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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기획 [책방이야기]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지역의 동네서점
전주의 동네서점
윤희숙(2017-10-25 16:27:59)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점은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꼭 책을 사는 일이 아니어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서점은 만남의 장소로 또는 자투리 시간을 소일하며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기능했다. 전주에는 홍지서림과 민중서관, 일도문고, 대한문고 등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핫플레이스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금강서점과 새날서점이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는 사회과학전문서점으로 문을 열고 소위 운동권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대형서점들 중 홍지서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폐업을 했고 사회과학서점도 사라진지 오래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동네 중소서점들은 말만 서점이지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곁에 두고 참고서를 파는 한정된 기능만을 유지한 채 몰락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발간한 국내출판산업 관련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월평균 문화비지출대비 서적구입비 비율은 2007년 18.9%에서 2012년도에 13% 2016년엔 9.1% 로 10년 사이에 반토막으로 줄었다. 2016년도 가구당 평균 도서 구입비는 13,57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 기준 0.5%에 불과하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은 초등학생이 70.3권, 중학생이 19.4권, 고등학생과 성인이 각각 8.9완 9.1권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책을 읽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도서 정가제 실시이후 도서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다지만 매출성장은 인터넷서점이나 모바일앱, 어플 등 온라인판매에 해당될 뿐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심각한 정도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발간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5년 말 서점 수는 1559개로 20년전인 1996년 5378개에 비해 70%가 감소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도 동네 서점들이 새롭게 진화한 모습으로 속속 등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서점의 반란이다. 도서 판매를 기본으로 각종 전시회와 공연, 다양한 교육 과정, 지역 주민들의 모임 등이 결합되면서 동네 서점이 공동체 형성과 문화 향연의 새로운 마당이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주에도 특화된 작은 책방들이 생겨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초 독서대전에서 동네책방 대표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골목에 감춰져 있던 서점들이 관심을 모았고 특색있는 큐레이션과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 그리고 스토리가 엮어져 책에 관심있는 관광객들에게 작은 책방 순례라는 새로운 방문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전주의 골목에는 조지오웰의 혜안, 같이[:가치], 북스포즈, 에이커 북스토어, 살림책방, 토닥토닥, 유월의 서점, 두권책방 등이 있다.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한결같이 서점을 해서 먹고살기는 힘들다고 토로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고, 서점이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플렛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서점 이외 생계를 위한 일을 병행하고 있다.
충북괴산에서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김병록대표는 작은책방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그들이 스스로 서서 자립할 때 까지 애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의 서점들은 각자 운영이나 큐레이션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하되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문화기획 중심 서점이 있는가 하면 그림책을 전문으로 판매하거나, 대형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독립출판물이나, 인문학서적 또는 마음을 치유하는 책 등 관심분야의 책을 비치하고 방문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동네 작은 책방들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전주를 소개하는 책이나 리플렛을 따로두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같이:[가치]
가치 있는 책방을 지향하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그림책전문서점 같이[:가치]를 운영하는 전선영 대표는 그림책이 너무 좋아서 그림책에 관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자처 지역주민과 같이 하며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2년 전 동생 전수진씨와 함께 전문 서점을 열었다. 같이[:가치]라는 책방 이름도 가치 있는 무언가를 꿈꾸고 교감하자는 뜻으로 지었다는 전선영 대표의 말에서도 그의 책방 신념을 알 수 있다. 전문 서점이라 해서 단순히 책만 파는 책방은 아니다. 최근 책방들이 책만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것처럼 같이[:가치] 책방도 독서모임과, 바느질, 공예, 요리수업 같은 소모임을 운영하며 동네사랑방 같은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다뤄 아이들과 함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 하며 읽어나가는 그림책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전 씨는 그림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작가별로 작품을 읽는 가하면,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자연스럽게 토론을 진행한다. 그의 노력은 그림책 책방이 많지 않은 만큼 보다 전문적인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정만으로 유지하기에 현실의 벽은 높다"며 책에 대해 무관심한 동네 주민들에 대한 서운함도 감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책방 운영이 어렵지만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이[:가치] 책방은 "오히려 서학동예술마을로 이사를 준비하며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토닥토닥
남부시장 청년몰 책방

청년몰 책방 토닥토닥은 마음을 치유하는 책, 환경도서, 협동조합소속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파는 초미니 서점이다. 김선경대표는 서점에서 애니어그램을 통한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우쿨렐레, 페미니즘 책읽기, 그림책 읽기 모임 등 동아리활동을 진행하며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커
1인출판, 독립출판 서점

에이커는 전주 최초의 독립출판서점으로 유명하다. 전북대에 위치한 에이커 책방은 플래그쉽 스토어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잘못하면 1층에 있는 카페로 오인할 수 도 있다. 카페를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문이 하나 나온다. 비밀기지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계단들을 내려가면 아기자기한 책방 에이커가 나온다. 다른 책방들과 달리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에이커에서는 기성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쓴 에세이, 소설, 사진집 등 다양한 출판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을 판매해 볼 수도 있다.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인 만큼 서점에 유통되려면 꼭 필요한 ISBN이 없어도 판매가 가능하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소규모 자본으로 직접 책을 만든 일반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전북대 지하 책방 에이커로 가면 된다.


