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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 | 연재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맹꽁이의 안부를 묻습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2022-12-13 14:11:47)


이정현의 환경리포트 

맹꽁이의 안부를 묻습니다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짝짓기 후 산란한 맹꽁이 알. 

비행접시처럼 펼쳐져서 있다가 하루 반이면 올챙이로 부활한다.


“사람이 중하지 맹꽁이가 중하냐” 개발과 보존의 논란이 있는 곳에 가면 흔히 듣는 말이다. 정답은 같이 살자는 ‘공존’일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지만 맹꽁이는 죽고 사는 문제다. 죽고 사는 문제에 타협은 없다. 이윤은 타협이 가능하다. 하지만 맹꽁이는 물러설 수 없다. 사람이 정한 법에도 맹꽁이 권리를 일부 보장한다. 특히, 맹꽁이는 행동반경이 100~300m에 불과하고 이동성이 약해서 개발이 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그 땅에 사는 맹꽁이는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살아온 터줏대감이다. 맹꽁이 서식지 보전은 자연을 대가로 이윤을 얻는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한 법적 의무이자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법이 인정하는 ‘자연의 권리’이다. 


나는 맹꽁이에게 빚이 있다. 상근을 시작한 2002년 첫 번째 환경 훼손 제보가 완산동 옛 강당재 인근 작은 웅덩이에서 떠 오른 맹꽁이의 죽음이었다. 농약 같은 독성물질 흘러갔는지 몇 마리는 죽어 있었고 몇 마리는 살아있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시에 전화를 해서 현장 확인하고 옮기면 좋겠다는 제안 정도였다. 건물과 도로 사이 한 평 남짓한 습지였는데 추가 조사를 하자거나 작은 습지를 복원하자는 주장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 년 정도 지나서 그 장소 지나가다 보니 습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맹꽁이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미안한 마음에 맹꽁이 서식지는 빼놓지 않고 현장을 확인한다. 맹꽁이순찰대 신고센터도 운영했다. 짝짓기와 산란을 직접 볼 수 있는 도심 속 맹꽁이 최대 서식지로 이름난 삼천동 거마공원 맹꽁이놀이터도 회원들과 함께 만들고 관리해 오고 있다. 


올해도 장마를 알리는 장대비가 내린 6월 24일, 거마공원 맹꽁이놀이터에서 우렁찬 맹꽁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후변화로 날씨와 절기는 오락가락 하지만 장맛비를 예측하는 맹꽁이 기상대 예보는 틀림이 없다. 




나, 여기 있어요. 200층 타워 개발 예정지의 맹꽁이



▲ (좌) 삼천 변 서식지 전 구간에 대형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우) 부지 내 높은 지대의 절토와 성토 작업 모습. 허가 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날 오후, 전주시에서 200층 높이의 초고층 개발 논란으로 뜨거운 옛 대한방직 부지에서도 맹꽁이가 발견되었다. 삼천 좌안 도로와 인접한 예전 수로와 수풀이 우거진 400m 구간에서 맹꽁이가 대거 서식하고 있음을 울음소리를 통해 확인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신시가지 도시개발사업에서 이곳이 제외되면서 오랜 기간 사람의 접근이 차단되고 자연 상태로 유지되면서 운 좋게 살아남은 맹꽁이로 추정된다. 


대한방직 터는 어떤 형태이든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한방직 개발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부지 내 맹꽁이 등에 대한 정밀 생태조사를 통해 원형보전 방안 및 대체 서식지 조성, 공사 중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언론과 관계 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고 다수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그런데, 이곳 맹꽁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부지 내 석면 건축물 철거 공사를 추진하기 위한 대형 가림막 설치 공사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물길과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던 삼천 변 부지 경계는 높은 철제 구조물이 박혀 있고 나무와 수풀도 베어진 땅은 작업로를 내기 위해 평평하게 다짐이 되어있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맹꽁이에게 부여한 법적인 권리

맹꽁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서식지 훼손은 제14조(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 등의 금지) 1항의 위반이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이 확인된 곳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보전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개발 면적을 축소하고 원형 보전지를 유지하거나 포획·채취 등의 허가를 받아 최적의 이주 환경을 갖춘 장소(대체 서식지)에 옮겨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주시킨 멸종위기종이 잘 살고 있는지 3년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재 ‘인천 청라국제도시 투자유치용지’, '광명시흥 도시첨단산업단지'에서 발견된 맹꽁이의 대규모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이다. LH 택지 조성 사업지 중 맹꽁이 서식지 조성 및 이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12개 곳이다. 자연의 권리, 야생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법체계에서 일부 수용한 진일보한 판결도 나왔다.


2021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당구 서현동 일원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서울행정법원 2019 구합74850 판결)내렸다. 근본적으로 개발사업의 입지로 타당하지 않은 맹꽁이의 주요 서식지를 공공주택용지로 지정하는 것은 “헌법상 환경권과 환경 이용 행위를 할 때 환경보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 위배 된다”는 취지이다. “공공주택지구 내에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존재하는 경우, 가능하다면 이를 훼손하지 않고 생태 공원화(존치)하여 보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불가피하게 일부 훼손해야 하는 경우 훼손된 면적 이상의 대체 서식지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조성해주는 등 생태공학적인 저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형 보전을 우선으로 서식지 보호 계획 수립하라

대한방직 터 맹꽁이는 서부신시가지 개발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 도심 속 맹꽁이 서식지로서 보전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대한방직 터 개발 계획 수립 시 맹꽁이의 권리도 인간이 얻는 이익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지금 당장 대한방직 터 맹꽁이 서식지의 추가적인 훼손을 막기 위해 가림막 설치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맹꽁이 등 양서류 분포 및 생태적·물리적 서식환경분석 조사를 통해 맹꽁이 서식지 보전 계획 수립해야 한다. 원형 보전지 유지를 우선으로 하되 부지 내 포획·채취 등의 허가를 받아 최적의 이주 환경을 갖춘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을 보전 방안을 개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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