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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 특집 [저널의 눈]
그래도 '헌 책방'은 숨 쉰다
헌 책방 이야기①
황경신(2015-10-15 13:35:24)

 

 

 

책 읽는 사람이 줄면서 책을 사는 사람도 줄었다.
책의 위기는 결국 서점의 위기를 불러왔다.
너도 나도 외치는 '인문학'은 책이나 서점과는 별개로 세상의 유행처럼 번져갈 뿐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책을 잠식해 들어간 것은 물론 인터넷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를 보면 1994년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86.8% 였으나,
2010년 65.4%까지 낮아졌다가 2013년에는 71.4%로 간신히 오름새를 보였다.
그 사이 서점도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전북지역 서점(문구포함 서점)은 2003년 197개에서 2013년 131개로 66.4%나 줄었다.
순수하게 서점으로만 운영되는 곳은 82개에 불과하고 참고서 위주의 학교 앞 서점을 제외하면 그 숫자는 더 적다.

 

그 많은 책들은 어디로 사라지나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 누군가에게 읽힌 책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당연히 헌책방이 그들의 처소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처소'마저 하나, 둘 함께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최근 대형문고 및 온라인 중고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때 120개가 넘었던 헌책방들은 현재 25곳만이 남아 적자운영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에도 위기만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헌 책방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전북 지역의 경우 전화 한 통이면 파악이 될 만큼 적은 숫자다. 전주의 경우 동문사거리의 헌책방이 이제 겨우 3곳이 유지되고 있고, 그나마 한 곳은 폐업을 앞두고 있다. 그 밖의 지역에는 익산에 1곳, 정읍에 1곳이 전북 지역 헌책방의 전부이다. 반면 '알라딘'이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한 중고서점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지역마다 그 숫자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까지 중고서적 매입 및 판매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물론 도서정가제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꼼수'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만큼 '헌 책'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도' 헌 책'은 숨 쉰다
헌 책이 주는 가치와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헌 책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헌책방 자체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하게 컨셉화 시켜 음반 및 북 카페와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국내 여행 관광명소지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책방 골목은 6.25 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 책 등이 판매되었던 노점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보수동 책방 골목은 헌 책과 새 책이 같이 어우러져 지금은 절판되어 찾아볼 수 없는 책들도 이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계천 헌 책방 거리도 예전같지 않지만, 뜻있는 젊은이들이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캠페인과 온라인 주문 판매를 곁들여 헌 책의 소중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헌 책방을 통한 나눔과 기부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시민들이 기증한 도서를 손질하여 저렴한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순환의 기능을 실천하고 있다. 벌어들인 수익금으로는 소외된 이웃은 물론 열악한 어린이 공부방 도서지원 사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과 울산 등지에서도 '책 읽는 도시'를 전면적으로 표방하며 독서문화 조성은 물론 헌 책의 '순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억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헌 책은 책 자체가 지닌 가치를 넘어 우리의 생활과 정서를 '재생'시킨다. 순환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자원의 활용을 실천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많은 손을 거쳐도 사라지지 않는 지식과 정보의 기능을 재생 시킨다. 그리고 이 헌 책들의 재생의 처소는 바로 '헌 책방'이다. 헌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재생의 처소를 잃어가는 책들, 우연한 인연보다는 검색을 통한 거래만 당연시 되는 책 세상. 쾌적한 환경에서 저렴하게 헌책을 구할 수 있어 환영하는 사람도 많지만 헌책을 매개로 거대자본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 없다고 생각하던 책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재평가되는 기적 같은 일도 기대하기 어렵게 변해가고 있다. 동네 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아버린 후에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이미 늦어 버린 일이 될 것이다. 이번 호에서 찾아나선 전주의 헌 책방들과 익산과 정읍의 헌 책방 이야기가 '옛 것의 추억'으로만 남지 않아야 될 여러 이유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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