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를 잇는 대나무 바람의 숨결
김동식 | 합죽선 _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합죽선은 6가지의 공정마다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해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김동식 명장은 올해 국가에서 지정하는 중요무형문화재로도 지정을 받았다. 4대에 걸쳐 대대로 합죽선을 만들어오던 외가에서 기술을 습득한 그는 옛날 왕실에 진상하던 '50접 천선'과 '윤선'을 비롯해 한지의 칠에 따라 달라지는 황침선, 옻침선 등 다양한 합죽선을 복원하고 제작해내고 있다. 김 명장은 합죽선의 머리 부분의 촉감과 세월의 변화와 관계없이 대나무 색상이 고른 색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쓴다.
대를 잇는 맑은 음색
고수환 | 가야금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2호
중요무형문화재 김광진과 남갑진 명인에게 제작을 배운 고수환 명장은 가야금을 비롯한 거문고, 아쟁, 해금 등 전통현악기를 제작한다. 나무를 제재하는 과정만 제외하고 철저하게 전통 수작업으로 가야금을 만든다. 100년이 넘는 오동나무만을 사용하며, 옹이가 있는 나무도 그의 손을 거치면 오히려 더 큰 빛을 발하는 악기로 태어난다. 특히 그의 가야금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맑은 음색으로 이름이 높아 3대가 물려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평을 받는다. 2003년에는 전설의 악기 공후를 복원, 악기 뿐 아니라 연주법까지 되살려 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린 정교한 태극
조충익 | 태극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태극선은 부채의 선면에 태극무늬를 그려넣은 것으로 총 48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삼태극 작도법을 고안해 낸 조충익 명장의 도안은 비공식 표준이 되었고, 제각각이던 태극의 모양과 비율을 하나로 통일시켰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의 태극선을 들고 입장했다.
그의 태극선은 금선, 대금선, 파초선, 민화선 등 20여 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일반 부채보다 3배나 많은 250살의 세미선은 태극석 제작기법의 극치로 평가받고 있다.
나무와 장인의 상처로 피어난 미(美)
이의식| 옻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3호
옻나무의 옻으로 공예품에 칠을 하는 옻칠은 14개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옻은 나무 표피에 상처를 입혀 얻어내는 재료로, 옻칠을 하는 사람 또한 온 몸에 오르는 옻독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이의식 명장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옻칠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옻칠은 흙먼지 하나만 들어가도 작품의 훼손이 있어 매우 까다로운 데다 수년의 작업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는 국내에서 보다 옻칠공예의 최대시장인 일본에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지금도 고향 전주공방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일본과 교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 땀 한 땀 되살린 왕의 옷
최온순 | 침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2호
침선은 바느질과 실을 가지고 옷을 짓는 일과 규방에서 할 수 있는 바느질 전반을 의미한다. 침선장은 옷의 맵시는 물론 품위, 효율성 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최온순 명장은 한 땀 한 땀 바늘가는 자리마다 옛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왔다. 40 여 년간 서민들의 옷을 만들며 등한시되던 일반인들의 전통 생활 복식을 되살려 화제를 모았다. 뒤 이어 궁중의상에 대한 연구와 복원을 체계적으로 해오던 그는 마침내 지난해 태조 이성계의 청룡포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울림통 온 몸의 소리를 얻다
최동식 | 거문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2호
거문고는 세부적으로 1000가지가 넘는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악기이다.
최초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가가 된 김광주 선생에세 제작기술을 익힌 최동식 명장은 스승이 만든 울림통을 하루에도 몇 십번씩 들여다보며 연구를 했다. 마침내 악기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울림통 전체의 소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만든 거문고 소리를 알아본 신쾌동 명인을 시작으로 지금도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그의 악기를 고집하고 있다.
딱 들어맞는 꽃살문이 열리다
김재중 | 전통창호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9호
창호는 건축물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건물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전통건축에 있어 전통창호는 아름다운 자연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통창호는 아귀를 꿰맞추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김재중 명장은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궤가 딱 들어맞게 제작해낸다. 특히 전통창호 기법 중에서 불교예술의 정수로 불리는 '꽃살문' 재현으로 이름이 높아 금산사를 비롯해 용인 민속촌, 선운사, 전주향교의 꽃살문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팔 십번의 손길을 쓰는 유일함
윤규상 | 지우산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45호
지우산은 대나무로 만든 살에 기름먹인 한지를 발라 만든 우산이다. 모든 기술을 익히는 데 최소 2년의 시간과 제작 시 80번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수작업으로 지우산을 만드는 장인은 윤규상 명장이 유일하다.
지금 지우산은 실용의 목적 보다는 공예품으로 더 많이 쓰인다. 전통예술 공연을 비롯해 영화 소품으로 사용되며, 소장의 가치를 지닌다. 다양한 색상의 한지나 김홍도 풍속화를 그려넣는 등 전통방식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고건축의 미와 생명의 되살림
신우순 | 단청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24호
단청은 오방색을 기본으로 사용해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 장식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기후 변화로부터 건축물을 영구보존하는 기능도 함께 지닌다. 신우순 명장은 단청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문양을 비례감 있게 그려내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색채 사용에 있어서도 원색적인 색채 대신 채도를 낮추는 등 조채능력이 뛰어나다.
큰 가마솥에 엉켜있는 그을음을 긁고, 다시 불에 조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등 검정색 안료 하나를 만드는 일도 그는 전통 단청기법 사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손맛으로 이룬 비빔밥의 전주
김년임 | 전주비빔밥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39호
전주비빔밥은 사골육수로 밥을 짓고 30여 가지의 재료를 섞어 만든다. 그만큼 손길이 많이 가고, 정성이 없으면 차려낼 수 없는 음식이다. 전주시 음식명인 제1호로 지정받기도 한 김년임 명인은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1979년 비빔밥전문식당 가족회관을 열고, 이 곳 또한 향토전통음식 전주비빔밥 지정업소 1호가 되었다.
