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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 | 특집 [전주국제영화제]
전 세계의 시네필이여, 전주로 모여라!
신동하 기자(2023-04-13 10:21:26)



전 세계의 시네필이여, 전주로 모여라!

신동하 기자






국제영화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 독립영화의 최전선에서 작품들을 소개하고 지지해 온 영화제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J’를 표현한 포스터를 통해 도전과 확장의 가치를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는 과연 어떤 영화적 실험이 이루어질까?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진행되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저널에서 먼저 만나본다.



한국 경쟁


올해 한국경쟁 부문에는 111편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 총 11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혜정 감독의 <너를 줍다>는 쓰레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과 옆집 남자의 만남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맺는 관계의 이면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신동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당신으로부터>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3부작으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으로, 감독 본인과 그의 친모인 김혜정 씨가 직접 출연한다.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는 청춘 퀴어 드라마로, 1999년의 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만성화된 폭력과 성폭력 등을 다룬다. 10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윤수익 감독의 <폭설>은 고등학생인 두 소녀가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은 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지구 위 각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는 가상의 사실을 전제로 한 영화다. 손구용 감독의 <밤 산책>은 어떤 동네의 밤 풍경을 담아내는데, 어두운 화면은 손으로 그린 그림의 캔버스가 되기도 하고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를 적는 배경이 되기도 하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이다.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진술, 혹은 실재와 허구의 간극과 모순이 드러나는 유형준 감독의 <우리와 상관없이>는 여배우가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주변 지인들이 찾아와 시사회 결과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유수연 감독의 <수궁> 또한 눈길을 끈다. 소리꾼 정의진은 어전광대 정창업의 증손녀이자 인간문화재 정광수 명창의 딸로, 그 자신 또한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32호 「수궁가」 예능 보유자다.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감독 자신의 어머니를 다루는 작품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장편을 내놓은 두 감독의 작품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다. 박중하 감독의 <잔챙이>는 상업영화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와, 그를 탈락시킨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 지역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영화들


매일 출퇴근하던 공간을 영화로 마주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제에서는 지역에 주소지를 두었거나 지역 학교의 재학생인 감독, 제작사의 작품, 혹은 지역에서 50%이상 로케이션 촬영한 작품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10편 증가한 47편이 접수되었고, 강지이 감독과 김현철 전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심사로 단편영화 5편이 선정되었다. 오재욱 감독의 <거품>, 김종진 감독의 <별을헤다>, 이소현 감독의 <비트코인 하우스>, 이제경 감독의 <이곳 너머>, 김은성 감독의 가 그 주인공이다.





<거품>은 다단계 사업을 통해 큰돈을 만지려는 욕망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별을헤다>는 노래를 업으로 삼고 싶었던 두 주인공이 같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비트코인 하우스>는 청년들의 욕망과 좌절을 가상화폐를 매개로 하여 현실적으로 엮어낸다. <이곳 너머>는 한 여성이 우연한 계기로 이주여성인 숙모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 권력을 폭로한다. 


특히 김은성 감독의 는 컴퓨터 한 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영화가 단지 잘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스릴러 같은 장르영화에 대한 감독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로케이션 선정이나 캐스팅 또한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시네필 전주에서 故 고다르 감독을 만나다





시네필 전주는 옛 영화를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섹션이다. 이번 영화제의 시네필 전주에서는 지난 9월 타계한 누벨바그의 거장 고다르 감독을 추모하는 미니 섹션이 준비되었다. 그는 현대 영화의 지평을 열었다.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하여, 프랑스에서 일어난 영화운동인 누벨바그에 앞장 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 후에도 2018년 <이미지북>을 찍기 까지 장장 58년의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섹션의 기조인 ‘영화의 미래는 과거에 있다’도 그가 남긴 말 중 하나다. 


그런 고다르 감독의 삶과 작업을 담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상영된다. <고다르 시네마 (2022)>와 영화에 대한 고다르 감독의 인터뷰를 담은 <고다르 감독에게 묻다(2023)>는 많은 영화 애호가들을 더 깊은 영화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한편, 시네필 전주에는 '게스트 시네필'이라는 미니 섹션이 준비되어 영화 복원 및 보존 분야의 전문가를 초대하여 대담한다. 올해는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헤이든 게스트 원장과 함께 진행되어, 그의 해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10주년 맞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특별전 준비되어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어느덧 10년을 맞이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별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통해, 33편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중 초·중기 영화 10편을 상영할 계획이다. 제7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이사도라의 아이들>(다미앙 매니블, 2019), 같은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초행>(김대환, 2017) 등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얻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난다.


이와 함께 10주년 특별 책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도 발간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디지털 삼인삼색을 기획한 정성일 영화평론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발족한 김영진 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 장병원 전 프로그래머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프로젝트에 함께한 프로듀서와 감독들의 소회,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성취와 개선 방향을 담았다.




저널이 추천하는 작품 ① 

라이징 스타들이 찍은 퀴어 영화들





그동안 소외되어 온 퀴어는 이제 영화계에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여배우들이 영화에 참여하는 일이 늘었다. 연기력을 뽐내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팬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와 윤수익 감독의 <폭설>이 그러하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에는 여러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하여 굵직한 인상을 남긴 이유미 씨가 출연한다. 그는 2021년 <오징어 게임>에서 ‘지영’ 역할을 맡아 연기했으며, 이듬해에는 웹툰을 연작으로 한 <지금 우리학교는>에서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이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는 극 중 주인공인 고등학생 ‘예지’를 연기한다.


10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선 윤수익 감독의 <폭설>은 여성 퀴어를 주제로 한 독립 장편 영화다.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감정을 나누는 여고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부부의 세계’, ‘마이 네임’ 등 드라마에서 활약한 한소희 배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5년 전 지금보다 더 풋풋한 시절의 한 배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널이 추천하는 작품 ②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들





지난 3월 20일, 전주풍남문 광장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5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표인 김영식 신부는 "노동시간을 확대하더니 노조를 부패한 집단으로 몰고 국가보안법으로 압수수색을 남발했다"며 "정권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 권력의 부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섹션에서는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노무현’후보가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인 인터뷰를 통해 ‘낮은 권력’을 지향하던 그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다. 영화는 18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사상 최대 화제작이기도 하다.


<엘 모비미엔토>는 1835년 지도자를 잃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다. 나라의 곳곳에서는 군부의 잔당들이 남아 폭력을 행사하는 무정부의 시대에서 야심차게 등장한 정치인 ‘세뇨르’는 공동체를 위한 필요약이라고 주장하며 독재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공동체라는 이름의 정치적 폭력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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