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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 | 기획 [유튜브]
유투브는 정말 당신의 공간인가
유튜브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김현식(2019-02-25 14:32:06)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가 예전에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노래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단지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존재감 추구 본능 때문이 아니었을까.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속 세계는 무엇인가 자신 스스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를 줄 것 같은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제 새로운 세대는 텔레비전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매체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 대표적인 글로벌 미디어 매체가 유튜브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소망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장했고, 어느새 아이는 물론이고 70~80대노인에 이를 것 없이 유튜브가 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마치 국내 텔레비전 채널 이름처럼 말이다. 유튜브(YouTube)는 2005년 미국 온라인 송금업체인 페이팔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천, 자베드 카림 등이 만들었다. 유튜브는 처음에 꿈에서 시작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동영상을 공유하고 행복을 충족하는 공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근래에 갑자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다른 요인보다 바로 '돈'에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근본 요인 역시 다른 데 있지 않다. 누구나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료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무료로 영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고,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 공짜로 콘텐츠를 마음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사람이 많은 것이 콘텐츠 제작자나 기업들의 마케팅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다. 유튜브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정말 우리 모두의 공간인지, 누구나 바라는 그 소망을 이뤄주는 공간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본래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콘텐츠의 향유라는 점에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일찍부터 카피 레프트 진영에서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저작권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시장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의 주목은 돈과 연결된다. 2006년만 해도 유튜브는 창업 1년이 안 된 비영리 무료 채널이었다.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 기업의 경영 전략은 수익 증대가 목적이었고, 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주 전형적인 기업 모델을 보여 주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모아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기준, 글로벌 유튜브 이용자 수는 19억 명에 이르고 매일 10억 시간을 유튜브 영상 시청에 쓴다. 실로 어마어마한 투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갑자기 부각되었다고 언급했는데, 그럼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버는 것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싶진 않았지만, 현상이 그러하기 때문에 다시 꺼내들지 않을 수 없는 곤혹스러움도 있다. 많은 매체들이 유튜브에 주목하고 일반 대중에게 알린 것은 1년에 몇 억에서 십수 억 원의 돈을 번다는 사례들 때문이었다. 월급쟁이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돈이다.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꼽히는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직원들도 생각할 수 없는 액수이다. 미취업 고용불안의 시대에 단지 영상을 잘 올려서 인기가 있으면 이런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지 그럴 수 있다가 아니라 이런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고, 최고의 스타가 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를수록 수익 역시 더욱더 커진다. 예컨대,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채널은 1,274개인데 구독자가 약 10만 명이라면 월평균 최소 28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의 광고 수익이 난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책정되는지 살펴보면 주요 기반은 광고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을 조회 수와 방송 전에 나오는 광고 등으로 책정한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약 1회의 조회 수 당 1원의 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영상 시작과 중간에 들어가는 애드센서 광고가 주요 수익인데, 구체적으로 보면 영상 하단의 오버레이 광고의 인비디오와 동영상 재생 전이나 중간, 후에 삽입되는 30초 이하의 광고인 인스트림, 배너 광고, 5초간 보고 건너뛰는 광고에 시청자가 본 시청 시간을 추가하여 요금을 책정하는 트루뷰 광고 등이 있다. 유튜버에게 광고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의 일부를 유튜버에게 지급하는 것인데,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영상 재생 확률이 높아 '구독자 수=수익'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 이상, 총 재생 시간 4,000시간(24만분)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에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단 한 푼도 가져갈 수가 없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정해진 구독자 수와 재생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유튜버는 수익을 가져갈 수 없지만, 유튜브 측은 이용자들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포털의 웹툰이 만 명 가운데 한 명만 수익을 얻고 나머지는 모두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원리와 같다.


이런 광고 수익에만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유료 댓글 기능 '슈퍼챗(SuperChat)'도 있다. 슈퍼챗은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제도와 비슷하다. 돈을 내면 댓글이 상단에 걸려서 진행자가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즉, 일정 금액을 내고 진행자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방송 진행자 유튜버는 이 댓글을 읽어주거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반응을 보인다. 큰돈일수록 댓글은 채팅 상단에 더 오랫동안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슈퍼챗 기능에도 본래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유튜브는 유튜버들의 창작을 장려하고 시청자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작년부터 슈퍼챗 기능을 도입했고, 게임 방송 유튜버와 시청자들이 많이 이용할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어느새 극우 성향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문제가 생겨 당초의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더구나 여기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은 유튜버의 활동에 많은 기여를 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에게는 수익이 배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블록체인 관점에서 모색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콘텐츠를 접하고 인기 콘텐츠로 만들어 주는 이용자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 유튜브를 넘어서기에는 요원하다. 더구나 국내 업체들과 달리 망 사용료를 내지도 않고 세금도 없다.


사실 인기 있는 유튜버가 되려는 이유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을 말하는데,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면 애써 유튜브의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각 기업은 물론, 거대 방송사가 앞다퉈 선호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존재가 되기는 쉽지 않고, 인기 있는 유튜버와 그렇지 않은 유튜버의 양극화 현상 역시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


일단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찾지만 그들이 찾는 채널은 매우 제한되고 한정되어 있다. 이전에 유튜브 상위 3% 채널의 조회 수는 전체 조회 수의 64%였지만, 2016년엔 90%로 늘어났다. 이는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스마트폰의 앱 중에서도 우리가 단 몇 개만 사용하는 것과 같이 유튜브 채널도 이용하는 것만 찾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해 발표하는 '유튜브 수입 TOP 10'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상위 열 명의 수입 총액은 1억 2,700만 달러(약 1386억 원)로, 2016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소수의 채널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수익 역시 그 소수가 독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갈수록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혐오물이나 음란물, 페이크 콘텐츠를 올리는 현상은 유튜브 내에서도 여전히 문제거리다. 하지만 구글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문제를 지적하면 삭제를 하거나 인공지능이 거르고 있다는 말만 할 뿐,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유튜브가 콘텐츠 창작 유통 구조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기존에는 대형 방송사, 영화사들이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었지만, 유튜브가 떠오르기 시작한 뒤로 그러한 경계 역시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 공유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광받으면 각광받을수록 목적이 수익화가 되면서 본질에서 멀어지는 감이 있다. 초기에 유튜브가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의 도피처이자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었다.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감마저 찾지 못했던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연대하고자 했던 정신이 초기 유튜브에는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기존의 주류 매체가 하지 않았던 것들, 그것들 중에서도 매우 세분화되고 내밀한 아이템이나 활동이 더 중요하다. 다양화되는 문화적 취향의 시대에 이러한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튜브가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이들이 주체가 되는 동영상 플랫폼이 다시 탄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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