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던 귀농의 꿈을 이루다
세계화 시대, 농업이 경쟁력이다. 안전한 먹거리로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싶어 한다.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조용히 텃밭을 가꾸면서 편안한 노후를 꿈꾼다.
'나이 들면 시골에서 농사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던 '동상 용기네' 농장 백용기(48)대표. 2년 전 그 꿈을 이뤘다. 아직 한창인 나이에 귀농을 빨리 실현시킨 이유는 아내 송남희(45)씨 때문이었다. 재작년 갑상선 암수술을 받으면서 건강이 나빠졌다. 너무도 놀랐던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수 십년간 개인사업을 하던 강 대표 역시 도시의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갔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큰아버지가 살던 시골집을 리모델링해서 완주군 동상면으로 터를 잡아 들어왔다. 가족과 함께 귀농은 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앞으로의 일상이 걱정스러웠다. 4남 1녀의 귀한 막둥이로 태어난 그는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시골에서 자랐다기에 '농사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내아들에게만은 전혀 시키지 않았다. 부모는 아들에게 고되고 힘든 농사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우선 전북 농식품인력개발원과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귀농귀촌과 친환경교육을 받으며 늦갂이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인터넷 블로그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었기에 농사를 제대로 짓고자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했다. 완주 농업기술센터에서 e-비지니스교육을 받으면서 인터넷 블로그도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상을 기록했다. 지금은 노지 3천여평과 200여평의 비닐하우스 안에 완두콩과 토마토, 애호박을 심고 가꾼다. 노지에는 감자와 파, 벼 등을 심었다. 최근에는 갓 수확한 감자를 크기별로 선별해 상자에 넣거나 소포장해서 로컬푸드 직매장과 예약 주문하는 곳에 택배로 발송하고 있다.
감자를 심은 땅은 최근 '귀농 멘토'의 도움으로 소개받은 곳이다. 오랜 시간 묵혀졌던 땅에 농기계를 빌려 새롭게 계간한 다음 감자와 파를 심었다. 감자는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의 도움으로 김제시 용지에서 구입한 종자를 심었다. 이모작이 가능한 감자는 5월과 11월 수확이 가능하다. '비타민 C의 보고' 로 불리는 부부의 감자는 그 맛이 끝내준다.
이들의 수확물은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 60%를 판매하고 있으며 40%는 직접 판매에 나선다. 남편은 핸드폰에 최근 유행하는 밴드 '앱'을 깔아 많은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피드백과 함께 그가 생산하는 농산물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끈다.
땀 흘리며 진정한 노동의 가치 깨달아
한번은 농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비닐하우스 시설이 피해 입어 그 사진을 찍어 핸드폰 밴드에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진심어린 걱정을 해줬다. 이와 함께 "산과 산 사이 골짜기의 바람 길을 맞아 넘어진 것"이라며 피해복구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심히도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을 말한 마디 따뜻하게 건네주니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사람 사는 정(情)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부부는 지역 내 귀농인들과 활발히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제1회 강소농 자율모임체 꿈을 이루는 고비동화 팜파티'를 열었다. 지난 4월 완주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 교육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여 자율모임체를 결성한 것이다. '꿈을 이루는 고(산)비(봉)동(상)화(산)'는 각 지역명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며 '고비를 넘어서 동화같은 인생을 살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강소농이 모여 선진 농가를 방문하거나 각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갖고 팜파티를 연다. 다섯 농가에서 블루베리, 뽕잎 분말과 환, 청국장, 꿀, 햇쌀 등 다양한 생산품을 판매하고 일부 수익금은 관내 지역아동센터에 후원금으로 전달한다.
현재 부부는 보다 나은 농사꾼이 되기 위해 전력질주하며 노력하고 있다. 아내는 완주군 순환농업대학에서 발효과정을 공부하고 남편은 토마토 반에서 열심히 공부 중이다.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오후5시부터 밤9시까지 교육을 수강한다.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농사도 다양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6차 산업까지 가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을 기울인다. 새벽4시 30분에 일어나 밤9~10시까지 일하는 부부. 몸은 고되고 피곤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진정한 땀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농촌이 좋다고 말한다.
6차 산업을 향한 노력은 진행형
최근에는 감 껍질을 말려서 가공품으로 생산 해 볼 생각이다. 실제로 감 껍질을 이용해 쿠키를 만들어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6차 산업을 향해 끈질기게 노력할 것이다. 백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무작정 귀농을 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 홀로 생활하던 도시에서의 습관을 벗어버리고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귀농을 해야 서로 의지하고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 아내 남희 씨는 시골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는 덜 받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더욱 건강을 되찾았다.
남편은 완주 동상자율방범대, 부인은 전북 블로그 모니터링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우수 농가를 방문해 모든 과정을 '동상 용기네'인터넷 블로그에 올린다. 아내 남희 씨는 선진 농가를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부는 남을 위한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벌써 10년 넘게 전주 중증장애인 지역생활지원센터를 돕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봉동지역 아동센터에 후원하고 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부부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수확 철에는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6차 산업을 향해 노력하는 이들의 꿈이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수"
무작정 귀농을 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시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다. 농업은 또 다른 성장기회를 제공한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수다. 부부가 함께 귀농하는 것이 제일 좋다. 농사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지역민들에게 묻고 소통해야 한다. 열정과 패기만 있다면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