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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 | 연재 [TV토피아]
응답하라 1988, 결국 여성을 위한 판타지일까?
응답하라 1988
박창우(2016-02-15 10:52:58)

 

 

결국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이었다. 지난 10주 간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었던 덕선(혜리 분)의 남편은 택(박보검 분)이로 밝혀졌고, 쌍문동 다섯 가족은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골목을 떠났다.

최종화(20화)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편의 평균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 케이블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 국회의원실에서 스포(스포일러)성 트윗을 올렸다가 사과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제작진이 직접 나서 결말을 예측하는 언론들에게 당부를 할 만큼 <응답하라 19988>을 향한 관심은 아주 뜨거웠다.

하지만 높았던 인기만큼이나, 결말에 대한 후폭풍(?)도 거세다. 그 중심에는 '어남택' 지지자들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지지자들 사이의 설전이 자리한다. 이들은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계속 왜 덕선이의 남편이 택이인지, 혹은 정환이어야 했는지 갑론을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급기야 남편이 정환이에서 택이로 바뀐 이유에 대한 루머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제작진의 의도적인 결말 바꾸기란 억측마저 돌고 있다. (솔직히, 내 남편도 아닌, 드라마 속 남편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 야단을 떠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응답하라 1988>은 종영했고, 시청자의 관심은 이제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다. 과연, 제작진이 '떡밥'을 뿌린 대로 1980년이 배경이 될지, 아니면 2002년을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동안 세 번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당대 인기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던 만큼, 다음 시즌의 시대적 배경 또한 특정 가수 혹은 음악과 상당한 연결고리를 갖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 다음 시즌에도 제작진은 '남편 찾기'를 들고 나올까.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응답하라 1994>를 거쳐 이번 <응답하라 1988>까지. '남편 찾기'는 응답하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이 드라마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비록 <응답하라 1988>에서는 로맨스보다 가족에 더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드라마 말미 시청자의 관심은  오로지 '누가 남편이 될 것이냐'에 쏠려 있었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아내 찾기'가 아니라, '남편 찾기'라는 사실이다. 세 번의 시리즈 모두 선택의 키를 쥔 것은 모두 '여성'이었다. <응칠>의 성시원(정은지 분), <응사>의 성나정(고아라 분), <응팔>의 성덕선(혜리 분)까지. 이들은 하나 같이 성격이 드세고 공부에 관심 없으며 놀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하고 착한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은 누군가를 '선택'하는 위치에 놓인다.

반면, 이들의 남편 후보는 하나같이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으며,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천재들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여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매우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며 사랑을 예쁘게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매우 완성도 높은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바로 그래서다. 막장과 재벌이 등장하는 대신 추억과 공감을 내세우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그간 수없이 되풀이 되어온 '캔디형' 드라마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캔디'류의 순정만화 공식을 더 철저히 따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응답하라> 시리즈는 여성 시청자를 위한 판타지에 불과한 것일까? 혹시라도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그땐 '남편 찾기'아닌, '아내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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