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막작과 폐막작에는 각각 로베르 뷔드로의 '본 투 비 블루'와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선정됐다. '본 투 비 블루'는 재즈 음악사에 아로새겨진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가 약물과 술로 세월을 보냈던 1960년대를 다룬 영화로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았다.
폐막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액션영화키드 류승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동생 류승범과 함께 맹렬한 리얼리즘의 충동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영화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영화제의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이번에 상영될 버전은 8분 분량이 줄어든 류승완 감독의 '디렉터스 컷'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감독판이다. 이례적인 폐막작 선정 이유에 대한 질문에 세 번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용철 프로그래머는 "류승완 감독도 새로운 감독들을 위한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연락왔다"고 말하면서 영화제가 여러 가지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감독을 설득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심지어 류승완 감독 본인에게 조차도 시사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여 가치 있는 이벤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류승완 감독이 1회 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한 작품이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17회가 되었다. 17년 동안 류승완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했고 그만큼 전주국제영화제도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류승완 감독은 여전히 독립영화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고 본다. 야외 상영과 폐막식을 부활시키며 새롭게 편성한 영화제에서 첫 번째 영화제를 만들었을 때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하는 측면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