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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 연재 [권하는 책]
책으로 먹는 추억의 맛
이동혁(2019-12-17 10:00:53)


겨울에는 유난히 먹고 싶은 것이 많다. 붕어빵, 어묵, 군고구마. 이제는 물릴 법도 한데,
겨울이 오면 또 찾게 된다. 갓 구워 따스한 온기가 피어오르는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면 그리운
지난 겨울날의 추억들이 아슴아슴 떠오른다.
음식은 추억의 통로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과거가 있고,
이제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그때 기억을 되살려 볼 수는 있다. 누룽지를 먹으며 따뜻했던 할머니의 정을 추억하고, 잡채밥을 먹으며 떠들썩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듯이 말이다.
추억의 반은 맛이라고 한다. 이번 ‘권하는 책’에서는 ‘추억의 맛’을 주제로
여섯 권의 책을 선정했다. 책에 담긴 음식 이야기에 자신의 추억을 빗대어 본다면,
진짜 음식을 먹는 것처럼 훈훈하고 든든해지리라.




맛있는 추억
김은식 (지은이) | 자인 | 2003. 01. 18

지은이는 어린 시절 몰래 만들어 먹었던 달고나나 아버지는 무척 좋아했지만 자신과 어머니는 입도 대지 않았던 칼국수 같은 소박한 음식으로 사람들을 불러내어 추억의 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추억이라고 마냥 아름답지는 않다. 술 마시고 들어온 고 3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끓여준 북엇국, 부대를 탈영해 몇 달 뒤 시체로 발견된 어느 병사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초코파이 두 봉지, 백기완 선생이 고문 후유증이 도질 때마다 한두 사발씩 마셨다는 돼지 피고름 등 다양한 음식만큼이나 사연도 가지가지다. 이렇게 시고 달고 쓰고 떫고 매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난 시절과 사람을 되새겨볼 수 있을 법하다.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
김현 (지은이), 조민지 (그림) | 오션북스 | 2013 .10 .07

30, 40대 경계에 서 있는 저자와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10대 여고생이 만나 함께 만든 책으로, 바닷가 산복 도로 동네에 살던 아홉 살짜리 소녀가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을 밥상의 추억과 함께 맛깔나게 버무려낸 책이다.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 그려진 아날로그 정서의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유명한 식당(맛집)이나 특정 음식의 유래와 특성, 또는 다이어트식으로서 밥상을 소개하는 기존 음식 관련 서술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거의 주목하지 않던 ‘밥상은 소통의 장’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밥상에서의 정서적 교감을 다양한 일화로 전개한다.




밥 하는 여자
한복선 (지은이) | 에르디아 | 2013 .04 .29

궁중음식 연구가이자 시인인 한복선의 음식 시집.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발을 딛고 선보인 첫 시집이다. 그동안 수많은 음식을 손끝으로 전해온 그가 이번에는 감성으로 음식을 전한다. 레시피와 노하우가 아니라 음식에 담긴 사랑과 아픔, 그리움 등을 이야기한다.
모두 7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굴전’, ‘꽃국수’, ‘궁중의 장(醬)’, ‘열무김치’, ‘모란꽃 식혜’ 등 모두가 음식에 관한 시들로, 궁중음식에서 일반음식까지 우리의 음식문화가 그만의 맛깔스러운 시어들로 버무려져 있다. 궁중음식 대가의 딸로, 궁중음식 연구가로 살아온 그의 삶이 녹아 있어 한 편 한 편 따뜻하고 진한 향취와 잔잔한 공감이 느껴진다.




뜨거운 한입
박찬일 (지은이) | 창비 | 2014 .12 .15

박찬일 요리사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채워진 뜨끈하고 맛있는 추억의 밥상이 한상 가득히 차려져 있다. 홍합, 부대찌개, 곱창, 대구탕, 아귀찜, 조개탕, 어란, 떡볶이, 라면 등 그가 맛보고 추억하는 음식들을 통해 우리는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을 느낄 수 있고, 따뜻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인간에게 소중한 음식의 의미와 역사를 읽어내도록 하는 박찬일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들은 음식을 귀하게 여김으로써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문화운동’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우리의 영혼은 건강해지고, 헛헛한 마음은 채워지고, 추억은 더욱 맛있어진다.




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황석영 (지은이) | 향연 | 2007 .03 .05

소설, <개밥바라기별>과 <바리데기>로 유명한 소설가, 황석영의 음식 에세이다. 소박하면서도 풍요로운 우리네 음식과 사람 관계의 ‘진짜 맛’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작가가 거쳐온 곡절 많은 세월과 장소에 얽힌 음식 이야기가 맛깔스러운 문장 속에 담겼다. <황석영의 맛있는 세상>의 메뉴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소박한 음식들이다.
절집에서부터 전쟁터, 북한, 감옥, 유럽에 이르기까지 각지에서 맛본 온갖 음식들로 짚어나간 작가의 인생 이야기가 살갑게 가슴을 적신다. 그 안에는 좌절과 아련한 슬픔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 황석영이 만난 사람들은 그러한 현대사의 그늘 아래 살아간 우리 이웃들이다.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다케모도 고노스케 (지은이), 최영혁 (옮긴이) | 청조사 | 2015 .01 .20

출간 당시 감동에 굶주렸던 현대인에게 ‘감동 연습’을 시켜 주었다는 평과 함께 가난을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600만 독자의 가슴에 눈물과 웃음을 선물한 <우동 한 그릇>이 새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 앞에 나섰다. 이 짧은 이야기가 25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데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정함과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우동집에 가난한 세 모자가 들어와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하며 시작된다.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하는 모자를 보며 그들의 마음이 다칠까 봐 티 나지 않게 주인은 반인분의 우동을 더 담아 내준다. 진정한 배려와 감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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