두 권 책방
부담없이 책을 볼 수 있는 무인책방

고사동, 영화의 거리 한 켠엔 올해 4월에 두 권 책방이 있다. 2층에 위치한 두 권 책방은 무인책방으로 따로 책을 책을 고르는 것도, 계산도 직접 할 수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책방인 만큼 책을 읽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두 권 책방의 원민 대표는 현재 청년문화기획사 우깨 팩토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두 권 책방은 전북대에 위치한 커피마리안과 함께 청년들의 문화공간으로도 사용되어 언제나, 부담없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매 달 특정 도서를 선정해 소량의 도서들만 판매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별한 포장과 함께 판매하고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판매대에 함께 둔다.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주인이 갖고 있는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깨 사무실은 재단장 해 책방을 주 공간으로 꾸미고 다른 공간은 청년들이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 됐다. 원민 '우깨'대표는 "연평균 성인 독서량이 9.1권이라는 통계를 듣고 '한 달에 최소 두 권은 읽으면서 삶을 풍요롭게 가꾸자'는 마음에 책방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이 구도심(전주 고사동)에 왔을 때 돈을 안 쓰면 갈 데가 없다"며 "돈을 써도 불편한 공간보다 소비를 하지 않고도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대안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두 권 책방은 인문학자, 예술인, 출판사대표, 여행작가 등 '책방요정'이 매달 회의를 통해 판매할 책 두 권을 선정한다. 하지만 꼭 책을 사서 보지 않아도 된다. 기부한 책들과 원민 대표의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다.



유월의 책방
방문객과 이야기하는 책방

유월의 서점은 독립출판물과 자연,생태, 농업관련 책과 지역출판사 출간 시집을 판매하는 골목책방이다. 남부시장 깊숙한 한복바느질 골목에 위치한 유월의 서점은 마치 편안한 인생 상담실 같다. 마음의 숲을 지어야겠다는 뜻으로 책방을 연 남은수 대표는 책방 안에서 찾아오는 방문객과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로하고 치유 받는다. 단골손님들은 긴 이야기를 위해 맥주를 들고 찾아가기도 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유월의 서점 역시 다른 책방들과 마찬가지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유월의 영화관, 유월의 부엌, 유월의 필사, 유월의 글쓰기 모임을 가지고 있다. 서점 한 켠에는 유월의 도서관 코너도 있다. 서점이라고 해서 꼭 책을 사야한다는 편견 없이 부담없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도 역시 남은수 대표의 생각이 깃들어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조지오웰의 혜안
인문학 전문서점

서학동예술마을에 위치한 조지오웰의 혜안은 '인문학 전문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서점과 달리 여러 책을 놓고 볼 수 없는 책방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서점을 열기 시작했다. 전주에도 전문 서점이 많다. 그중에 조지오웰의 혜안은 '인문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방들이 그리 넓지 않은 만큼, 다른 책방들과 마찬가지로 열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꽤 다양한 인문학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인문학 전문 서점'이라는 간판에 걸맞게 인문학 강연, 북콘서트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조정란 대표는 "셰익스피어&컴퍼니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고서점을 보고 '조지오웰의 혜안'을 열게됐다"고 말한다. 그가 책방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수익성에 대한 부분에서 주변 지인들의 걱정과 함께 '북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어떠냐'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신념이 확고했던 그는 서점이 좋아 손님이 적더라도 '책'만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럽의 고서점들이 건재하고, 하나의 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은 서점을 하나의 정신적인 유산으로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다"며 '그래서 자본주의 논리보다는 하나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의 신념을 꼭 닮은 조지오웰의 혜안은 동네에서 향기가 될 수 있는 공간, 동네 사람들에게 친구같은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살림 책방
덕진 하가지구 한적한 동네골목책방

덕진 하가지구 한적한 동네골목에 자리한 살림책방은 오래된 주택가에 낯선 풍경처럼 세련되고 아기자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의외의 장소에 자리한 살림책방은 다양한 테마의 책들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어 잘 꾸며진 개인 서재 같기도 하다. 그림책과 인문학 서적 등 다양한 주제의 책과 일러스트, 매거진, 엽서, 포스터 등 아기자한 한 소품 등이 잘 디자인된 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올 4월에 문을 연 살림책방의 홍승현 대표는 사실 책방 주인 외에 남들과 다른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다. 바로 목회활동을 하는 목사라는 점이다. 책방에 주인의 철학이 반영돼 있듯 살림 책방에도 그의 생각이 나타나 있다. '살림'이라는 책방의 이름은 종종 '주방살림'이라고 오해받기도 하지만, 본래 지은 뜻은 '살리다'에서 온 뜻이라고 홍씨는 말한다. 살림 책방은 책방과 교회를 겸한 살림책방은 문화와 종교를 결합한 새로운 문화사역의 시도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책방에서는 NGO 팀앤팀의 아프리카 마을 우물파서 생명을 살리는 사업에 수입의 일부를 후원하며 살림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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