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레지던시는 다양한 기회.
레지던시를 통해 그들은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작업실 문제나 생활공간, 전시공간 등의 물리적인 환경을 제공받게 된다.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곳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프로젝트 기간 내 지원금과 그 곳에서의 소속감은 작가들에게 큰 이점이 된다. 이런 안정적인 작업환경 속에서 다른 분야의, 다른 지역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함께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하게 된다.
이는 작가들이 본인의 틀을 깨보는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작가들에게 몇 년간 이어온 본인의 작업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레지던시에서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방법을 보고 배우며 공유하다보니 기존과는 다른 작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교동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광철 작가에게 레지던시는 "장르적, 기법적인 부분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전환점"이었다. 레지던시 참여 전까지 영상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이 작가는 "당시 함께 했던 미디어 분야 작가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이용한 작품을 준비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군산 휘목 미술관과 군산 여인숙 레지던시에 참여해본 김상덕 작가는 본인 안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된 경우. 김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혼자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 속에 평소 해오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체계적일 경우에는 작가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인적 네트워킹도 가능해진다. 평론가, 지역작가, 외부작가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작품에 대해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들로 레지던시는 작가들에게 그저 작업실이 아닌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이처럼 레지던시는 큐레이터의 기획과 작가의 생각이 모여 좋은 성과물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작가의 역량을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는가는 기획에 따라 다르다. 이 때문에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전문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지던시의 사업 기간은 짧게는 3~5개월, 길게는 9개월 정도. 작가의 작업방식을 완전히 바꾸거나 신인 작가가 완성된 작가로 성장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이광철 작가는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측에서는 작가 선발 전,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 그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레지던시 참여 주체들 모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작가 입장에서도 짧은 사업기간과 레지던시의 취지를 고려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레지던시는 단지 개인 작업실이 아닌 작가 인큐베이팅 공간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들은 "레지던시는 정착해서 개인 작업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곳, 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레지던시 사업 상 지역 이야기를 담은 작품활동이나 지역과의 교류를 배제 할 수 없는 상황과 레지던시의 본질은 작가 인큐베이팅이라는 점.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주체기관과 큐레이터, 작가간의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