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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 | 기획 [기획]
문화, 삶을 변화시키는 느린 발걸음
문화를 더하고 문화를 나누다 ①
오민정, 김하람(2021-01-06 10:09:10)

기획 연재 | 문화를 더하고 문화를 나누다 ①


문화, 삶을 변화시키는 느린 발걸음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요소들 중 하나는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의식주이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 성장 앞에서 문화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물량주의로 밀어붙인 경제성장과 도시개발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됐다.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생명력을 잃고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수많은 공장들이 찍어낸 물건들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했으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먹고살기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이 오히려 삶을 무너뜨리고 있던 것이다.


단순히 물질적으로 새로운 것, 좋은 것이 더해진다고 사람의 삶이 풍족해지는 것이 아니다. 60~70년대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 속에 문화가 더해져야 한다.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닌 그 공간이 간직한 기억들을 보존하면서 그곳에 문화를 더해 새롭게 생기를 불어 넣는 도시재생사업,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 사회적 경제 기업. 문화저널은 문화로 도시를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그 느린 발걸음들의 힘을 믿는다.  


2021년, 여전히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함께 살아가는 가치가 소중하다. 함께 살아가는 법, 그 답을 문화에서 찾는 도시재생사업과 사회적 경제 기업들에 주목한다.






골목과 도시를 지키는 사람과 문화   

둥근 숲

오민정 편집위원



도시마다 비슷한 ‘재생’의 풍경

언제부턴가 ‘도시재생’이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고, 흔하게 쓰이는 만큼 ‘재생’의 풍경도 비슷하다.


 높은 인구밀도, 주차난 등으로 도심이 몸살을 앓게 되면 도시는 외곽으로의 개발계획을 추진한다. 도시 내부개발의 한계로 인해 도시 외부공간의 확장으로 개발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도시를 계획하는 입장에서도 도시를 재생하는 것보다 개발계획이 우선순위다. 그러한 개발계획에 따라 신도시가 건설되고 원도심에 위치해있던 공공기관과 기업이 이전하고 나면 부동산에서는 신도시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에 대한 정보와 청약 문자를 끊임없이 발송한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빠져나간 원도심은 어떨까. 기관들의 이전과 더불어 거리는 활기를 잃고, 오래된 아파트들은 공실률이 치솟다가 재건축을 위한 주민협의체를 발족하고, 골목길과 아파트 인근에 “환영”으로 시작하는 재건축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붙지만, 더러는 “우리도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시공사 선정에 항의하는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하고, 종종 협의체가 양분되어 지지부진한 법정싸움으로까지 치닫기도 한다. 원도심의 가게 유리창에 ‘임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때쯤 국가공모사업 소식과 더불어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끝나갈 때쯤, 도시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개발 소식이 들려온다. 


주기적으로, 빈번하게 반복되는 이러한 풍경은 오늘날 한국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주민들은 도시재생이 ‘원도심의 기능이 쇠퇴하고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외곽 개발로 인한 도심의 공동화 현상 심화, 도시 내 빈집 및 빈 점포의 증가, 기반시설 유지비용의 부담 증가 등 우리나라 도시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도시재생 정책의 흐름도 이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도시재생 R&D를 추진하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2014년 도시재생특별법 시행과 더불어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 선정, 2016년에는 도시재생 2차 지구 33곳 선정,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뉴딜 시범사업 68곳을 선정하여 진행해왔다. 물론 전라북도의 도시들도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전주만 해도 이러한 도시재생 정책의 흐름 속에서 2015년 팔복새뜰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되었으며 뒤를 이어 승암새뜰마을조성사업, 전통문화중심의 도시재생, 전주 첫 마중길 조성사업, 전라감영 테마거리 조성사업, 선미촌 문화재생사업,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 등 전주도시혁신센터와 아홉 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여전히 ‘낙후’에 초점이 맞춰진 재생

하지만 재생의 배경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전주 원도심은 공공기관이 빠져나가면서 낙후되었다”는데, 이전 후 낙후의 현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이후 재생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짐작건대 그 이후에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재생사업이 들어오는 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몇몇 주민과 사업담당자, 상권과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세력 정도일 것이다. 물론, 도시재생 시작의 공통적인 배경이 ‘낙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궁극적 목적이 단순히 하드웨어의 개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도시재생을 기대한다면 ‘낙후지역’이라는 단어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취약지구 주거환경개선과 근린개선사업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도시재생의 많은 현장은 ‘낙후’를 개선하는데서 머무르거나 우리가 목격한 재생의 풍경에서 그리 많이 빗겨나가지 않는다. 