지금도 매일 아침 5시 30분이며 가장 먼저 주방에 들어가는 그는 한 그릇 비빔밥 외에도 한 상 가득 차려지는 반찬들에 일일이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한지를 결정짓는 정교한 정성
유배근 | 한지발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31호
한지발은 고유 한지를 뜨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한지발을 만드는 장인은 전국적으로 유배근 명장이 유일하다. 대촉을 엮어 완성되는 전통 한지발을 위해 대나무 고르기부터 그는 직접 나선다. 대나무의 피죽만을 떼어내 소금물에 삶고 건조시키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지발 기술자들이 거의 사라져 필요한 도구들마저 생산이 중단돼 한지발 제작에 필요한 발틀까지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한지발 없이 한지를 뜰 수 없고, 그 없이 한지발을 만들 수 없으니 유배근 명장의 작업 자체가 한지의 맥인 셈이다.
새 바람을 일으키는 방구 부채
방화선 | 단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31호
방구 부채 혹은 단선은 부챗살에 비단이나 종이를 붙여 만든 둥근 모양의 부채다. 방화선 명장은 그의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던 고 방춘근 선자장의 대를 잇고 있다. 단선을 주로 만드는 그는 부채의 면에 현대적인 그림과 글씨를 넣거나 부채 자루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공간의 면 분할과 선면의 폭 조절 능력이 뛰어나 미적인 감흥을 주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또한 부채에 옻칠을 해 특유의 색감을 살리고, 내구성도 높여냈다.
대를 이어 '한국'이 된 부채
엄재수 | 합죽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엄재수 명장은 근대 부채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고 엄주원 명장의 아들이다. 다른 일을 하다 비교적 뒤늦게 입문했지만, 타고난 솜씨로 명장에 까지 올랐다.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 우리 부채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해외의 각국 대사들 손에 그의 부채가 쥐어졌다.
제작과 함께 그가 몰두하는 또 하나는 복원연구이다. 옛 선자장들의 유품과 문헌연구로 대륜선, 칠부채, 백접선 등 고문서에 갇힌 부채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시대를 되살리는 합죽선
박인권 | 합죽선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조선시대 합죽선은 생활도구가 아닌 의관의 하나로 선비가 죽어서도 부장품으로 함께 묻혀 그 유물의 수가 많지 않다. 박인권 명장은 명칭만 남은 합죽선의 원형을 되살리는 일에 매달려냈다. 특히 뱀가죽을 변죽에 감아 만든 '룡피칠선'은 오직 그만이 유일하게 재현해낸 작품이다. 박 명장은 부채를 우리와 친근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화 '혈의 누', '스캔들', '관상',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역사적 배경과 주제에 맞춰 제작된 그의 합죽선이 등장했다.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자개
최대규 | 나전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0호
나전칠기는 자개를 무늬대로 잘라 목심(木心)이나 칠면(漆面)에 박아넣거나 붙이는 칠공예이다. 최대규 명장은 주로 함이나 상, 장을 제작하는데 최소 3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모든 공정이 다 중요하지만 최 명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밑 도안, 즉 설계다. 숙련이 필요한 기법과 달리 설계는 타고난 감각이 중요한데 최 명장의 나전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브랜드가구의 등장으로 나전칠기 산업이 예전 같지 않으나 지금도 그는 15평 규모의 작업장에서 전승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죽(竹) 마다 열기로 피워낸 꽃
이신입 | 낙죽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1호
인두로 대나무 겉면을 지져서 글씨를 쓰거나 그림과 무늬를 표현하는 낙죽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가늘고 힘이 없는 부챗살에 달궈진 인두의 온도를 조절해가며 일일이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신입 명장은 부친 고 이기동 선자장에게 부채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고, 낙죽의 기술도 갖추었다. 그는 합죽선의 부챗살과 변죽에 하는 낙죽기법과 함께 선면에도 낙화기법을 이이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합죽선을 제작한다.
죽(竹)에 새겨내는 절묘한 음정
최종순 | 대금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2호
대금은 대나무 중에서도 쌍골죽이라 하여, 내경에 살이 꽉 차 있는 기형 대나무로 만든 악기이다. 대나무의 굵기와 단단한 정도에 따라 음정이 결정되는데, 최종순 명장의 음정 간격의 기술은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금을 비롯해 중금, 소금, 단소 등 모든 죽관악기를 제작하는 최 명장이 만드는 악기를 구하기 위해 대금산조의 명인 이생강을 비롯해 전국의 연주자들이 찾아온다. 이생강으로부터 연주를 배우기도 했던 그의 음감에 숙련된 기법이 더해져 깊은 소리를 만들어 냈다.
조선의 명주를 되살려 새 길을 열다
조정형 | 이강주 _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6호
이강주는 전통소주에 배와 생강을 넣은 조선시대 3대 명주로 조정형 명인의 집안에서 6대째 이어져 오는 가양주이다. 그의 집안은 전주 부사를 지내온 집안으로 전통주인 이강주를 빚는 것을 가풍으로 삼고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발효학을 전공하고 주류업계에서 쌓은 30년 경력을 바탕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이강주를 전승하기로 마음먹고 전국의 민속주를 찾아 나섰다. 되살아난 이강주는 가양주에서 제품으로 탄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일본, 미국, 중국, 호주 수출과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직영판매점도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