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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 | 연재 [김윤성의 새 이야기]
새 생명을 위한 장정의 시작
김윤성 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2022-05-10 09:35:06)

생명을 위한 장정의 시작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은 새들이 짝을 찾고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때입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새들의 뇌에서 잠자고 있던 호르몬들이 증가하여 여러 변화가 일어납니다. 수컷들은 암컷의 눈길을 끌만한 인상적인 깃털을 갖추고, 내부에선노래 기억신경핵이 커지고 새롭게 신경이 생기면서 새끼 듣고 기억한 노래를 되살려 연습을 거듭하며 짝을 찾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암컷들은 깨알 크기 난소가 강낭콩만 하게 덩치를 키워 난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짝짓기는 교미만이 전부가 아니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힘든 과정들의 연속입니다. 구애하는 노래를 종일 불러야 하고, 둥지를 다시 만들고, 매일 하나씩 알을 낳고,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어야 합니다. 새끼가 태어나면 없이 먹이를 먹여야 하고, 새끼가 둥지를 떠난 후에도 혼자 힘으로 날며 독립할 때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지금부터 8 말까지 험난한 대장정이 이어집니다.


포식자 눈에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목청껏 노래합니다. 화려하고 리듬감이 있는 노래에는 수컷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암컷은 고향, 나이, 건강 상태, 사회적 위치 수컷 정보를 멀리서 듣고 평가하며, 가까이 다가와 깃털의 , 형태, 길이를 보고 최종적으로 년을 함께 짝을 선택합니다.


짝이 정해지면 포식자 눈에 띄지 않는 곳이나 범접할 없는 곳에 둥지를 짓습니다. 딱따구리는 나무속을 파고 만들며 물총새는 경사진 비탈에 굴을 팝니다. 많은 새들이 나뭇가지, , 이끼, 거미줄을 이용해서 밥그릇 모양으로 오목하게 만듭니다. 둥지를 재사용하는 일은 없지만 동고비, 박새, 소쩍새 등은 딱따구리가 예년에 놓은 나무 구멍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 분주한 도시 소음을 뚫고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때로는 또렷하고 때로는 자동차 소리에 묻히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에 의해 분리되고 아파트에 묻힌 이곳에서 꿋꿋하게 노래합니다. 작년 이곳에서 짝을 만나 새끼를 키워냈던 수컷이리라 짐작하며 올해도 새로운 생명과의 인연이 간절히 바랍니다.



김윤성 아마추어 탐조가·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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