도시재생의 과정과 방향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단지 ‘낙후’의 개선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재생을 통한 도시공간의 효율적 이용과 더불어 그러한 물리적인 변화가 주민들의 삶과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이다.



재생을 통해 만들어진 협업과 성장의 공간 ‘둥근숲’

최근 SNS를 통해 심심치 않게 소식을 접하고 방문했던 전주의 도시재생 현장이 있다. 바로 고물자 골목의 ‘둥근숲’이다. ‘둥근숲’은 2017년 ‘고물자 골목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오며 조성한 공유공간이다. 한때 여관과 노인복지시설(요양원)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주민과 청년들이 서로의 재능을 매개로 만나는 공유공간으로 조성됐다. 


지상 3층과 옥상, 마당으로 구성된 공유 공간 ‘둥근숲’은 ‘마켓, 팝업스토어, 공유 공간 활용’에 대한 분야별 활용•운영하고 싶은 지원자를 모집하여 공간디자인 워크숍 ‘내가 그리는 둥근숲’을 진행했다. 이후 릴레이 상점과 공유 사무실을 중심으로 베타테스터를 모집, 시범운영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피드백과 운영규칙 마련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또한 ‘1주일에 10가지 활동, 100명의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일십백프로젝트를 통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둥근숲’은 창작자와 기획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며, 협업과 함께 성장하는 둥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고물자 골목의 오래된 가치와 사람들을 골목의 자원이자 생활SOC, 문화로 연결시키는 일들이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성장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둥근숲’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생을 통해 공유 공간을 조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민이 중심이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고민과 실험(협동조합 설립 및 자립을 위한 수익모델 실험)을 통해 만들고 싶은 ‘변화’를 함께 그려간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두 번째 ‘둥근숲’

멋진 공간으로 거듭나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공간 ‘둥근숲’도 매력적이지만, 우리가 도시재생 과정을 통해 더 주목해야 하는 ‘둥근숲’의 힘은 그 과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 고물자 골목 청년모임인 ‘둥근숲’에 있다. 골목에 거주하는 청년, 골목 안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청년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공간에서 쫓겨났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고물자 골목이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덜컥 겁이 났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골목의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주민협의체에도 기꺼이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주민들과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하고, 함께 마을잔치를 하고, 지역의 청년들이 골목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우고 알린다. 50년 동안 옷을 지어 온 고물자 골목의 ‘루비한복’ 주민 장인에게 청년들이 기술을 전수받았던 ‘장인교실’이 그랬고, 환경과 지속가능함의 가치를 담은 ‘숲이 될 마켓’과 고물자 골목 주민과의 ‘마을잔치’, 지역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주민강연 ‘숲에서 만난 OO’과 음식과 놀이, 마을 지도를 매개로 골목 주민들과 관계 맺기를 시작한 ‘골목 오락관’과 ‘골목길 아카이브’가 그랬다. 안타깝게도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숲이 될 마켓’을 포함한 둥근숲 대잔치가 취소되기는 했지만 어느새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들은 고물자 골목만의 것들을 지키고, 이어가고, 매력을 알리는 활동들을 고물자 골목만의 ‘문화’로 만들어 왔다. 



