 해서 지역에서 겪는 소음, 민원과 같은 문제는 별 반 다르지 않다”며, “거리공연은 대관을 빌려서 하는 공연보다 더욱 까다롭고 지켜야할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밴드 휴먼스의 리더 안태상 씨 또한 버스커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스킹을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버스킹이 아니라 공연처럼 인식되는 순간들이 있다 버스커들은 그런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자기 세계를 표현하면서 관객들도 단순한 공연 행위가 아닌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연습과 실력을 갖춰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버스킹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타 지역에서는 이미 과제로 떠오른지 오래이다. 홍대 걷고싶은거리는 최근 야간 버스킹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논란이 일었고, 가수 김광석의 고향으로 유명한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도 논란 끝에 공연 시간이 오후 7시까지로 제한됐다. 부산시 해운대구는 지난해 8월부터 미리 신청한 공연팀에게만 공연 장소와 시간을 배정해주는 ‘버스킹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버스킹’에 대한 규제나 관리가 다소 문화적이지 않거나, 버스킹 본래의 의미를 헤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공의 목적을 우선에 둬야 하는 행정기관의 역할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 합리적인 버스킹 정책과 버스커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상충된다면 한옥마을의 버스킹을 곧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거리’와 ‘공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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