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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특집 [특집]
이유있는 흥행
2015 전북문화 Back up
최정학(2015-12-15 09:27:39)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문화행사들은 관객들의 크고 작은 호응 속에 다음을 기약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유무형의 자원들을 결합한 공연과 지역미술의 새로운 활로를 연 전시, 의미 있게 내실을 기울인 작품들이 올해도 돋보였다.


아시아현대미술전 2015
전북도립미술관이 지난 9월 개최한 '아시아현대미술전 2015'는 지역미술은 물론 미술관의 새로운 활로와 방향을 보여줬다. 아시아의 전위성, 역동성, 실험성을 표방하며 아시아가 담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현대미술로 선보였던 전시는 14개국 작가 35명의 회화, 입체, 설치, 미디어 등 100여점을 선보였다. 작가의 명성이나 국제전시 유치에서 눈을 돌린 전북도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연장전시를 할 만큼 예상 밖의 호응을 받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내세운 "지역 국공립미술관의 특성화 전략으로 주목할 만한 전시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제대로 시작된 셈이다.


동학농민혁명 음악극 <녹두새 훨훨 날다>
지난 9월 올려진 전봉준 장군 순국 120주년을 기념한 음악극 <녹두새 훨훨 날다>(문병학 원작, 곽병창 연출)은 동학농민혁명의 새로운 조명과 이를 토대로 창작된 지역 문화예술이 결합된 작품으로 의미를 갖는다. 지역 예술인들이 내놓았던 동학농민혁명 관련 작품들이 작품 요소요소에 결합되며 하나의 극으로 완성됐다. 시인 안도현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 소설가 이광재의 <봉준이 온다>, 서양화가 이기홍과 판화가 박홍규의 작품이 섞이고, 배경이 되며 극을 구성했다. 원광대 원도연 교수는 "이런 접근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을 치열하게 탐구해온 지역 예술인들의 성과와 제대로 만났다"고 호평했다. 여러 여건상 1회 공연에 그친 점을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조명사업이 더해지고 있는 지금 이번 공연이 주는 의미와 역할은 더 특별하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산조의 밤
마당의 정기기획공연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이 올해는 공연장을 벗어났다. '산조의 밤'으로 구성, 지난 6월 3일 동안 전주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진행됐다. 우리 음악 '산조'가 지닌 자유로움, 허튼 가락의 성격을 되살리고자 공연장이 아닌 한옥 문화공간에서 야외무대를 개설했다. 원장현의 대금산조, 이태백의 아쟁산조, 김일륜의 가야금 산조로 3일 밤을 보낸 공연은 전석 매진으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가까운 호흡의 무대로 청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전라도 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음악과 예술인들의 무대로 꾸려지는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은 20년을 넘은 무대로 올해 역시 전통음악의 생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이하 한옥상설공연)이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성 향상과 함께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옥상설공연은 한옥을 배경으로 역사, 인물, 풍류 등 지역의 특색 있는 이야기를 공연과 결합시킨 형태의 상설공연이다. 지난 2012년 전라북도가 전국 최초로 전통문화자원인 한옥과 공연을 결합하여 새로운 K-Culture로 육성하겠다며 정부에 건의, 관광기금을 확보하면서 시작되었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전주와 남원, 임실과 고창, 네 개 시군이 선정되었다. 전주는 한옥마을 전주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맹인잔치' 대목을 중심으로 한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를 선보였다. 남원은 춘향전의 실제 배경인 광한루 수상무대에서 춘향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 <열녀 춘향>을 올려 관객들을 만났다. 임실은 긴 세월 농악을 꿋꿋하게 이어온 중벵이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춤추는 상쇠>에 담아 보여주었고, 고창에서는 조선후기에 구전으로 전해오던 판소리 사설과 이론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와 판소리 최초의 여류명창인 진채선의 사랑이야기를 풍물과 굿, 소리로 담아 <도리화 귀경가세>를 올렸다. 한옥상설공연은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성 향상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며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 한옥상설공연이 유료화 되면서,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다양해지고 있다. '마당창극'을 표방하고 있는 전주는 티켓 1장으로 한옥마을에서 하루 종일 휴가를 보낼 수 있는 패키지티켓을 기획하였고, 남원은 광한루와 테마파크 당일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 4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임실은 먹거리 체험행사 참여와 연계한 패키지 티켓과 함께 타 지역 상설공연 관람자에게 40%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창 또한 인근 관광지, 식당 등과 연계하여 상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각 지자체들은 한옥상설공연이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인근의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끄는 견인차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들을 아끼지 않고 있다.

 

 

"30년 고창농악의 진수가 제대로 먹혔다" (고창농악보존회 이명훈 회장)
<도리화 귀경가세>는 고창농악보존회가 준비해 올린 무대다. (사)고창농악보존회는 1985년부터 명맥을 유지해 온 고창농악 보유단체로, 지난 30년 간 고창농악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다양한 공연활동과 교육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고창한옥상설공연을 맡아 진행, 이명훈(48) 고창농악보존회 회장은 올해 고창한옥상설공연을 처음 기획단계 부터 마무리단계까지 진두지휘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재밌다, 볼거리가 많다, 여기 살면서도 우리 지역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지 잘 몰랐었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전문가분들의 평가도 좋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공연다운 공연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보다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고창농악보존회의 문화재 이수자들이 총 출연했다. 22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공연의 수준을 높이고, 매 공연이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모객을 위한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올해 고창한옥상설공연이 내세운 것은 '먹‧놀‧자 프로젝트'였다. 공연무대를 중심으로 고창의 다양한 먹을거리, 놀거리, 체험거리, 잠잘거리를 연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고창군민들이었다.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 올해 공연은 약 85% 정도의 객석점유율을 달성해냈다. 고창군민들 중에는 몇 번이나 공연을 관람한 사람도 많았고, 또 올 때마다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함께 데리고 와 객석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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