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러 도시에는 대한제국~일제강점기~1960년대 전후의 시기에 근대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근대건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골목길에서 살아남았다. 정확히 말하면 골목길이 외면당하고 방치된 덕분이다. 대구에서는 수년 전부터 골목길 속 근대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리노베이션(건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해 다시 사용하는 것)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근대골목 투어로 유명한 대구 북성로 '카페 삼덕상회'는 대구의 근대건물 리노베이션 1호 건물이다. 193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2011년 10월 문을 열었다. 1층은 가게, 2층은 주거지인 전형적인 상가주택이고, 철원상회와 삼덕상회라는 공구점 간판을 잇달아 내걸며 1950년대 이후 북성로 공구골목의 생활사를 담은 곳이다.
카페 삼덕상회는 근대건물을 보존하는 취지뿐 아니라 북성로의 문화 및 관광 콘텐츠를 담는 역할도 표방하고 있다. 문을 연 초기부터 북성로와 대구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고, 그림엽서와 공구 모양 볼펜 같은 관광기념품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카페 삼덕상회 다음으로 북성로에서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친 국내에서 유일한 '공구박물관'도 둘러보면 좋은 공간이다. 이곳은 1930년대에 지어져 미곡창고와 식당 등으로 활용된 근대건물이다. 2층에는 다다미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 1940년대부터 쓰였던 각종 공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탄알통, 멍키스패너, 망치, 각종 볼트와 너트, 일제시대의 나무자루로 된 드라이버도 벽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다. 1층은 공구골목 기술자의 작업 공간을 재현한 전시 공간 '공구상의 방'과 공구를 사용한 공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떠난 때. 2015. 4월
위치. 대구시 중구 북성로 70번지(삼덕상회), 중구 태평로(공구박물관), 두 곳 도보(5분)로 이동가능
소요시간.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도보투어프로그램은 시간 단위로 여럿이 있다. 개별적으로 둘러본다면 북성로 일대의 경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이날 밥은. 경상도 음식에 대한 기대가 적겠지만, 수십년 오래된 맛은 믿을 만 하다. 이날 기행에서는 60년이 넘은 <부산 설렁탕>집의 설렁탕을 먹었다. 이 곳 역시 오래된 가옥을 식당으로 쓰고 있으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