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읍 외곽에 자리잡은 '추모의 집'은 기존 납골당과는 전혀 다르다. 무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인삼밭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인삼밭 모양의 지붕이 시선이 끈다. 마치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통유리로 설계된 내부는 무주의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고, 천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별다른 조명 없이도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말하는 건축가, 공공건축으로 이름이 높은 정기용이 설계한 이 곳은 역설의 장소이다.
건축가 정기용이 처음으로 이 터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인삼밭. 모든 식물은 태양을 보며 자라지만, 차광막으로 덮힌 인삼을 햇볕이 아닌 그늘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러면서 땅의 힘을 최대한 빨아들여 사람들에게 생기를 주는 식물로 자라난다. 정기용은 인삼밭에서 죽음의 역설을 떠올렸던 것이다. 죽음은 일반적으로 어둡고 그늘진 것으로 상징되지만, 그런 속에서 인삼과 같은 생명이 자라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모티브가 된 납골당은 '어우러질 수 없는 어우러짐'으로 회자되며 그 어느 공간보다도 환한 빛을 품게 되었다.
무주 추모의 집에 온 이들은 무주를 떠날 수 있을까. 추모의 집 분위기는 환하고 정갈해서 오히려 살아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공간이다. 부모나 부부, 자식 등 가족을 남겨두고 온 이들은 이 곳에 와서 마음은 슬픔에 잠겨있어도 이 정갈한 빛들에 조금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떠난 때. 2015. 5월
위치. 무주군 무주읍 괴목로 1359-72
소요시간. 추모의집과 정기용의 무주프로젝트의 건축들을 함께 둘러봐야 좋다. 등나무운동장, 무주군청(사무공간과 외벽) 등 대표적 공간들을 방문하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날 밥은. 무주는 민물고기와 다슬기 음식이 유명하다. 기행에서는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섬마을>식당을 군청에서 추천 받아 어죽, 다슬기탕, 빙어튀김 등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