누군가는 ‘둥근숲’의 사례를 보며 성공한 마을 재생사업의 비슷한 사례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도시재생 현장 속에서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둥근숲’의 힘을 믿는 이유는 어느새 골목의 문화로 자리 잡은 주민과 청년들의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골목의 이야기를 담는 일, 골목 주민들의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를 만드는 문화와 골목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 그러한 힘들이 그저 ‘고물자 골목’의 단순한 장소적 재생에만 머물지 않고, 이들은 흔히 도시재생을 통해 우리가 반복해왔던 뻔한 ‘활성화 전략’의 오류-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비슷비슷한 관광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것-를 넘어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도시재생을 통해 골목을, 도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일을 해내고 있다. 과거의 자산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어나가는 문화의 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재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시’를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둥근숲’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두 번째 ‘둥근숲’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물자 골목 : 풍남문 서편에서 전주시 보건소로 가는 길과 마주하고 있는 작은 골목. 조선시대 옛 고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혼수예물을 팔았던 은방 점포들이 늘어서 있어 은방 골목이라고도 불렸다. 이후 1950년대~1970년에는 구호물자와 미제 물건이 유통, 1970~1980년대 교복과 한복 점포가 주를 이뤘다. 1990년 이후 한복 수요의 감소로 골목상권의 침체가 이어졌다.


문화로 바꾸는 세상     

협동조합 아토

김하람 기자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존속과 이윤추구가 목적인 시장경제 속에서의 기업은 ‘한강의 기적’같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와 함께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적 양극화, 환경파괴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대안을 찾기 위해 이윤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상생하는 길을 찾는 ‘사회적 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거, 일자리, 사회서비스 제공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 중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화 단체들이 있다. 문화로 삶을 바꾸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문화예술형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그들이다. 군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협동조합 아토(이사장 고동우)> 역시 그들 중 하나. 새해 기획으로 시작하는 <문화를 더하고 삶을 나누다>의 첫 번째 기업 <아토>를 만났다.  



예술을 선물하다

군산 월명동에 위치한 <협동조합 아토>는 예술 전공자로 이루어진 국악 실내악단이 중심이다. 다양한 공연과 예술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토는 ‘선물’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예술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문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예술을 선물하고, 지역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계층과 소비하는 계층 모두가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동조합 아토>는 <국악놀이터 아토>로부터 시작된다. 사물놀이를 전공한 고동우 이사장은 예술 활동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싶어 연습실을 마련했다. 2015년 지인의 도움으로 군산시 지곡동에 마련한 공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국악놀이터 아토>를 열었다. 같은 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관련한 교육을 받으면서 아토를 사회적 경제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조금은 막연한(?) 결심을 하게 됐다는 그는 교육을 받으면서 이제껏 해오던 것들이 사회적 경제 기업의 역할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단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하고 확장시켜 사회적 경제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우선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016년 1월이었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단체를 설립하고 이름을 <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아토>로 지었다. <국악놀이터 아토>는 국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간이지만 보다 폭넓은 활동을 위해서는 다른 예술 장르와의 결합이 필요했다. 협동조합의 이름을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통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다시 문화예술교육을 빼고 <협동조합 아토>라고 이름을 바꿨다.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예술 쪽만 고집해서는 기업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으로 예술과 연관 지을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으로 범위 확장을 위해서다. 실제로 아토는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전문 소독방역업체 <소독하는 남자들>로 등록해 일반 소독뿐만 아니라 공연 등의 문화 행사에 앞서 소독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차별과 편견 없이 예술로 하나 되는 세상

조합원은 열 명. 국악, 연극, 무용, 특수교육 등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아토의 활동 내용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이 공연이다. 국악 전공자와 연극 전공자들이 국악과 연극이 접목된 퓨전 공연을 주로 만들고 있다. 토끼를 찾아 나선 별주부가 뭍에서 만나는 여러 동물과 다양한 상황을 재미있게 엮은 ‘별주부의 별난 여행’, 혹부리영감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아!토리 주머니’. 전래동화의 주된 교훈인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탄생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얼뚱이와 어떡해서든 얼뚱이를 탄생시키려는 삼신할머니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얼뚱이’ 등 지금까지 내놓은 대표 작품도 적지 않다. 


