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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 연재 [TV토피아]
유행어가 되어버린 '다스는 누구 겁니까?'
박창우(2017-12-11 13:24:35)

개그의 기본은 공감이다. 단순한 말장난이나 원초적인 분장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할 순 있으나 그 웃음은 불과 몇 초 만에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감정이 극화되어 나타났을 때, 웃음은 배가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최근 코미디에서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몇몇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대사를 보자. 만약, 작년이나 올해 초에 이 대사를 이용해서 개그를 짠 코미디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치 성향을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 개그는 '윗선'에서 컷 당해 방송을 타지 못했을 테고, 그 개그맨(혹은 개그우먼)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졸지에 백수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KBS 2TV <개그콘서트> 석 '퀴즈카페' 코너에서 유민상과 서태훈은 벌써 몇 주간 다스(DAS)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을 소재로 개그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연필 한 다스', '다스베이더' 등을 언급하며 마무리로 "그러면 다스는 누구 거냐"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이미 SNS와 인터넷 댓글에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말이 유행어가 돼버린 까닭이다.

풍자코미디 성격이 강한 tvN <SNL 코리아 시즌9>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유민상은 방송 중 과자를 먹고, "이거 '쿠크다스'다. 주인이 없는 것 같길래 먹는 거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진다. 여기에 신동엽은 양말을 들고 "그럼 이 '아디다스'는 누구 꺼냐. 누가 잃어버린 거냐. 주인이 없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친다. 끝이 아니다. 유민상은 "그렇게까지 '면박'을 주지 말라"며 MB의 초성을 활용한 말장난으로 '다스개그'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개그우먼 강유미 역시 다스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SBS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속 코너 '흑터뷰' 리포터로 등장한 강유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무실과 사저를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다스는 누구 것인지 물었다. 심지어 이 전 대통령 경호원과 경찰에게까지 말이다.

이쯤 되면, "다스는 누구 겁니까?"란 멘트는 올해 방송가의 최고 유행어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도 해 봄직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또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가령, 국정감사 현장에서 "'약자'인 자유한국당이 아닌 '강자'인 현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게 나오는지 기다려 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처럼 개그 감각이 제로에 수렴하는 사람들까지 웃길 순 없는 노릇이다. (아니, 개그 감각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표현은 정정해야겠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말 대잔치'를 저렇게 맛깔나게 구사하는 걸 보니, 그래도 개그세포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듯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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