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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 인터뷰 [공간과 사람]
귀촌인과 지역민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다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김주영 대표
김도연(2016-06-16 14:29:39)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삼례역 삼거리에 있는 다섯 명의 사람과 다섯 동의 건물'을 뜻한다. 운영자 다섯은 그 공간을 귀촌한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하는 판으로 만들고 싶었다.
보통의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를 말하지만, 이곳은 예비 귀촌인을 농촌으로 이끄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북카페는 책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곳에선 지역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공예나 악기같이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더 잦다. 이곳을 운영하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의 대표 김주영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김주영 대표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

예전에 비해 최근 귀촌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에서의 높은 생활비와 빠른 변화, 과도한 경쟁 속에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 터전을 잡으려는 사람들. 하지만 생판 모르는 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 '비빌 언덕'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 먼저 지역에 내려가 자리 잡고 있다면 귀촌을 생각하는 다른 이는 그들과 함께하며 정착을 쉽게 결정할 수 있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공동체가 형성된다. 우리지역에서 이 같은 '비빌 언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와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씨앗')이다.
씨앗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주영 씨는 이전부터 청소년, 청년, 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문화예술활동가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의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대안적인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한계를 느껴 귀촌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2013년 지인으로부터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당시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해 미리 귀촌해 준비하던 이들이 있었고 주영 씨는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2014년부터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게 된다.
처음 완주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만든 이유는 삼례의 관광지 조성과 함께 숙박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주영 씨와 씨앗이 맡게 된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그저 숙박하는 곳이 아닌 지역을 위한 새로운 대안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가 게스트하우스로만 쓰기에는 아까웠어요. 역이나 터미널이 있어서 지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기도 하고, 근처에 대학도 있고 청년들도 많고, 문화예술하는 귀촌한 친구들도 많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그냥 앉아서 숙박객들만 기다리기에는 이 공간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삼례를 찾는 이들에게는 관문인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거점이 되었다. "이 곳은 삼례역과 가깝다보니 여행객들이 완주를 여행할 때 시작하는 곳이 될 수 있고, 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이 지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나 소통이 이뤄지는 거점이기도 하죠. 대부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공간만 조성되다 보니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주민들이나 지역에 있는 청년, 청소년들이 이 공간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청년지원사업부터 문화장터인 '꽁냥마켓', 지역주민과 여행객들을 위한 문화공간인 '모여라 000(땡땡땡)' 등 귀촌한 사람들과 지역민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씨앗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청년, 문화와 관련된 여러 행사, 공연, 교육 등의 기획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는 나름 알아줬고, 본인의 소신을 가지고 활동하시던 분들인데 지역에 오는 순간 누가 알아주나요. 그냥 동네 백수 청년인거죠.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할 것도 딱히 없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재밌는 일들을 하다보면 지역에서도 언젠간 알아주겠지란 생각으로 이어왔죠. 그러다보니 작년 가을부터는 지역에서 많은 일들을 저희에게 맡겨주는 것 같아요."
약 2년차가 되어 자리를 잡게 된 지금, 김주영 대표는 교육이나 청소년, 청년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청년, 청소년, 지역 그리고 일, 이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완주가 좋아서 왔고, 살면서 완주가 더 좋아지고 있는데 지역에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자꾸 지역을 떠나려고 해요. 이건 지역사회를 봐서도 문제죠. 지역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려면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청년들이 있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귀농·귀촌한 친구들이 지역 청년들이 떠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현재 씨앗의 목표는 지역의 청소년, 청년들이 지역에서 계속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에 대한 활동으로 올해 시작한 프로젝트인 '내일상상프로젝트'가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는 이 사업은 삼삼아지트라 불리는 게스트하우스 옆 작은 공간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보고 직접 기획해보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실제 작년에는 '마을과 미래'란 이름으로 진행된 바 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을 물어보니 '콩나물시루'같은 느낌이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물을 주면 다 흘러내리는 것 같고 남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러면서 콩나물이 크는 거 잖아요. 지금 당장 어떤 게 좋다는 것이 나타나진 않지만 하다보면 지역사회나 청소년들에게 뭔가는 남는 것 같아요. 참여학생들의 반절 정도가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학부모님들이나 지역의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의 반응이 오히려 더 좋더라구요"
이 외에도 올해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가 한겨레21의 '청춘스테이션 제1호'로 지정되고 씨앗이 완주군 청년 정책 수립에 참여하게 되며 그들의 목표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영 씨는 앞으로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가 좀 더 지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직은 주로 이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저희 커뮤니티 분들이에요. 이젠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나 청소년들, 주민 분들이 자유롭게 오셔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말 그대로 참여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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