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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율무
(2016-02-15 09:26:45)

 

 

농사는 잘 지어놓고도 방아를 찧을 길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율무는 아무 땅에서나 자라는 곡식이다. 모래땅에도 산에도 심지어 논이나 습지에도..... 하지만 소규모 농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방아를 찧을 데가 마땅치 않아서.... 세상이 소농이 아닌 대농 중심으로 몇 십 년 흐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율무는 벼과답게 줄기 속이 비어 있고 뚜렷한 마디에서 가지, 잎(잎집)이 있고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온다. 빠르면 7월에서부터 가지마다 꽃이삭이 여러 개 나온다. 율무는 특이하게 암꽃 수꽃이 따로 있는데 이걸 모르면 수꽃만 꽃이라 한다. 그럼 암꽃은 서운하지. 식물 세계에서 암수는 사람과 많이 다르다. '암'은 있는 듯 없는 듯. '수'는 눈에 도드라진다. 그럼 율무는 어떨까?
율무 암꽃은 알모양의 씨방 위로 하얀 솔같은 암술대 두 가닥이 전부. 수꽃이삭은 암꽃 위로 길게 나와 나름 화려하게 꽃치례를 한다. 하지만 꽃밥이 어느정도 나오면 이삭째 아래로 축 쳐진다. 이걸 보고 서양 사람들은 굵은 눈물이 떨어진다고 느꼈는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욥이 흘린 눈물이라고 'Job's tear'라 한다. 동양에서는 율무와 사촌지간인 염주를 길게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한 알 한 알 세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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