예술 교육 역시 단체의 초창기부터 이어온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06년부터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해온 고 이사장은 군산에는 국악 연주자들도 많고, 국악 교육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예술가들이 부족한 환경에 늘 아쉬움이 있었다. 


“‘내 주변에 있는 예술가들을 교육해서 장애인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 풀을 확장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고 이사장은 아토에서 예술교육인력을 고용하고 교육해서 파견할 수 있도록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자격증 과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을 가르치는 예술 강사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을 공연자로 키워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장애인들을 교육해 그들이 배우고 익힌 실력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공연 무대에도 설 수 있는 공연자로 키워보는 것이 목표다. 


아토의 사업은 다양하다. 친숙하고 즐겁게 풀어낸 국악 실내악 공연, 국악기 강습 등의 예술교육 같은 자체 기획 프로그램뿐 아니라 예술과 놀이를 엮은 놀이 수업으로 진행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2018~2019년),  마을이나 오지에 있는 학교를 찾아가는 공연으로 진행한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2019~2020년) 등 국가공모사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예술가들의 토양

2020년은 모두에게 그렇듯 아토에게도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공연이 취소돼 4개월 동안 기약 없이 빈 공간을 지켜야 했다. 그나마 선정된 지원사업들이 있어 2020년은 무난히 넘겼지만, 더 걱정인 것은 2021년이다. 예상을 할 수 없으니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예술로 먹고산다는 일의 어려움을 아는 만큼 예술인들이, 예술 단체가 가는 길을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나서려고 한다. 



“여력이 된다면 가능한 고용을 해서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한다”는 고 이사장은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은 예술인들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아토의 방향성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아토의 또 다른 목표는 군산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려 브랜드 공연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2017년 제작한 ‘별주부의 군산여행’이나 2018년 제작한 ‘별주부의 별난 여행_the history’ 같은 군산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재, 전설, 역사를 각색하고 편집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나 영상을 만들어 예술로 군산을 알리고 예술로 군산을 소비하는 길을 찾아 나선 아토.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문화로 삶을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쳐갈 아토의 2021년이 기대된다.  







고동우 이사장 인터뷰 

문화예술 단체의 자립과 지원의 현주소



지역에서 문화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 특히 군산의 경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 GM 군산 공장 폐쇄로 2018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경제 자체가 침체되다 보니 문화에 돈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인지 아무리 유명한 공연을 저렴하게 제공하더라도 보러 가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무료 공연에 시간조차 할애하지 못하는 심적 침체도 함께 온 것 같다며 고 씨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료 공연이 아니면 잘 보러 오지도 않는 데다, 공연비를 물건값 깎듯이 계속 깎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카페 가서 커피 마실 때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유독 예술 쪽에서는 공연비를 계속 깎아달라고 해요.”


운영을 위해서는 제정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하나, 공연비를 계속 깎다 보니 공연 연습 비용 등 준비에 드는 비용, 인건비 등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저희는 예술을 하는 단체인데,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을 하게 되면 서류에 치여서 예술을 못 하게 돼요. 기본을 넘어서는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부분이 저희가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라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든 부분은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서 이윤추구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어쨌든 저희들은 기업이고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데,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예산을 책정할 수 없어요. 공모사업을 하고 난 뒤 이 사람 저 사람 인건비 주고, 대여비 주고 나면은 남는 것은 정산 서류뿐인 거죠(웃음). 그러면 ‘이게 지금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공모사업이 아니면 공연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인거죠.”


아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 단체들도 마찬가지로 복잡한 정산을 피해 자체적인 사업을 운영해 보고자 하지만, 제대로 된 공연비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다시 공모사업을 하게 되는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른 문화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구조적인 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고동우 협동조합 아토 이사장

2000년 타악연주자인 동남풍 조상훈 대표로부터 삼도설장고를 사사했다. 2002년 음악 실기교사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고 예술 강사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익산의 극단 <작은소리와동작> 단원으로 공연과 예술교육을 담당했으며, 2015년 <국악놀이터 아토>를 설립했다. 2016년부터 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아토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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