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귀리꽃
(2016-07-15 09:03:49)
귀리는 유럽의 밀과 보리밭에 살던 잡초란다. 그 잡초가 흉년에 신분상승하여 사람이 먹는 곡식이 되었단다. 원나라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지만 귀리는 낯설다. 정읍을 지나다 보니 '명품귀리생산지’라는 표지판이 대문짝만하다.
그동안 구하려고 해도 인연이 닿지 않았던 귀리씨를 한 움큼 구했는데, 때는 뒤늦은 12월. 이미 땅이 얼기 시작한 터라 싹이 나지 않았다. 올 봄, 정농회 모임에 갔다가 2월쯤에 뿌리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때가 3월 초, 비록 늦었지만 그래도 씨를 뿌려 보았다.
다행이 외떡잎 싹이 나는데 잎이 보리보다 좀 넓적한 편이다. 우쭐우쭐 자라더니 6월이 지나 잎자루에서 이삭이 올라오더니 맨 위부터 꽃을 피운다. 귀리 꽃은 한 쌍의 받침껍질이 벌어지며 피는데 노란 꽃밥은 받침껍질 한 쪽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한 쌍의 받침껍질 안에는 작은 꽃이 3개가 있는데 받침껍질에 가까운 1번 꽃이 피어 마치 받침껍질에 꽃밥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였던 거다.
그 꽃을 보면, 투명하리만큼 하얀 암술 위에 노란 꽃밥 3개가 달려있다. 1번 꽃과 반대편 받침껍질 속에 2번 꽃봉오리가 달려있고 가운데 3번 꽃봉오리가 있으나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다고 한다. 귀리가 이렇게 내 세계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